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오진우 특파원 = 뉴욕 유가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등 산유국의 감산 완화 가능성으로 큰 폭 하락했다.

24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7월물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1.13달러(1.6%) 하락한 70.71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최근 2주래 가장 낮은 가격이다.

시장 참가자들은 이란 및 베네수엘라 산유량 감소에 대응한 OPEC과 러시아 등의 감산 완화 가능성에 초점을 맞췄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러시아 국영 RIA 통신은 알렉산드르 노박 러시아 에너지부 장관이 사우디아라비아 등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회원국들과 "점진적인 산유량 회복"에 대해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노박 장관은 러시아와 사우디가 석유 정책과 관련해 지속해서 협력하고 있으며, 감산 합의와 관련한 추가 합의에 대해 공통된 접근을 하고 있다고도 밝혔다.

WSJ은 또 사우디의 한 고위 관계자도 "다른 산유국과 빈에서 논의해 결정해야 할 것이 있는지 이야기하고 있다"며 "우리는 시장의 변동성을 원치 않으며, 수요를 해치고 싶지도 않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OPEC과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이 증산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은 최근 꾸준히 제기된 바 있다.

미국이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를 차츰 도입하고 베네수엘라에 대해서도 자국민의 자산 매입 금지령을 내리면서 이들의 산유량 감소에 대한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글로벌 공급 충격 우려로 브렌트유가 배럴당 80달러 선을 넘나드는 등 급등하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가에 대한 우려를 내놓기도 했다.

사우디는 이란 경제 제재 이후 유가 불안시 대응할 수 있다는 견해를 앞서 밝혔다.

시장은 사우디가 미국의 이란 핵 협정 탈퇴 직전까지도 유가의 추가 상승을 바라왔다는 점에서 실제 증산 가능성을 확신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러시아 에너지 장관 등이 구체적인 발언을 내놓은 만큼 산유국의 증산 가능성이 본격적으로 가격에 반영되는 양상이다.

OPEC과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들은 오는 6월 22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회의할 예정이다.

또 이날부터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러시아 국제경제 포럼이 열린다. 러시아와 사우디의 에너지 장관이 만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회의에서 증산과 관련한 발언이 나올지도 시장 참가자들이 경계를 늦추지 못하고 있다.

전일 미 에너지정보청(EIA)이 발표한 미국의 지난주 원유 재고가 시장의 예상보다 큰 폭 많은 578만 배럴 늘어난 점도 유가에 꾸준한 하락 압력을 가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6월 예정됐던 북미 정상회담 무산을 발표하면서, 위험자산 투자 심리가 악화한 점도 유가 하락을 부추겼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공개된 편지에서 "슬프게도 김 위원장이 최근 성명에서 보여준 엄청난 분노와 적개심 때문에, 나는 이번에 오랫동안 계획한 정상회담이 적절하지 않다는 점을 느낀다"고 말했다.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장중한 때 전일 대비 1% 이상 내림세를 나타냈다.

원유 시장 전문가들은 주요 산유국의 증산 가능성이 커진 만큼 유가의 상승세가 진정될 가능성을 제기했다.

코메르츠방크의 칼스텐 프리치 전략가는 "OPEC의 산유량 증대 논의는 유가 상승에 제동을 걸 것"이라며 "(브렌트유) 배럴당 80달러는 넘어서기 만만치 않은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유가가 80달러를 넘어서면 긴장감이 강화되고 OPEC이 증산하도록 압박할 것"이라며 "OPEC 회의 전까지 80달러를 지속해서 넘기는 어렵게 됐다"고 덧붙였다.

jw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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