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국내 은행도 평판위험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발달로 정보 확산 속도가 비약적으로 발전해 사회 전반에 걸쳐 부적절한 관행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금융연구원 서병호 선임연구위원은 20일 '경영환경 변화와 국내 은행의 평판위험 관리 강화 필요성' 보고서에서 "은행이 부적절한 평판에 대한 조기대응시스템을 구축하고 내부통제 강화를 통해 불법 행위나 금융사고 발생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은행의 평판 악화는 해당 은행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뿐 아니라 은행산업 전반에 걸쳐 수익성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확산하고 규제비용 증가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서 연구위원은 "국내 은행은 10조 원을 상회하는 규모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칭찬이 아닌 비난을 받아야 했다"며 "부동산 담보 대출과 밀어내기식 상품 판매로 돈을 많이 번 은행이 해주는 것에 비해 가져가는 것이 많다는 인식 탓에 계속 비판받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향후 금리가 상승세로 전환돼 대출자의 부담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러한 부정적 인식의 확산은 은행 경영에 큰 애로 요인"이라며 "평판위험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동시에 평판의 개선을 위한 조치도 꾸준히 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서 연구위원은 이에 대한 대응방안으로 레그테크(Reg-tech) 투자 확대를 제시했다.

레그테크는 규제를 용이하게 지킬 수 있도록 돕는 기술로 인공지능이나 빅데이터를 활용해 임직원의 업무 행위를 효율적으로 감시하고 보고하는 시스템이다.

은행이 준법감시인을 통한 사전적인 내부통제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지만, 단기 실적에 치중하다 보면 횡령과 고객정보 유출 등 예기치 못한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여전히 큰 상태다.

서 연구위원은 "이미 해외 주요국에서 레크테크를 내부통제 프로세스 효율화 차원에서 도입하고 있다"며 "규칙 위반행위와 금융사고가 은행의 평판과 브랜드 가치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이에 대한 투자를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의 임직원 인센티브를 고객의 이해와 연동시켜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지난해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에서 국내 8개 주요은행을 대상으로 직원의 인센티브를 결정하는 KPI(핵심성과지표)에서 소비자 보호 등 고객과 관련된 사항은 2.7%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서 연구위원은 "미국의 웰스파고도 2016년 유령계좌 사태 이후 KPI를 고객 만족도 위주로 재구성했다"며 "사회공헌 등을 통해 평판위험을 관리하는 금융회사의 국제적인 추세를 반영한 조치였다"고 설명했다.

대고객 메시지가 담긴 비전을 제시해 이미지에 변화를 줘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국내 은행의 슬로건은 대부분 '1등 은행', '리딩 뱅크', '아시아 선도', '초일류' 등 등수에 관한 것이었다.

반면 미국의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우리는 고객과 지역사회 그리고 주주를 위해 결과를 냅니다'를 슬로건으로 활용하고 있다.

그는 "사소한 부분이지만 그 차이가 이미지를 크게 바꿀 수 있다"며 "평판은 고객과의 관계 속에 대부분 결정되는 만큼 평판의 개선을 위해 대고객 메시지를 담긴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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