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이종혁 특파원 = 달러화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북미정상회담 취소와 무역 갈등 재고조에 따라 안전자산 선호가 강해져 내렸다.

연합인포맥스(6411)에 따르면 24일 오후 4시(현지시각) 무렵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화는 엔화에 달러당 109.27엔을 기록해 전장 뉴욕 후장 가격인 110.11엔보다 0.84엔(0.76%) 내렸다. 한 때 108.95엔으로 밀렸다.

유로화는 달러화에 유로당 1.1724달러에 움직여 전장 가격인 1.1703달러보다 0.0021달러(0.17%) 상승했다. 일 중 1.1750달러로 올랐다.

유로화는 엔화에 유로당 128.11엔을 기록, 전장 가격인 128.85엔보다 0.74엔(0.57%) 낮아졌다.

시장은 미국의 무역협상, 북미정상회담, 뉴욕증시와 국채금리 동향,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위원 연설 등을 주목했다.

달러화는 미국의 자동차 관세 부과 관련 소식으로 무역 갈등이 다시 고조될 것이라는 우려로 엔화에 하락 출발한 후 회담 취소 뉴스에 더 내렸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공개한 편지에서 "슬프게도 김 위원장이 최근 성명에서 보여준 엄청난 분노와 적개심 때문에, 나는 이번에 오랫동안 계획한 정상회담이 적절하지 않다는 점을 느낀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은 북한의 핵 능력에 관해 이야기했지만, 우리의 핵 능력은 더 강력하다"며 "(미국의 핵이)절대 사용되지 않기를 기도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지만 "언젠가 김 위원장을 만나기를 매우 고대한다"며 "마음이 바뀐다면 주저하지 말고 전화하거나 편지를 달라"고도 했다.

이에 따라 안전자산인 금과 엔화, 스위스프랑화, 미 국채 가격이 오르고, 위험자산인 뉴욕증시 등이 내리는 양상이 나타났다.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미 국채금리는 10년물의 경우 한때 2.95%대까지 낮아졌다. 전장 종가는 3.003%였다.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도 한때 270포인트까지 낙폭을 확대했다가 줄였다.

반면 달러화는 원화에 대해서 1,077.25원에서 1,081.24원으로 올랐다.

전날 달러화는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이 예상보다 비둘기적으로 해석됐지만, 이탈리아 정치 불안 등으로 엔화에 내렸고 유로화에는 올랐다.

전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성명에서 수입산 자동차와 트럭, 부품 등에 대해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해 조사할 것을 상무부 장관에게 지시했다고 밝혔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올해 3월 미국이 철강과 알루미늄에 각각 25%, 10%의 관세를 부과할 때 적용한 법률이다.

BBH는 "아시아장 초반에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번 철강과 알루미늄의 경우와 같이 자동차 관세 부과에 대해서 다시 포문을 열었다"며 "아시아에서 자동차주가 많이 내렸다"고 설명했다.

BBH는 "과거 보호무역주의와 달러 변동성, 주요 시장으로 진입 필요 등이 아시아와 유럽 자동차 생산업체들의 생산기지를 미국 내에 두도록 유도했다"며 "하지만 미국의 국가 안보에 근거한 보호무역주의 확산은 최근 미국과 중국 간 무역 긴장이 완화됐음에도 자유무역 시스템을 계속 붕괴시키고 있다"고 강조했다.

라보뱅크는 9~12개월 안에 달러가 엔화에 112엔까지 오를 것이라며 일본 경제지표가 아주 밝지 않은 데다 새로운 위험 선호 분위기 환경이 조성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내다봤다.

유로화는 이탈리아 정치 불안에 대한 피로감과 달러의 전반적인 약세 덕분에 달러에 상승했다.

전날 세르지오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이 연정을 구성하려는 두 포퓰리즘 정당 오성운동과 동맹의 추천을 받은 주세페 콘테 후보를 총리로 승인했다.

이날 10년물 이탈리아 국채금리는 1.7bp 내린 2.4%에서 거래됐다.

파운드화는 영국 소매판매 지표 호조로 달러에 한때 1.34214달러까지 올랐다가 1.33832달러로 낮아졌다.

영국의 4월 소매판매가 전월대비 1.6% 증가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인 0.8% 증가를 웃도는 수치다. 영국 소매판매는 3월에 1.2% 감소했다.

이날 미 경제지표는 혼재됐다.

지난 19일로 끝난 주간의 미국 실업보험청구자수가 2주 연속 늘었지만 역대로 낮은 수준을 유지해, 고용시장 호조를 재확인해줬다.

미 노동부는 실업보험청구자수가 전주에서 1만1천 명 늘어난 23만4천 명(계절 조정치)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7주 최고치다. 시장 예상치는 22만 명이었다.

