(서울=연합인포맥스) 문정현 기자 = 달러-엔 환율이 약 3개월 반 만에 높은 수준으로 상승(엔화 가치 하락)한 가운데 해외 투기세력들이 엔화 포지션을 중립으로 맞춰 눈길을 끌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日本經濟)은 투기세력이 향후 어느 쪽으로 움직이냐에 따라 엔화 가치가 급변동할 위험이 있다고 16일 진단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통화선물시장에서 8일 기준 투기세력(비상업 부문)의 엔화 포지션은 5천462계약 순매도로 집계됐다. 작년 11월 순매도 규모는 13만 계약을 넘었으나 연초 이후 급감해 4월 이후에는 이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HSBC증권은 "거의 중립 상태가 됐다"고 평가했다.

크레디아그리콜은행은 손을 비운 투기세력이 단숨에 포지션을 쌓으면 시장이 크게 움직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달러-엔 환율은 110엔대 초반에서 움직이고 있다. 수출기업이 달러를 팔고 싶은 수준이긴 하지만 현재는 달러 강세·엔화 약세가 진행되기 쉬운 상황으로 분석된다.

미국 채권금리가 오르고 있으나 주가가 크게 무너지지 않아 미·일 금리차를 주목한 엔화 매도가 나오기 때문이다.

일본 기업의 잇따른 해외 기업 인수도 이 같은 흐름을 뒷받침한다.

미쓰비시UFJ모건스탠리증권은 "여름부터 가을에 걸쳐 수백억 달러 규모의 달러 매수·엔화 매도가 산발적으로 유입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크레디아그리콜은 해외 투자자들이 2015년 이후 최고치와 최저치의 중간값인 112.44엔을 타깃으로 하고 있다며, 여건이 조성되면 환율이 단숨에 이 수준에 도달해도 이상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반면 다이와증권은 시장이 리스크 선호 강화로 엔화를 매도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이달 엔화 가치는 달러 대비 하락했으나 유로화와 신흥국 통화 대비로는 상승했다.

미국이 유럽연합 등에 대한 철강·알루미늄 관세 협상 시한을 5월 말로 두고 있어 무역 마찰에 대한 우려가 다시 높아질 경우 엔화 매수세가 유입될 수 있다는 것이다.

미쓰비시UFJ은행은 일본은행 긴축 전망이 커질 수 있다는 점도 엔고 요인으로 지목했다.

은행은 올해 하반기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완화가 종료될 것으로 보인다며 "일본은행 동향에 시선이 집중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지난 15일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국회에 출석해 현재 0% 부근으로 설정된 장기 금리 목표치를 "무슨 일이 있어도 사수하겠다는 것은 아니다"고 밝힌 바 있다.





<해외 투기세력 엔화 포지션 규모>

jhm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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