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지난 13년간 묵묵히 북한을 연구해온 은행원들이 있어 금융권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한반도 화해 무드에 힘입어 북한에 대한 은행권 관심이 고조되자 시중은행으로부터 조언을 구하는 러브콜도 쏟아지고 있다.

주인공은 신한은행 북한연구회.

신한은행 직원들의 자발적인 학습조직 CoP(Communities of Practice) 중 하나인 북한연구회는 올해로 13년째 이어지고 있다.

6.15 남북 공동선언을 시작으로 민간 차원의 교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려던 2006년 첫발을 내디뎠다.

신한은행 북한연구회에 가입된 직원들은 무려 75명.

대부분의 직원이 바쁜 영업점 일과가 끝나고 별도의 시간을 내야 하는 탓에 자주 얼굴을 보긴 힘들다.

하지만 한 달에 한 번 열리는 정기 세미나에는 평균 20여 명의 직원이 참여한다.

연구분야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북한에 대한 모든 것.

세미나를 통해 북한 사회의 최근 동향을 공부하기도 하고 향후 사회가 나아갈 방향 등에 대해 열띤 토론을 하기도 한다. 때론 북한의 영화를 구해보고, 북한 음식을 나눠 먹으며 북한에 대한 직ㆍ간접적인 경험을 늘려가고 있다.

일 년에 하나씩 북한 접경 지역을 중심으로 어린이 도서관을 짓는 것은 북한연구회의 자랑 중 하나다. 하나의 도서관을 짓는 데 필요한 수천만 원의 예산은 연구회원들의 기부와 은행의 지원으로 충당해왔다.

중국 길림성의 장춘과 훈춘, 도문, 그리고 요령성 단둥 등 이미 다수 지역 아이들에게 책을 선물해온 북한연구회는 올해 9월께 하이린 지역에 도서관을 열 계획이다.

조선어와 중국어를 함께 사용할 수밖에 없는 어려운 형편의 아이들을 위한 나눔이 주된 활동 목적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은행의 진출 거점도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북한연구회는 현재 금융회사의 현실적인 북한 진출 방안을 연구 중이다.

지난 21일 오전 위성호 신한은행장 등 주요 부행장이 참석한 임원회의에선 북한의 현재 상황 등 그간 연구해온 자료를 발표하기도 했다.

그간 북한 관련 연구가 전무했던 시중은행으로썬 행원들 스스로 많은 양의 연구를 해온 게 기특한 자산일 수밖에 없다.

북한연구회는 지난해 말 '신한 포 원 코리아(Shinhan for One KOREA)'로 새롭게 이름을 바꿨다.

짙어지는 남북 간 화해 무드 속에 오랜 시간 몰두해온 북한 연구를 바탕으로 더 크게 기여해보고 싶은 바람에서다.

'통일 대박'이 이야기되던 2014년 신한은행 내 14개 부서가 참여해 비정기적으로 운영돼온 통일금융연구회도 이번 달부터 새롭게 가동됐다.

북한연구회는 이들과의 협업을 통해서도 활발한 의견을 개진할 계획이다.

이러한 움직임이 은행권에 알음알음 알려지면서 대북사업을 준비하는 다른 은행들이 조언을 구하는 일도 많아졌다.

지난 2013년부터 북한연구회를 이끌어온 박기찬 신한은행 남부법원 지점장은 북한 대학원대학교 박사과정을 다니고 있는 전문가다.

박 지점장은 24일 연합인포맥스와의 전화통화에서 "13년 전 언젠가 은행에 필요한 부분이라는 생각에 장기적인 비전으로 시작한 공부였다"며 "북한과 관련해 남들보다 한발 앞선 아이디어를 제시할 수 있다는 게 강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과거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가 조성된 만큼 이제는 싱크탱크 또는 아이디어 뱅크 같은 역할을 본격적으로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신한은행이 북한과 관련해 자기만의 영역을 구축할 수 있도록 조직에 보탬이 되고 싶다"고 덧붙였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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