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홍경표 기자 = 사학연금과 공무원연금이 지난해 우수한 수익률을 냈음에도 기획재정부 기금평가 등급은 오히려 떨어진 이유에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기재부 기금평가에서는 연기금에 자체 기준수익률(벤치마크)을 적용하는데, 사학연금과 공무원연금이 이에 미달하다 보니 등급이 하락한 것으로 분석된다.

연기금에서는 운용 환경과 포트폴리오 등이 연기금마다 다른데, 일률적으로 연기금에 동일한 벤치마크를 적용해 기금평가 체계가 불합리하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23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사학연금과 공무원연금의 2017회계연도 자산운용평가 등급은 '양호'로, '탁월'에서 두 계단 하락했다.

기재부 자산운용평가는 매년 기금의 여유 자산 운용실태를 살펴보는 것으로, 평가등급은 탁월, 우수, 양호, 보통, 미흡, 아주 미흡 등으로 나뉜다.

기재부는 매년 기금의 자산운용 실태와 존치 여부 등을 평가하며, 기금평가는 자산운용평가와 기금존치평가로 구성된다.

기재부는 사학연금과 공무원연금의 중장기자산 기준수익률 대비 초과수익률이 낮았던 것이 등급하락의 주요 원인이었다고 설명했다.

기재부의 기금 자산운용평가는 계량지표와 비계량지표로 구성된다. 비계량지표는 자산운용 체계와 자산운용 정책의 적정성 등이며, 계량지표는 단기·중장기 자산 수익률, 위험대비 성과 등이다.

기금평가에서는 계량지표 중 중장기자산 1년 상대 수익률의 비중이 크다. 상대 수익률은 기준수익률 대비 초과수익률로 측정한다.

사학연금과 공무원연금 모두 지난해 운용수익률이 내부 벤치마크를 크게 상회했으나, 기금평가에서는 일괄 벤치마크 적용으로 두 연기금 모두 벤치마크를 하회하게 됐다

사학연금의 지난해 운용수익률은 9.19%로 내부 벤치마크 8.07%를 1.12%포인트 초과했다. 공무원연금의 지난해 투자자산 수익률은 8.8%로 내부 벤치마크 7.97%를 0.83%포인트 넘어섰다.

연기금 내부 벤치마크와 기금평가 벤치마크와의 괴리는 주로 해외·대체투자에서 나타났다.

사학연금과 공무원연금의 해외주식 벤치마크는 모건스탠리 전 세계 지수(MSCI AC World Index)로, 국민연금도 동일한 지수를 쓰는 등 대형 연기금에서 주로 사용한다.

사학연금과 공무원연금 모두 해외주식에서 벤치마크를 각각 200bp가량 상회했으나, 기금평가 기준으로는 벤치마크에 크게 못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기금평가는 벤치마크로 동일유형 펀드 시장평균수익률을 사용한다.

모건스탠리 전 세계 지수는 선진국 비중이 90%에 가까운데, 기금평가 해외주식 벤치마크는 신흥국 비중이 선진국보다 크다.

대체투자도 사학연금과 공무원연금 모두 벤치마크를 초과하는 성적을 냈으나, 기금평가 기준으로는 벤치마크를 크게 하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정부의 방침 대로 수익률 제고를 위해 해외·대체투자를 늘린 연기금들의 평가가 떨어지고, 안전 자산을 들고 있는 연기금들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는 볼멘 목소리도 연기금 운용역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자산운용평가 하락으로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낮은 등급을 받으면 성과급과 인사, 예산 등에서 불이익이 있어 연기금들은 기금평가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연기금마다 운용 환경이 다른데 일괄적으로 벤치마크를 적용하는 것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기관별 성과평가 기준이 있는데 기금평가와의 괴리가 커진다면, 연기금들의 운용 방향에 혼선이 올 수 있다는 것이다.

연기금의 한 운용역은 "내부 벤치마크를 상회해 상여금까지 받는데 기금평가는 오히려 떨어지니 당황스럽다"며 "기재부 기준과 성과평가 기준이 다르다 보니 어디에 중점을 두고 운용을 해야 할지 난감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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