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전소영 기자 =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5월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성장세 흐름 지속 여부와 대외변수, 미국 금리 인상속도를 면밀하게 점검하기로 했다.

한은은 24일 열린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1.50%로 동결했다. 기준금리를 지난 11월 1.50%로 인상된 후 6개월째 동결 기조가 유지됐다.

◇ 경기 회복 논란·경기 회복세 점검

한은은 올해 우리 경제가 3.0%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세계 경제 성장세가 이어지면서 수출 및 설비투자가 양호한 흐름을 이어가고 소비도 꾸준히 증가한다는 게 성장률 전망의 이유였다.

하지만 3월 산업생산이 26개월 만에 최대 폭 감소를 기록했다. 4월 수출도 18개월 만에 하락했다.

김광두 국민경제자문위원회 부위원장이 우리 경제가 침체 국면 초기에 있다고 언급하면서 경기 회복에 대한 논란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주열 총재는 지난주 "대내외 여건이 만만치 않아서 앞으로의 경제 상황을 낙관하기 어렵다"고 밝히기도 했다.

4월 취업자 수는 12만3천 명 증가에 그치면서 3개월째 10만 명대에 머물렀다. 금융위기 이후 최악이다.

금통위는 경제 지표 부진이 일시적인지, 추세가 바뀐 것인지를 좀 더 살펴볼 것이다.

5월 20일까지의 수출은 다시 두 자릿수로 회복되었다. 수출 부진에 대한 우려를 한 시름 덜었다. 하지만 수출이 반도체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은 부담 요인으로 남아있다.

3월 산업생산 부진이 일시적인 영향이라고 하지만, 4월 지표를 확인할 때까지 금통위는 판단을 미룰 수밖에 없다. 4월 산업생산은 다음 주에 발표된다.

◇ 국제유가 상승…높아진 물가상승 압력

경기 회복 논란 속에서도 국제유가는 큰 폭으로 상승했다. 국제유가(WTI)는 12거래일 연속 배럴당 70달러를 웃돌고 있다. 여기에 달러 강세까지 겹치면서 수입물가 상승 압력이 높아지고 있다. 오피넷(www.opinet.co.kr)에 따르면 지난달 13일을 저점으로 휘발유 가격은 한 달 넘게 상승 추세를 유지하고 있다.

한은은 올해 원유 도입단가를 배럴당 62달러로 전망했다. 현재 두바이유는 배럴당 79.8달러다. 한은 전망치보다 17.8달러나 높은 수준이다.

한은에서는 규제가격을 제외한 근원소비자물가가 이미 2% 수준까지 도달했다고 보고 있다. 여기에 공급 측 요인까지 더해지면서 한은의 물가 인식이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한은은 지난달 소비자물가 전망치를 1.7%에서 1.6%로 0.1%포인트 낮췄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국제유가 상승은 한은의 물가 전망을 다시 높일 가능성이 있다.

◇ 美 금리 인상+높아진 신흥국 우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지난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6월 금리 인상에 대한 합의를 끌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FOMC 의사록은 "위원회가 조만간 또 다른 단계를 밟는 것이 적절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내달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한국보다 기준금리가 50bp 높아지게 된다.

한은은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가 역전된다고 해도 감내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미국의 금리 인상이 점진적으로 몇 년에 걸쳐 나타나면서 신흥국 일부 국가들은 위기 상황에 놓였다.

달러 강세로 아르헨티나 통화 가치는 폭락했다.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40%로 8일 만에 세 번을 올렸지만 결국 국제통화기금(IMF)에 탄력대출을 요청했다. 터키 역시 자국 통화 급락을 막기 위해 기준금리를 300bp 인상했다.

달러 강세 여파가 글로벌 곳곳으로 퍼지면서 한국은행의 고민도 깊어질 수밖에 없다. 한국 원화는 신흥국 통화 우려에도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외환보유고도 충분하다. 그런데도 언제든 원화 가치가 흔들리기 시작하면 이를 방어하기 위해 쏟아야 하는 비용이 크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부와 한은은 외환시장 개입 내역을 공개하기로 했다. 환시 개입 내역이 드러나는 만큼, 적극적인 개입은 더욱 어려워진다.

금리 인상을 통해 내외금리 차를 축소하여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syje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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