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연합인포맥스) 김대도 기자 = 기획재정부에서 오랫동안 근무했던 신제윤 전 금융위원장(법무법인 태평양 고문)이 기재부 후배들 앞에 섰다.

34년 공직에 있으면서 겪고 느꼈던 경험을 바탕으로 직장 생활의 어려움과 기재부 공무원으로서의 자세, 건강·가정의 중요성 등을 말했다.

18일 기재부에 따르면 신 전 위원장은 전일 점심시간 즈음에 기재부 직원 약 80명을 대상으로 특강을 했다.

최근 국내외 현안 등이 아니라 순전히 후배를 향한 선배의 마음을 담아 얘기했다.

그는 순간순간의 이익을 좇지 말고, 현재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은 일도 나중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자기 자리에서 꾸준하게 일을 하면 언젠가는 좋은 결과가 오니,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지 말라고 조언했다.

국회 일을 맡았던 초임 사무관 시절, 보고서의 작성에 애로점이 있었다는 경험도 들려주며 결국에는 시간이 해결해 준다고도 했다.

신 전 위원장은 우리나라 경제 정책을 총괄하는 기재부 공무원으로서 당당함을 강조했다.

공직 밖에서 보면 기재부의 정책 하나하나가 무게 있고 중요한 일이니 소명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외국 정부를 비롯해 국회, 기자 등을 상대할 때 당당함을 가지려면 전문성이 바탕이 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전문성은 역사와 과거 사례 등의 공부가 필수적이고 글로벌 트렌드에도 항시 귀를 열고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숫자를 활용해 설득력 있게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팩트는 절대 틀리지 말라고 했다.

그러면서 2002년에 있었던 웃지 못할 해프닝을 소개하기도 했다.

당시 국무회의에서는 애국가를 작곡한 안익태 선생의 스페인 유가(遺家)를 매입해 기념관으로 보존하겠다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

그런데 해당 유가는 1990년에 교포 기업인이 사들여 이미 정부가 기증받았던 것이었다.

신 전 위원장은 조그만 부분이라도 신뢰성에 금이 가서는 안 된다며 항상 팩트를 체크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궁극적인 남는 것은 건강과 가정, 동료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업무에 매진하더라도 자신을 버리지 말고 건강을 챙기라고 했다.

가능하면 가족과 시간을 많이 보내야 하고, 동료와도 관계도 오래간다고 말했다.

기재부의 한 A 과장은 "워낙 입담이 좋아 재미있게 이야기를 들었다"며 "최근 업무에서 많은 일이 있었는데 어제 이야기를 듣고 스트레스를 줄이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B 과장은 "기재부 공무원이자 직장인으로서, 이보다 사람 사는 얘기였다"고 설명했다.

C 팀장은 "오랜만에 만나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재미있게 들었다"며 "후배들이 열화와 같은 성원을 보냈다"고 전했다.

dd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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