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국내 은행이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해외 영업에 적극적으로 나서자 금융감독원이 대출 자산이 급격히 늘어난 해외점포의 건전성을 꼼꼼히 들여다보고 있다.

해외점포의 자산이 부실화하면 연결 기준으로 본점의 건전성에 고스란히 반영되는 만큼 선제로 관리 강화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취지에서다.

23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최근 대출 자산이 급격히 늘어난 국내 은행의 해외점포 건전성을 점검하고 있다.

서면 조사를 거쳐 잠재 리스크 요인이 있는 곳은 오는 7월 이후 현장 검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지난해 연말 기준으로 국내 은행의 해외점포는 총 185곳.

금감원이 해외점포의 자산 성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은 지난해 9%가량 늘어난 총자산 대부분이 대출금과 단기 차입금에 의존했기 때문이다.

국내 은행 해외점포의 평균 대출금 증가율은 21% 정도로 자산 증가율의 배가 넘는다.

지역별로는 국내 은행의 진출과 영업이 활발히 진행된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에서 20% 안팎의 자산이 늘었다.

시중은행 중에서는 KB국민은행이 지난 일 년 새 45%나 해외점포의 대출금이 급증했다.

금감원은 해외점포의 단순한 대출금 증가율보단 늘어난 배경을 따져보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대출금이 50% 늘어나도 우량기업인 삼성전자와 거래 여신이 늘어난 것이라면 걱정할 사안이 아니다"며 "숫자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대출 수요가 없는데도 단기 차입금을 늘리는 등 내용의 관점에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단기 차입금이 늘어날 경우 차입금과 대출금 간 만기 불일치 문제가 발생한다. 특히 자산 성장 속도가 빠를 때는 여신업체의 재무상황, 은행의 유동성, 환포지션, 자산 헤지 여부 등이 자산 건전성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어서다.

또 다른 금감원 관계자는 "일부 은행의 해외점포 중 잠재 리스크 요인이 상당히 있는 곳이 존재한다"며 "취약점포에 대한 선제 관리 강화방안이 필요한 경우 결과에 따라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들은 최근 전략적으로 동남아시아 시장 공략을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만큼 대출 자산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의 경우 투자 기회가 많아지면서 업황도 좋아졌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현지 대출금이 늘어나는 것은 그만큼 공격적인 영업을 했다는 방증으로 대출금이 늘지 않으면 영업을 지속할 이유가 없다"며 "베트남이나 인도네시아 등에서 급속도로 자산이 늘고 있지만, 영업 전략에 따른 추세일 뿐 건전성에 악영향을 줄 만한 요인은 없다"고 설명했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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