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이종혁 특파원 = 달러화는 공개된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이 예상보다 비둘기적으로 해석됐지만, 이탈리아 정치 불안 등으로 혼조세를 보였다.

연합인포맥스(6411)에 따르면 23일 오후 4시(현지시각) 무렵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화는 엔화에 달러당 110.11엔을 기록해 전장 뉴욕 후장 가격인 110.88엔보다 0.77엔(0.69%) 내렸다.

유로화는 달러화에 유로당 1.1703달러에 움직여 전장 가격인 1.1781달러보다 0.0078달러(0.66%) 하락했다.

유로화는 엔화에 유로당 128.85엔을 기록, 전장 가격인 130.63엔보다 1.78엔(1.38%) 낮아졌다.

시장은 미국의 무역협상 영향, 한미정상회담 및 북미정상회담 진행 과정, 뉴욕증시와 국채금리 동향 등을 주목했다.

달러화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시 촉발한 북·미 정상회담과 미·중 무역협상 관련 우려로 안전자산인 엔화에 하락 출발했다.

전날 한미정상회담 전후로 나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이 뉴욕증시를 일제히 하락세로 돌아서게 하면서 안전 선호 심리를 부추겼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과 통신장비업체인 ZTE(중싱·中興 통신) 제재 문제에 관해 합의하지 않았으며 중국과의 무역협상도 만족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원하는 특정한 조건들이 충족되지 않으면 북미정상회담을 안 할 것"이라며 "6월에 (회담이) 진행되지 않을 가능성도 상당히 있다"고 말했다.

이날도 위험자산인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는 하락 개장했고, 안전자산인 10년물 국채가격은 높아졌다.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국채금리는 전장보다 4bp가량 내린 3.02%에서 움직였다.

핸텍 마켓츠의 리처드 페리는 "시장 분위기는 거래자들이 엔화 같은 안전자산에 관심을 보이면서 한발 물러섰다"며 "트럼프는 이전보다 영향이 적지만, 시장 분위기와 방향에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탈리아 정치 불안이 유로화를 약하게 한 점은 달러에 긍정적이었다.

10년물 이탈리아 국채수익률은 한때 오름폭을 12.5bp까지 확대했다가 5.6bp 높은 2.375%에서 거래됐다. 이에 따라 10년물 이탈리아와 독일 국채수익률 격차가 19bp 벌어진 194bp가 됐다.

세르지오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이 연정을 구성하려는 두 포퓰리즘 정당 오성운동과 동맹의 추천을 받은 주세페 콘테 후보를 총리로 승인했기 때문이다.

유로화와 파운드화는 또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과 영국의 경제지표 부진으로 모두 달러에 내렸다. 유로화는 한때 27주 최저치인 1.1675달러까지 내렸다.

유로존의 5월 합성 구매관리자지수(PMI) 예비치가 54.1로, 전문가 전망치 54.8을 밑돌고 전월 확정치인 55.1에도 미치지 못했다. 또 18개월래 최저를 나타냈다.

영국의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대비 2.4% 상승해, 예상치에 부합했지만, 전월 2.5%보다는 0.1%포인트 낮았다.

파운드화는 물가 발표 후 한때 1.33052달러까지 가파르게 내렸다가 1.33543달러로 낙폭을 줄였다.

이날 터키 리라화는 다시 사상 최저치를 경신했다가 중앙은행의 긴급 금리 인상으로 반등했다.

달러화는 리라화에 한때 4.9216리라까지 올랐다가 이후 4.5388리라에 거래됐다.

리라화는 올해 들어 달러화에 20% 이상 절하됐다.

터키 중앙은행이 리라화의 급격한 약세를 방어하기 위해 긴급 통화정책회의를 열고 핵심 금리를 300베이시스포인트(bp) 인상했다.

터키 중앙은행은 이날 열린 긴급회의에서 통화정책 상 핵심 금리인 장 마감 직전 적용하는 하루짜리 유동성 창구 대출금리를 기존 13.5%에서 16.5%로 3%포인트 인상했다. 나머지 정책금리는 동결했다.

