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이종혁 특파원 = 미 국채 가격은 유가 상승에 따른 물가 압력 기대 속에 혼조세를 보였다.

마켓워치·다우존스-트레이드웹에 따르면 17일 오후 3시(미 동부시간) 무렵 뉴욕 채권시장에서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전장보다 1.7bp 오른 3.109%에 거래됐다. 이번 주 14bp 올랐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전장보다 1.8bp 하락한 2.571%에서 움직였다.

3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전장보다 3.1bp 높은 3.245%에서 거래됐다. 2015년 6월 이후 최고치다.

10년과 2년 만기 수익률 차이는 전장의 50.4bp에서 53.8bp로 확대됐다.

국채수익률은 가격과 반대로 움직인다.

국채가는 국제유가 상승을 주목하면서 보합세로 출발했지만, 곧 하락세를 재개했다가 낙폭을 줄이는 등 왔다 갔다 했다.

10년물 국채수익률은 장초반 3.115%까지 올랐다가 내려섰다를 반복했다.

시장은 미국의 무역 협상, 북미정상회담 진행 과정, 미 경제지표, 뉴욕증시와 유가 동향,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위원 연설 등을 주목했다.

전날 10년물 국채수익률은 유가 상승에 따른 물가 압력 우려로 장 마감 후 3.12%대까지 올랐다.

이날 브렌트유가 2014년 11월 이후 처음으로 배럴당 80달러를 돌파했다.

이날 유가 상승은 프랑스 토탈 등 유럽의 주요 석유 기업이 미국 제재에 대한 우려로 이란 내 투자를 철회하겠다는 견해를 밝힌 여파다.

CMC마켓의 마이클 후손 수석 시장 분석가는 "브렌트유는 배럴당 72달러에서 85달러 정도가 새로운 거래 범위가 될 것"이라며 다만 "브렌트유가 올해 90달러를 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날 뉴욕증시는 하락 개장했지만, 국채수익률 상승에도 약보합권을 유지했다.

씨티 인덱스의 켄 오델루가 시장 분석가는 "유럽과 미국 증시에서 큰 의문은 언제 고통 한계치에 도달할 것인가"라며 "이번 주 물가 기대가 미 국채수익률을 끌어 올리면서 대출 비용 증가가 새로운 변수로 등장했다"고 설명했다.

오델루가는 "이는 물가가 현실화할 뿐 아니라 앞으로 몇 년간 과열될 수 있다는 점을 실물경제가 대비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유럽과 북한 관련 지정학적 위험이 지속했지만 시장 영향은 크지 않았다.

전날 연정협상 타결을 위해 막바지 협상을 진행 중인 이탈리아의 두 포퓰리즘 정당의 국정과제 초안에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탈퇴와 국가 부채 탕감과 관련한 내용이 들어있다는 보도가 나와, 금융시장의 불안감이 증폭됐다.

두 정당은 이날 이탈리아 대통령에게 유로존 탈퇴 가능성을 언급하지 않았지만, 유럽연합(EU) 조약의 개정 필요성을 언급한 새로운 연정 초안을 제출할 준비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10년 만기 이탈리아 국채는 전장에서 거의 변동이 없는 2.114%에서 거래됐다. 지난 3일에는 1.74%였다.

프랑스 자산운용사 아문디는 포풀리즘 두 정당이 이끌 이탈리아 정부와 관련한 정치적 위험의 대부분을 유럽 채권시장이 반영했다고 진단했다.

알파 유로 픽스드인컴의 코시모 마라츌로 데퓨티 헤드는 이탈리아 대통령 세르지오 마타렐라 대통령에 의한 총리 지명이 매우 중요할 것이라며 이는 새로운 이탈리아 정부가 얼마나 시장 친화적일 것인지를 알게 해준다고 강조했다.

전날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담화를 통해 미국이 일방적인 핵 포기만 강요할 경우 다음 달 12일 북미정상회담에 응할지 재고려하겠다고 밝히면서 북미 평화 분위기가 냉각됐다.

