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오진우 특파원 = 뉴욕 유가는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 우려로 주요 석유 기업이 대 이란 투자를 철회할 것이란 우려로 상승 추세를 유지했다. 브렌트유는 2014년 이후 처음으로 장중 한때 배럴당 80달러 선도 넘어섰다.

17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6월물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전일과 같은 배럴당 71.49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WTI가 보합권에 마감했지만, 유가의 상승 추세는 이날도 이어졌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는 이날 장중 한때 배럴당 80.50달러까지 고점을 높이기도 했다.

시장 참가자들은 이란 핵 협정 파기 이후 글로벌 윈유 공급 부족 발생 가능성을 지속해서 우려하는 중이다.

미국의 이란 제재에 대한 우려가 이날 한층 고조됐다.

프랑스 석유 기업 토탈은 미국의 이란 경제 제재가 유예되지 않으면 올해 11월 이전에 10억 달러 규모의 이란 석유 프로젝트 투자를 철회하겠다고 밝혀 유가 상승세에 불을 지폈다.

선박 보험 컨설팅 회사인 런던 P&I 클럽은 회원들에게 이란 관련 거래에 나서기 전에 미국 재무부로부터 지침을 받으라는 의견을 보내기도 했다.

미국은 이란과 거래를 지속하는 기업들에 '2차 제재'가 부과될 수 있다는 점을 밝혀왔다.

유럽 기업 등도 미국의 2차 제재에 대한 대비를 시작한 셈이다.

미국 석유기업 코코노필립스가 베네수엘라 국영 석유기업 PDVSA이 보유한 자산을 압류하는 등 베네수엘라 산유량 감소에 대한 우려도 지속하고 있다.

코코노는 PDVSA가 이전 정부로부터 임차한 네덜란드령 이슬라 섬 정유공장에 저장된 석유를 압류하는 절차를 밟기 시작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전일 베네수엘라의 산유량이 올해 말까지 수십만 배럴 더 줄어들 수 있다고 경고를 내놓기도 했다.

베네수엘라에서는 오는 20일 조기 대선이 열린다. 서방과 대립하는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이 확실시된다. 미국 등 국제사회는 베네수엘라의 조기 대선을 반대해 왔다.

선거 후 미국 등의 추가 제재로 경제 위기가 더 심화하고 산유량은 더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하다.

반면 미국의 여름 드라이빙 시즌이 다가오는 등 글로벌 원유 수요에 증가에 대한 기대는 유지되는 중이다.

다만 이날 장 후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과의 무역협상이 성공할지 의문이라는 발언을 내놓은 점은 유가 상승세를 제한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이후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가 100포인트 이상 하락하는 등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강화됐다.

전문가들은 유가 상승세가 쉽게 진정되지 않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스네이더 일렉트릭의 로비 프레이저 상품 연구원은 "탄탄한 글로벌 수요와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지속적인 산유량 제한, 지정학적 위험의 고조가 모두 결합하면서 유가를 밀어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란 이슈가 가장 핵심"이라며 "미국 제재로 이란 석유 생산이 얼마나 제약을 받을지에 대한 의문이 남아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란의 산유량이 지난 2016년 핵 합이 이전으로 줄어들지는 않더라도 꾸준히 줄어들 수 있고, 베네수엘라의 생산도 감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jw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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