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우성문 통신원 = 이탈리아가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에 묶여 있지 않았다면 현재 경제 상황이 영국과 비슷했을 것이라고 투자전문지 배런스지가 23일 칼럼을 통해 분석했다.

앞서 배런스지는 또 다른 칼럼에서 유로존의 문제가 지난 10년간 이탈리아 경제에 많은 문제를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몇몇 독자들은 만약 이탈리아가 자국 통화가 있었다고 해도 현재 터키나 아르헨티나와 비슷한 경제 문제를 겪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브라질의 경우 자국 통화가 있고 자국 통화로 표기되는 채권 시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최악의 경기침체와 재정 적자 상황에서도 금리를 올리고 예산안을 줄여야 했다. 아르헨티나의 경우 이탈리아와 비슷한 인구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이들은 "이탈리아는 자국 통화가 있거나 어떤 상황이었어도 현재처럼 무능력한 모습을 보일 운명이었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배런스지는 이번 칼럼에서 이것이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오히려 역사적으로, 또 현재 상황까지 이탈리아는 오히려 영국과 비슷하다고 칼럼은 강조했다.

실제로 지난 1955년부터 현재까지 이탈리아와 영국의 물가 차트를 살펴보면 거의 동일한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배런스지는 차트만 봤을 때 어떤 나라가 "책임감 있는"나라고 어떤 나라는 "책임감이 없는" 나라인지 구별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고 전했다.

지난 1980년부터 2018년까지 두 국가의 금리를 비교한 차트에서도 거의 같은 금리 수준이 확인된다. 두 가지 극명한 차이는 1990년 유럽환율메커니즘(ERM) 위기와 몇년 전 발생했던 유로 위기 때 나타난다. 이런 차이는 지난 1990년 ERM위기 당시 영국 정부가 페그제를 포기하기로 하고 유로화 위기 당시에도 유로화를 사용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물론 이탈리아 안에서는 인구 문제, 특히 북부 지역과 남부 지역의 갈등, 능력주의를 거부하는 기업 문화 등 다양한 문제가 있다. 그러나 영국 역시 다양한 문제들을 가지고 있다. 영국 역시 북부 지역과 남부 지역의 갈등이 있고 교육에 있어 결과를 엄격하게 지키는 것보다는 스포츠맨 정신을 더욱 기리는 문화 등이 발전을 저하하는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또한, 역사적으로 이탈리아 노동자들은 영국 노동자들보다도 더욱 생산적인 모습을 보여왔고 현재도 많은 차트는 이를 증명하고 있다. 물론 두 국가 모두 2007년 이후 높은 생산성을 경험하지는 못했다.

지난 2010년 선거 이후 영국 정부는 세금을 올리고 지출을 줄였다. 그런데도 두 국가의 경제 차이는 극명하게 나타나고 있는데 배런스지는 이것이 이탈리아는 유로존에 묶여 있지만 영국은 통화자주권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영국의 통화자주권이 기관의 약점과 정치인들의 부족함을 메꿔줬고 결과적으로 영국은 물가를 끌어올리고 일자리를 늘릴 수 있었다.

또 다른 차트에서 만약 이탈리아가 영국과 같은 실업률과 노동시간을 가졌다면 현재 이탈리아보다 더 높은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나타냈을 것으로 확인됐다. 반대상황에서 영국의 GDP는 현재 이탈리아의 GDP보다 낮았을 것으로 확인됐다.

물론 이탈리아의 고용법이 영국보다 규제가 더 많아 바뀌어야 하는 부분이 있지만 통화 정책 체제가 더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배런스지는 전했다.

결과적으로 배런스지는 만약 이탈리아가 영국과 같은 통화자주권이 있고 환율 유동성이 있었다면 현재 생활 수준이 지금보다 10% 개선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만약 영국이 이탈리아와 마찬가지로 유로화에 묶여 있었다면 생활 수준은 10% 떨어지게 된다.

따라서 만약 이탈리아가 유로화에 묶여 있지 않았다면 현재 경제 상황은 아르헨티나나 브라질, 터키와 비슷하지 않았을 것이고, 상황이 좋지 않더라도 현재보다는 나았을 것이라고 배런스지는 덧붙였다.

smw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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