리선권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북남 고위급 회담을 중지시킨 엄중한 사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남조선의 현 정권과 다시 마주앉는 일은 쉽게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미 정상회담 "취소 가능성에 대해 아무것도 듣지 못했다"며 "아무것도 변한 것은 없고, 회담 관련 협상은 여전히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안보와 관련해 많은 것을 해줄 수 있다"며 리비아식 해법을 북에 적용하지 않을 것이고, 핵 협상이 성사되면 김정은은 권력을 유지할 것이라는 요지를 강조했다.

이날 발표된 미 경제지표는 호조를 보였다.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이 발표한 5월 필라델피아연은 지수는 전월의 23.2에서 34.4로 올랐다. 시장 전망치는 20.5였다.

지난 12일로 끝난 주간의 미국 실업보험청구는 전주에서 1만1천 명 늘어난 22만2천 명(계절 조정치)을 기록했다. 시장 예상치는 21만5천 명이었다. 예상보다 청구자 수가 소폭 많았지만, 역대로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지난 4월 미국의 경기선행지수가 시장 기대와 같은 0.4% 올랐다고 콘퍼런스보드가 발표했다.

선행지수는 지난 2월과 0.7% 올랐지만, 3월에는 0.3% 상승으로 다소 둔화했다.

콘퍼런스보드의 아타만 오질디림 디렉터는 "4월에는 주가와 주택 허가 지표만 부정적인 기여를 했다"며 "3월에 부정적인 영향을 줬던 노동 관련 지표는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4월 상승을 비롯해 선행지수의 지속적인 상승은 미 경제가 견조하게 성장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선행지수의 6개월 상승률은 최근 다소 둔화했는데, 이는 성장이 매우 강하지는 않을 것을 시사한다"고 덧붙였다.

국채가는 오후 들어 트럼프 대통령 발언에 주목하면서 낙폭을 소폭 줄였다.

트럼프는 "중국과 무역 협상이 성공할지 의심된다"며 "협상의 성공을 의심하는 이유는 중국이 너무 잘못 길들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앞서, 중국의 웨이젠궈(魏建國) 국제경제교류센터 부이사장은 이날 인터뷰에서 "미국은 특정 기간 일정 수준의 무역흑자를 줄일 것을 요구하고 있다"며 "이는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므로 논리적이지도 않고 현실성도 없다"고 말했다.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의 닐 카시카리총재는 금융시장에 거품이라고 할 만한 신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견해를 보였다.

이날 브렌트유 상승에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전일과 같은 배럴당 71.49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전략가들은 지정학적 위험이 남아있음에도 뉴욕증시 변동성이 커지지 않고 있다며 안전자산인 국채와 금에 대한 매수가 약하다고 설명했다.

냇알리안스 증권의 앤드류 브레너 헤드는 일련의 걱정거리들이 채권에 긍정적이야만 하지만 그렇지 않고 있다며 국채수익률 상승에도 수요가 부재한 것은 미 국채시장이 약세장으로 진입하고 있다는 우려를 키운다고 강조했다.

전략가들은 이번주 지표와 연준 위원들의 연설이 시장 동력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며 앞으로 지표가 어떻게 나오는지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스티펠의 린지 피에그자 수석 경제학자는 "수익률의 추가 상승은 성장과 물가에 대한 강한 예상으로 주도된다"며 "여기는 9월을 넘어서 연준이 추가로 인상할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고 진단했다.

피에그자는 하지만 최근 경제지표를 상당히 관대하게 묘사해도 낙관적이라고 할 수는 없다며 우리는 특히 소비지표도 여전히 온건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브랜디와인 글로벌의 게리 허버트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10년 만기 국채금리가 올해 말 3.20% 수준에 있을 것이라며 물가가 2%에 도달하면 현실적으로 100~120bp 이상의 초과 위험 프리미엄을 가져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허버트는 특히 연준의 주요 난관은 단기 금리의 적절한 수준을 찾아서, 수익률 곡선의 장기물에 적당하게 영향을 주는 정도를 예측하는 것이라며 현재 가장 우려되는 것 중 하나는 너무 공격적으로 인상해, 기준금리가 2.25~2.50%를 넘어서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경우는 미 국채를 주식보다 매우 매력적으로 보이기 시작하게 할 것이라며 따라서 연준이 최근보다 더 달러 강세를 염두에 두고, 느리고 신중한 금리 인상에 나서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10년물 독일 국채수익률은 전장보다 2.7bp 오른 0.638%에 거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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