터키 중앙은행은 "현재의 물가 상승률과 물가 전망이 지속해서 가격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가격 안정을 위해 강력한 통화 긴축을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은행은 또 향후 가격 안정을 위해 사용 가능한 정책 대응을 지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 전, 전략가들은 리라화 약세는 터키 조기 대선·총선을 한 달 앞두고 유세에 돌입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싼 자금 공급을 공약으로 내걸면서 중앙은행 금리 인상을 막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높은 금리를 "모든 악의 어머니와 아버지"라고 공격하면서 중앙은행이 싼 대출을 계속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날 발표된 미 경제지표는 혼재됐다.

정보제공업체 IHS 마킷에 따르면 5월 미 제조업 PMI 예비치는(계절 조정치) 전월의 56.5에서 56.6으로 올랐다. 44개월 최고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시장 전망치는 57.0이었다.

5월 미 서비스업 PMI 예비치(계절조정치)는 전월 54.6에서 55.7로 높아졌다. 3개월래 가장 높다. WSJ 조사치는 54.2였다.

PMI는 '50'을 기준으로 경기 확장과 위축을 가늠한다.

IHS 마킷의 크리스 윌리엄슨 수석 경제학자는 "현재 PMI 수준은 국내총생산(GDP) 2.3~2.5% 성장에 부합한다"며 "제조업과 서비스업에서 모두 투입 비용이 5년 내 최고치로 빠르게 오른다"고 설명했다.

지난 4월 미국의 신규 주택판매가 감소했다.

미 상무부는 4월 신규 주택판매가 전월 대비 1.5% 감소한 연율 66만2천 채(계절조정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 3월까지 두 달 연속 증가했던 데서 하락세로 돌아섰다. 전문가들 전망치는 67만9천 채였다.

달러화는 오후 들어 예상보다 비둘기인 FOMC 의사록 공개로 엔화에 더 내렸다. 유로화는 달러화에 낙폭을 줄였다.

FOMC 의사록에 따르면 연준 위원들은 경기가 예상대로 움직인다면 "위원회가 조만간(soon) 또 다른 단계를 밟는 것이 적절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 달 FOMC에서 금리 인상이 가능하다는 점을 선명하게 드러낸 셈이다.

연준은 다만 물가와 관련해서 최근 상승이 일시적일 수 있다는 진단을 내놨다. 연준은 건강관리와 금융서비스 비용의 증가로 물가가 일시적으로 강화됐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후 10년물 미 국채금리도 3.004%로 더 떨어졌다.

알리안츠 자산운용사의 찰리 리플리 선임 투자 전략가는 "우리는 FOMC 의사록에 전혀 놀라지 않았다"며 "연준은 "물가를 더 뜨겁게 놔두려고 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설명했다.

리플리는 "그러나 진정으로 아무것도 변한 것은 없다"며 "우리는 연준이 경로를 바꾸려면 물가가 실제로 더 올라야만 한다고 여긴다"고 강조했다.

전략가들은 리라화 등 신흥시장 통화 가치 하락에 대한 불안 자체가 달러 강세 재료가 되고 있다면서 우려를 계속했다.

TD증권의 메이즌 이사 전략가는 "유럽에서 지표 실망과 특히 터키를 비롯한 신흥시장으로부터 일부 공포 전염이 투자자들을 안전자산인 미국 통화를 찾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ING는 터키 등 신흥시장 우려 지역에 대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투자자들은 시장을 떠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ING는 "펀드매니저들이 여전히 신흥시장 성장 전망을 좋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주요 우려 지역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고수익의 달러를 팔아 신흥시장으로 되돌아가는 매니저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애버딘 스탠더드 인베스트먼트는 "10년물 금리 기준으로 미국 국채가 250bp 더 높지만, 유로존 투자자들이 미국 국채보다는 독일 채권에 투자하는 게 낫다"며 "달러 움직임에 대해 헤징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환 헤지 된 10년물 국채수익률은 -0.2% 수익률을 제공한다. 헤지가 되지 않은 미국 10년물 국채는 이날 3.01%에 거래되고 있다.

반면 환 헤지가 된 10년물 독일 국채는 +0.6% 수익률을 제공하고 있다. 헤지가 되지 않은 10년물 독일 국채수익률은 0.50%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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