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한용 기자 = 서울 채권시장 참가자들은 17일 정부가 발표한 외환정책 투명성 제고 방안이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에 미칠 영향은 제한될 것으로 전망했다.

외환시장 개입 내역 공개에 따른 원화 강세 기대 심리가 강하지 않아 이 재료가 환율과 수입물가를 움직일 여지가 작다는 이유에서다.

정부는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외환정책 투명성 제고 방안을 확정해 발표했다.

이 방안에 따르면 정부는 앞으로 반기마다 환시 개입을 통한 달러 순매수액을 공개한다. 1년 동안 반기별 순매수액을 공개한 뒤 이후 분기별로 공개하는 등 단계적으로 공개 범위를 확대한다.

그간 당국은 국제통화기금(IMF), 미국 재무부 등과 협의하면서 우리나라 외환시장의 투명성 제고 방안으로 환시 개입 내역 공개를 검토해왔다.

시장 참가자들은 그러나 이번 발표에 따른 원화 강세 기대 심리는 강하지 않다고 진단했다.

올해 3월 정부가 환시 개입 내역 공개를 검토한다는 소식이 전해진 후 두 달이 지나 재료 자체의 영향력이 상당 부분 축소된 데다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 등 다른 원화 강세 재료에도 이상 신호가 감지되고 있어서다.

북한은 남북 고위급회담을 전격 취소한 데 이어 전일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북미정상회담을 재고할 수도 있다고 언급해 지정학적 리스크가 재차 부상했다.

이에 따라 서울환시에선 미국 국채 금리 상승에 따른 글로벌 달러 강세에 주목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실제로 이날 오후 1시 35분 현재 서울환시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일보다 1.60원 상승한 1,079.20원에 거래됐다.

증권사 채권 딜러는 "정부의 외환정책 투명성 제고 방안 발표에도 달러-원 환율이 아래쪽 방향성을 보이지 않는 만큼 이 재료가 환율과 수입물가 경로를 통해 통화정책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채권 딜러는 "환시 참가자들이 시장 개입 내역 공개 발표에 크게 동요하지 않고 있다"며 "시장은 김동연 부총리가 '쏠림이 있을 경우 조치한다'고 언급한 데 주목하고 있다"며 고 설명했다.

장내에선 그러나 이번 조치로 외환 당국이 시장에 모습을 드러내는데 부담을 갖게 될 경우 중장기적으론 통화정책에 영향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증권사 채권 딜러는 "정부가 처음엔 반기별 순매수액을 공개하지만 1년 뒤엔 분기별로 공개 범위를 확대한다"며 "중장기 관점에선 이번 조치와 통화정책 간 상관관계가 크지 않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h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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