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워치·다우존스-트레이드웹에 따르면 23일 오후 3시(미 동부시간) 무렵 뉴욕 채권시장에서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전장보다 6.3bp 내린 3.003%에 거래됐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 만기 국채수익률도 전장보다 4.2bp 낮은 2.528%에서 움직였다. 지난 3월 1일 이후 가장 큰 일 중 낙폭이다. 의사록 전에는 2.573%였다.
3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전장보다 3.9bp 내린 3.169%에서 거래됐다. 지난 4월 27일 이후 최대 일 중 하락 폭이다.
10년과 2년 만기 수익률 차이는 전장의 49.5bp에서 47.5bp로 좁혀졌다.
국채수익률은 가격과 반대로 움직인다.
국채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과의 무역 긴장을 고조하는 발언을 한 여파로 안전 선호가 강해져 상승 출발했다.
시장은 FOMC 의사록, 재무부 국채 입찰, 미국의 무역협상 영향, 북미정상회담 진행 과정, 뉴욕증시와 유가 동향, 미 경제지표 등을 주목했다.
미국 재무부는 전일 2년물 330억 달러와 이날 5년물 360억 달러에 이어 24일 7년물 국채 300억 달러를 입찰에 부친다.
전날 국채가는 2년물 입찰에서 보통 정도의 수요가 확인된 가운데 보합세를 보였다.
전날 한미정상회담 전후로 나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이 뉴욕증시를 일제히 하락세로 돌아서게 하면서 안전 선호 심리를 부추겼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과 통신장비업체인 ZTE(중싱·中興 통신) 제재 문제에 관해 합의하지 않았으며 중국과의 무역협상도 만족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원하는 특정한 조건들이 충족되지 않으면 북미정상회담을 안 할 것"이라며 "6월에 (회담이) 진행되지 않을 가능성도 상당히 있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정치 불안도 지속했다.
이날 10년물 이탈리아 국채수익률은 한때 12.5bp 오른 2.444%까지 올랐다가, 5.6bp 상승한 2.375%에서 거래됐다. 이에 따라 10년물 이탈리아와 독일 국채수익률 격차가 한때 19bp 벌어진 194bp가 됐다.
이는 세르지오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이 연정을 구성하려는 두 포퓰리즘 정당 오성운동과 동맹의 추천을 받은 주세페 콘테 후보를 총리로 승인했기 때문이다.
칵스톤의 러셀 올리버 분석가는 "시장의 주목은 FOMC 의사록에 대거 몰려있다"며 "투자자들은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다음 달 금리 인상 경로에 있을 것이라는 점과 올해 네 차례 금리 인상이 가능한지에 관한 신호를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리버는 의사록이 시장 기대를 거의 변화시키지 못한다면 달러에 영향을 거의 못 줄 수 있다며 그러면 투자자들은 다른 것들로 눈을 돌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발표된 미 경제지표는 혼재됐다.
정보제공업체 IHS 마킷에 따르면 5월 미 제조업 PMI 예비치는(계절 조정치) 전월의 56.5에서 56.6으로 올랐다. 44개월 최고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시장 전망치는 57.0이었다.
5월 미 서비스업 PMI 예비치(계절조정치)는 전월 54.6에서 55.7로 높아졌다. 3개월래 가장 높다. WSJ 조사치는 54.2였다.
PMI는 '50'을 기준으로 경기 확장과 위축을 가늠한다.
IHS 마킷의 크리스 윌리엄슨 수석 경제학자는 "현재 PMI 수준은 국내총생산(GDP) 2.3~2.5% 성장에 부합한다"며 "제조업과 서비스업에서 모두 투입 비용이 5년 내 최고치로 빠르게 오른다"고 설명했다.
지난 4월 미국의 신규 주택판매가 감소했다.
미 상무부는 4월 신규 주택판매가 전월 대비 1.5% 감소한 연율 66만2천 채(계절조정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 3월까지 두 달 연속 증가했던 데서 내림세로 돌아섰다. 전문가들 전망치는 67만9천 채였다.
국채가는 오후 들어 예상보다 비둘기인 FOMC 의사록 공개로 추가 상승했다.
FOMC 의사록에 따르면 연준 위원들은 경기가 예상대로 움직인다면 "위원회가 조만간(soon) 또 다른 단계를 밟는 것이 적절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 달 FOMC에서 금리 인상이 가능하다는 점을 선명하게 드러낸 셈이다.
