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이종혁 특파원 = 미 국채 가격은 국제유가 하락과 지정학적 우려 등으로 최근 지속한 내림세에서 한발 물러나 숨 고르기 양상을 보였다.

마켓워치·다우존스-트레이드웹에 따르면 18일 오후 3시(미 동부시간) 무렵 뉴욕 채권시장에서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전장보다 4.2bp 내린 3.067%에 거래됐다. 이번 주 9.6bp 올랐다. 지난달 20일 이후 가장 큰 주간 오름폭이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전장보다 2.3bp 하락한 2.548%에서 움직였다. 한 주간 1bp 높아졌다.

3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전장보다 3.6bp 낮은 3.210%에서 거래됐다. 이번 주 9.8bp 상승했다.

10년과 2년 만기 수익률 차이는 전장의 53.8bp에서 51.9bp로 좁혀졌다.

국채수익률은 가격과 반대로 움직인다.

국채가는 이날 발표되는 경제지표가 없는 가운데 유가 하락으로 약세에서 반등한 후 오름폭을 확대했다.

시장은 미국의 무역 협상, 북미정상회담 진행 과정, 뉴욕증시와 유가 동향,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위원 연설 등을 주목했다.

전날 국채가는 유가 상승에 따른 물가 압력 기대 속에 장기물은 내리고, 단기물은 오르는 혼조세를 보였다.

BMO 캐피털 마켓츠의 애론 콜리 전략가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협상이 진척이 없고, 중국이 2천억 달러 규모의 무역 불균형 해소 방안을 내놓지 않았다는 보도는 미 국채 시장의 약세를 일부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이 프리퀀시 이코노믹스의 칼 와인버그 수석 경제학자는 "5월 17일은 새로운 NAFTA 협상안을 마무리 짓고 의회에 제출해야 하는 마감일이었다"며 "이 협상이 완전히 죽은 것은 아니지만, 하원은 새로운 협정을 고려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와인버그는 "현재 NAFTA가 시행 중인 채로 남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10년물 독일 국채수익률은 5.9bp 내린 0.578%에서 움직였다.

유럽 정치도 시장 불안 요인으로 남아있다.

이탈리아의 두 포퓰리즘 정당이 이날 공동 정부의 국정운영 프로그램에 대한 협상을 최종 마무리하고, 대규모 재정 지출, 유럽연합(EU)과의 주요 협정에 대한 재협상을 요구하는 내용을 공개했다.

이는 이탈리아 새 정부 출범 시 EU와의 충돌이 불가피하다는 우려를 키워, 이탈리아 증시와 유로화를 내리게 했다.

이탈리아 10년 국채금리도 전장보다 8.9bp 오른 2.225% 수준에서 거래됐다.

캐나다 신용평가사 DBRS는 두 포퓰리즘 정당의 제안은 이탈리아의 신용등급을 떨어뜨릴 위험이 있다며 이는 국채 발행 비용을 비싸게 한다고 진단했다.

씨티그룹의 지아다 지아니 전략가는 "이탈리아의 부채 지속가능성이 경제의 중기적 성장 전망에 달려있다는 오성운동과 동맹의 의견이 동의한다"면서 "그러나 만약 성장을 재정적자를 올림으로써 끌어올리려고 한다면 조달비용이 상당히 높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아니 전략가는 "따라서 이 방법은 위험하고 오히려 문제를 키우는 방법"이라면서 "현재까지 이룬 것을 유지하는 것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 부채가 내려가도록 도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협상은 매일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

전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 무역 협상이 성공할지 의심된다"며 긴장을 고조했다.

다만 이날 중국 상무부는 반덤핑 예비 판정을 내렸던 미국산 수수에 대한 조사를 중지한다고 발표해, 다시 국면이 전환될 가능성을 보여줬다.

또 뉴욕타임스(NYT) 등이 미국이 요구한 무역흑자 2천억 달러 축소에 부응할 수 있는 대규모 미국산 제품 수입 방안을 중국이 제시한 것으로 보도했지만, 루캉(陸慷)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루머"라며 "협상은 진행 중"이라고 반박했다.

이날 연설에 나선 라엘 브레이너드 연준 이사는 통화정책과 경제 전망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는 독일에서 열린 유럽중앙은행(ECB) 콘퍼런스에서 연준이 "금융 시스템의 취약성 평가를 보여주기 위해 금융안정보고서를 펴내야 한다"고 말했다.

국채가는 오후 들어 오름폭을 더 높였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6월물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0.3% 하락한 71.28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WTI는 이번 주 0.8% 올랐다.

전략가들은 국채가 내림세가 멈춰 선 것인지, 장단기물 수익률 격차가 벌려진 것이 지속할지 등에 대해서 주변 여건 변화와 함께 확인해야 한다는 태도를 보였다.

경기 둔화 예고 지표로 읽히는 10년과 2년물의 장단기 수익률 격차가 한때 43bp까지 좁혀졌다가 전날 53bp까지 벌어졌다.

콜리 전략가는 다음주 미 국채 입찰이 수익률곡선 평탄화 거래를 더 도울 것이라며 이날 장기물 수익률의 하락은 그동안 채권을 너무 많이 팔아치운 데다 가격이 싸졌기 때문에 안도 랠리를 보인 것이라고 평가했다.

FTN 파이낸셜의 짐 보겔 전략가는 "미 국채에 대한 부정적 분위기가 미국과 세계 나머지 국채와의 수익률 격차를 벌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베어 트랩스 리포트의 래리 맥도널드 편집인은 10년 만기 미 국채수익률은 일본이나 독일보다 훨씬 높다며 하지만 달러의 세계적인 부족은 미 국채를 헤지하는 비용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높더라도 헤지 비용 때문에 해외 국채보다 미 국채의 경쟁력이 덜하다며 10년물 미 국채수익률이 올해 4%에 도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날 장 마감 후 또 미 경제방송 CNBC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양국이 에너지와 농업 분야 등에 관세를 줄이는 방안에 거의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방송은 또 트럼프 대통령이 전일 류허(劉鶴) 중국 부총리와의 집무실 미팅에 참석했다면서, 이는 협상이 잘 진행되고 있다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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