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NAR)는 4월 기존 주택판매(계절조정치)가 전월 대비 2.5% 감소한 546만 채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전문가 전망치는 555만 채였다.

NAR의 로렌서 윤 수석 경제학자는 "대부분 지역에서 판매가 부진한 원인은 강한 수요를 맞출 수 있는 재고가 부족했던 점"이라며 "재고 부족은 최근 몇 년보다 더 심화했으며, 주택가격도 많은 수요자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보다 높다"고 말했다.

4월 기존주택 중간 판매가격은 전년 대비 5.3% 상승한 25만7천900 달러를 나타냈다. 주택가격 상승세는 5년째다. 중간 판매가격은 물가가 반영되지 않는다.

프레디 맥의 샘 카터 수석 경제학자는 "다음 두세 달이 진짜로 중요하다"며 "시장이 고금리, 높은 가격, 높은 유가 등의 부담에도 성장 추진력을 지속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진단했다.

네이션와이드 보험의 데이비드 버슨 수석 경제학자는 "올해는 이번 주기에서 판매가 정점을 기록하는 해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달러화는 오후 들어 뉴욕증시가 횡보하면서 엔화에 게걸음 장세를 보였다. 유로화도 달러화에 큰 변동을 보이지 않았다.

전일 비둘기 성향의 5월 FOMC 의사록 이후 나온 연준 위원들의 일관된 발언은 회담 취소로 놀란 금융시장 심리를 다독여줬다.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의 라파엘 보스틱 총재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을 취소한 것과 수입품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려는 것은 "놀랍고" "미 경기의 하강 위험"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보스틱 총재는 또 연준이 금리 인상기의 막바지에 가까이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소위 중립금리가 약 2.25~2.75% 정도라며 이는 연준의 연방기금(FF) 금리가 3~5번 정도 더 오를 수 있다는 의미라고 풀이했다.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 연은 총재는 "2019년에 연준의 금리 인상 주기가 종료될 수도 있다"며 "중립금리를 향해 가까이 가고 있다"고 말했다.

하커 총재는 "만약 물가가 가속하는 것이 보인다면 올해 네 차례 금리를 올리는 데 찬성하겠지만 먼저 그러한 증거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하커 총재는 또 물가가 "2% 근처에 가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가속도와 감속도가 중요하다"면서 "서서히 2.25%로 오르는 것과 갑자기 2%를 넘어서 가속하는 것은 다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로버트 카플란 댈러스 연은 총재도 연준이 2.5~2.75% 사이의 중립금리 도달 전에 네 차례 이상 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고 발언했다.

카플란 총재는 "물가가 2% 근처에서 움직이길 원하며 만약 그 위로 올라간다고 해도 장기적인 것이 아니라 단기적인 것이기 때문에 견딜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만약 이것이 장기적이라고 생각했다면 전망이 바뀌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또 카플란 총재는 "터키와 아르헨티나와 같은 신흥국 경제에 연준의 금리 인상이 미칠 영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터키 리라화는 전날 중앙은행의 긴급 정책금리 인상에도 이날 약세를 재개했다. 전문가들은 중앙은행이 다시 금리 인상 등의 조치에 나설 것으로 내다봤다.

달러화는 터키 리라화에 대해서 4.7981까지 올랐다가 4.6976 수준으로 내렸다.

전략가들은 지정학적 위험에 따른 안전 선호 분위기 속에서도 중앙은행 정책과 경제 기초여건을 주목하는 모습을 보였다.

FXTM의 자밀 아메드 세계 헤드는 "트럼프의 정상회담 취소 후에 엔화 수요가 크게 늘었고, 금도 높이 올라가면서 안전 선호가 강해졌다"며 "거래자들은 위험자산에 덜 끌리고 안전자산을 찾는 분위기를 보인다"고 설명했다.

스코셔뱅크늬 샤운 오스본 전략가는 "전일 FOMC에서 물가가 일시적으로 목표를 넘도록 놔두겠다는 비둘기 편향성이 나타난 것은 금리를 급히 올리지 않겠다는 의미"라며 "연준은 곧 금리 인상이 적절하다는 태도를 보였지만 6월 인상에 대한 기대도 소폭 낮아졌고, 12월 기대는 더 부진해졌다"고 강조했다.

CME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선물은 올해 총 네 차례 금리 인상 가능성을 37% 반영했다. 일주일 전에는 50% 이상이었다.

오스본은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가 내리면서, 시장의 금리 상승 강박관념이 약해진 것은 달러 강세 하에서 금리를 인상할 유인이 약해졌다는 점을 시사한다"며 "달러는 앞으로 추가 상승에 고전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10년물 미 국채금리는 2.98%로 거래 수준을 높여서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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