연준은 다만 물가와 관련해서 최근 상승이 일시적일 수 있다는 진단을 내놨다. 연준은 건강관리와 금융서비스 비용의 증가로 물가가 일시적으로 강화됐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일부 위원은 또 최근 우려를 사고 있는 수익률 곡선의 평탄화에 대해 크게 걱정할 것이 아니라는 평가를 했다. 수익률 곡선의 평탄화가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과 여전히 큰 대차대조표, 해외 중앙은행의 양적 완화 정책, 낮은 중립금리 수준 때문일 수 있다는 것이다.
웨스턴 자산운용사의 존 벨로우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우리는 FOMC 의사록에서 매파적인 분위기를 감지하지 못했다"며 "자산 가격, 물가, 경기 과열에 대한 우려가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벨로우는 "여기 불협화음이 있다"며 "시장은 연준이 매파적이라는 점을 반영하고 있지만, 연준은 그렇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블리클리 어드바이저 그룹의 피터 부크바 최고투자책임자는 "FOMC는 비둘기 적이었고, 물가 상승과 물가 압력이 명확하다는 상황에서도 더 공격적일 필요를 못 느끼고 있으므로 금리 인상은 매우 느리게 계속 진행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부크바는 "대칭적이라는 발언은 연준에 내부 방어막을 쳐준다"고 덧붙였다.
알리안츠 자산운용사의 찰리 리플리 선임 투자 전략가는 "우리는 FOMC 의사록에 전혀 놀라지 않았다"며 "연준은 "물가를 더 뜨겁게 놔두려고 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설명했다.
리플리는 "그러나 진정으로 아무것도 변한 것은 없다"며 "우리는 연준이 경로를 바꾸려면 물가가 실제로 더 올라야만 한다고 여긴다"고 강조했다.
BMO 캐피털 마켓츠는 연준이 금리 인상 속도를 높이지 않고서 물가가 목표치 2%를 넘게 놔두려고 한다는 신호를 보냈다며 채권 가격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이날 뉴욕 유가는 미국의 원유재고가 예상과 달리 큰 폭 증가하고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완화 전망도 제기되면서 하락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7월물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0.5% 하락한 71.84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이날 미 재무부는 5년물 국채를 연 2.864%에서 발행했다. 포괄적인 수요를 보여주는 응찰률은 2.52배를 보였다. 해외 중앙은행 등의 수요를 나타내는 간접 낙찰률은 56.2%였다. 국내 머니 매니저의 수요를 드러내는 직접 낙찰률은 10.9%였다.
전문가들은 국채 입찰 부담 때문에 이날도 직접 낙찰률이 높았다며 발행금리는 입찰 전 거래 수준과 비슷했다고 설명했다.
전략가들은 리라화 등 신흥시장 통화 가치 하락에 대한 불안과 미 국채 헤지 비용 증가 등도 주목했다.
이날 터키 중앙은행이 리라화의 급격한 약세를 방어하기 위해 긴급 통화정책회의를 열고 핵심 금리를 300베이시스포인트(bp) 인상했다. 리라화는 한때 5%나 달러화에 내린 역대 최저치에서 반등했다.
시포트글로벌증권의 톰 디 갈로마 매니징 디렉터는 "이탈리아 정부는 투자자들 기대와 다른 데다 터키에서는 통화 위기가 있고, 북미정상회담은 계획된 대로 열리지 않을 여지가 있다"며 "결과적으로 이날 유럽에서 시작된 안전자산 선호를 봤다"고 설명했다.
ING는 터키 등 신흥시장 우려 지역에 대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투자자들은 시장을 떠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ING는 "펀드매니저들이 여전히 신흥시장 성장 전망을 좋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주요 우려 지역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고수익의 달러를 팔아 신흥시장으로 되돌아가는 매니저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애버딘 스탠더드 인베스트먼트는 "10년물 금리 기준으로 미국 국채가 250bp 더 높지만, 유로존 투자자들이 미국 국채보다는 독일 채권에 투자하는 게 낫다"며 "달러 움직임에 대해 헤징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환 헤지 된 10년물 국채수익률은 -0.2% 수익률을 제공한다. 헤지가 되지 않은 미국 10년물 국채는 이날 3.01%에 거래되고 있다.
반면 환 헤지가 된 10년물 독일 국채는 +0.6% 수익률을 제공하고 있다. 헤지가 되지 않은 10년물 독일 국채수익률은 0.50%다.
libert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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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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