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채용비리 여파가 2금융권으로 퍼지면서 보험·카드사의 신입 직원 채용도 주춤하고 있다. 일부 회사에서는 채용 규모는 물론 선발 과정부터 전면 재검토에 나섰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보험사와 카드사들은 올 상반기 채용을 하반기로 미루거나 아예 채용 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삼성그룹의 채용일정을 따르는 삼성생명·삼성화재·삼성카드는 오는 9월 하반기 대졸 신입사원 공채를 진행할 계획이지만 구체적인 일정과 규모 등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예년과 비슷한 수준에서 채용하지 않을까 한다"며 "아직 채용과 관련해 확정된 사안은 없다"고 말했다.

현대해상은 작년에 상·하반기로 나눠 63명을 뽑았지만, 올해는 상반기 채용을 진행하지 않았으며 하반기 신입 채용 여부가 불확실하다. 매년 100명 이상 공채를 선발했던 교보생명도 아직 올해 채용과 관련해 진행되는 사안이 없다.

카드사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롯데·비씨카드가 소규모 채용을 진행한 것을 제외하면 상반기 공채를 진행한 카드사는 없다.

국민·현대·우리·하나카드 등도 하반기 채용을 계획하고는 있지만 예년 수준이거나 이보다 줄어든 수준이다.

최근 금융감독원 조사에서 채용비리 정황이 발견된 신한카드와 신한생명은 하반기 신입 공채 진행은 꿈도 못 꾸고 있다.

신한 관계자는 "지금 채용과 관련해 어떻게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내놓기 부담스러운 상황"이라며 "향후 검찰 수사를 지켜봐 가며 (향후 채용일정 등을) 대응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금감원이 지난 11일 발표한 신한금융 채용비리 조사결과에 따르면 신한은행, 신한카드, 신한캐피탈, 신한생명 등에서 총 22건의 특혜채용 정황이 발견됐다.

특히 신한카드 4건, 신한생명 6건 등 2금융권에서 처음으로 채용비리가 드러나면서 다른 금융회사들도 불똥이 튈지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한 카드사 임원은 "일부 은행에서 발견된 의혹으로 은행권 채용비리 모범규준까지 제정된 마당에 우리도 안심할 수 없다"면서 "2금융권도 이 같은 분위기가 퍼지면 당장 하반기 채용부터 필기시험 도입 등 전형과정부터 전면 재검토해야 할지 모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카드사 인사담당 관계자도 "검찰의 채용비리 수사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하반기 채용 관련한 계획을 세운다 해도 별 의미가 없을 것"이라며 "눈치를 봐가며 진행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각종 규제에 따른 실적 악화도 채용이 꺼려지는 이유다.

보험업계는 장기 업황 부진과 함께 새 국제회계기준(IFRS17)과 신지급여력제도(K-ICS) 시행 대비에 나서면서 올해 들어 순익이 크게 감소했다. 카드사들도 가맹점 수수료율과 법정 최고금리 인하 등에 직격탄을 맞으며 실적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대내외적으로 변화가 많은 시기라 외형을 확장하기보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 보니 솔직히 채용 이슈에 큰 관심을 두기 어렵다"면서 "이번 채용비리를 계기로 2금융권에도 일부 변화가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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