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영 기자 = 우리 정부가 외환시장 개입 내역을 주기적으로 공개하기로 결정하면서 투기세력들이 이를 활용해 시장 교란에 나설 가능성이 있을지 관심이다.

정부는 17일 '외환 정책 투명성 제고 방안'을 통해 환시 개입 내역 공개 내용을 확정 발표하면서 "투기 거래 가능성 등 부작용이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을 이례적으로 강조했다.

그러면서 "시장 모니터링을 더욱 강화하고, 투기에 의한 과도한 쏠림이 발생하면 시장 안정조치를 적극적으로 시행하겠다"고도 했다.

외환 정책에 상당한 변화를 초래할 수 있는 사안인 만큼 사전적으로 일종의 경고성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환시 개입 내역 공개를 계기로 실제로 투기세력들이 서울외환시장에서 공격적인 투기에 나설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공개 주기를 반기로 넓혀 시작하고 1년 뒤에야 분기로 조금 좁히는 방식을 채택한데다 공개 대상도 실제 매수와 매도한 금액이 아닌 순(純) 거래액 기준으로 한정했기 때문이다.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단계별로 추진하겠다는 게 정부의 계획이다.

서울환시의 한 참가자는 "정부의 방안대로라면 외환당국의 스탠스를 추정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설사 여러 정보를 통해 추정하더라도 그것을 투기에 활용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처럼 순거래액 기준으로 개입내역을 공개하는 국가는 캐나다와 뉴질랜드, 과테말라, 브라질, 스위스 등이다.

미국와 유럽, 영국, 일본 등 기축통화국은 매수와 매도 금액을 구분해서 발표한다.

홍콩과 터키, 멕시코, 아르헨티나, 칠레, 페루, 인도 등에 여기에 해당한다.

외환당국의 한 관계자는 "매수와 매도 금액을 나눠 개입 내역을 공개하더라도 기축통화의 경우 투기세력이 주도하는 것은 '바닷물에 돌던지는'식이 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소규모 개방경제인 우리나라의 경우 글로벌 기축통화의 흐름과 주요국의 통화정책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그에 따라 시장 변동성이 큰 만큼 환시 개입 내역 공개 자체가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최근 신흥국 위기설의 주요 근거지가 되고 있는 아르헨티나의 경우 매수와 매도 금액을 구분해 공개하는 국가다.

급격한 페소화 약세에 외환당국이 적극적으로 방어에 나서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당국의 개입이 공격의 대상이 되는 리스크가 되고 있다.

외환당국 관계자는 "시장 여건이나 정책에 따라 개입 내역 공개가 가져오는 영향은 다를 것"이라며 "투기세력이 나설 개연성은 존재하지만 엄밀하게 검증된 내용은 아니다"고 말했다.

서울환시 참가자들도 투기세력이 악용할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했다.

우리나라는 이미 월별 외환보유액과 선물환 포지션(월말 30일내), 분기별 국제수지(90일 이내), 분기별 통화량(90일 이내), 분기별 수출입(90일 이내) 등을 두루 공개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역내외 시장 참가자들은 외환시장 개입 내역을 상당부분 추정하고 있고, 개입 패턴 또한 연구해왔다.

그럼에도 후행적인 개입 관련 데이터만으로 외환당국의 스탠스를 완전하게 추정하기는 어려웠다.

이런 수치를 근거로 개입 내역을 추정하더라도 수많은 환율 변수와 수급 요인을 고려하면 투기세력이 수익을 내기는 어려운 조건이라고 시장 참가자들은 진단했다.

한 외국계은행 관계자는 "환시개입 내역 공개 전에도 외환보유액을 분석한 개입 규모 추정 등이 오랫동안 이뤄져왔다"며 "따라서 외환시장에 심각한 영향을 줄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syjung@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