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미란 기자 = 증권사의 기업 신용공여(대출) 한도 확대가 은행권과 국회 정무위원회 일각의 반대로 난항에 처했다. 은행업계도 증권사의 신용공여 범위를 줄이자는 내용의 건의안을 국회 정무위에 전달했다.

국회 정무위 관계자는 11일 "증권사의 기업 신용공여 규모가 현재 자기자본의 10% 미만이라 자기자본의 200%까지 허용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정무위 안에서 제기되고 있다"며 "증권사의 기업 신용공여 규모가 현재 한도인 100% 부근까지 늘면 그때 다시 논의할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현재 정무위 전체회의에는 정우택 자유한국당 의원이 발의한 증권사 신용공여 규모 확대 개정안이 계류돼 있다. 개정안에는 증권사의 신용공여 규모 한도를 자기자본 100%에서 200%까지 확대하는 내용이 담겼다.

은행업계도 반대 의사를 전달해 왔다. 은행업계는 은행연합회 차원에서 증권사의 기업 신용공여 대상을 신생기업이나 혁신기업으로 한정하고, 용도는 투자은행(IB) 고유 기능인 인수·합병(M&A)으로 제한하자는 내용의 자본시장법 개정 건의안을 만들어 국회 정무위 소속 야당 의원들에게 전달했다. 건의안에는 정우택 의원의 증권사 신용공여 규모 확대 개정안을 폐기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은행업계의 이같은 움직임은 이르면 오는 9월 초대형 IB가 출범하는 데 따른 것이다. 미래에셋대우와 NH투자증권, KB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등 자기자본 4조원 이상으로 초대형 IB 자격을 갖춘 증권사 5곳은 지난 7일 금융위원회에 단기어음업 인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들 5개 증권사의 자기자본은 총 23조6천억원이다. 초대형 IB는 자기자본의 2배까지 단기어음을 발행할 수 있는 데 따라 최대 47조를 조달할 수 있는 셈이다. 금융위는 단기어음으로 조달한 자금 중 50%는 기업금융에 활용하도록 했다.

은행업계는 초대형 IB의 이같은 자금 조달과 기업금융이 은행 고유 업무인 여수신 업무와 유사하다고 보고 있다.

증권업계는 확전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은행업계와의 단순 비교보다는 글로벌 금융 규제와의 형평성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복안이다.

그동안 '기울어진 운동장론'을 제기하며 은행업계와 대립각을 세워 온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은 지난 10일 기자간담회에서 국내 규제를 선진 시장과 유사하게 개선해야 국내 금융투자회사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진단했다. 또 외국계 금융회사의 한국 진출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봤다.

금투협은 지난해부터 선진국 자본시장과 한국의 차이를 짚어내는 연구를 해 왔다. 이달 말 책자로 발간할 계획을 하고 있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증권업계가 은행업계의 규제와 비교를 하면 '밥그릇 싸움'으로 보일 우려가 있다"며 "국내 금융투자업 규제를 글로벌 금융 규제에 맞게 개선해 달라는 쪽이 좀 더 설득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mr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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