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이종혁 특파원 = 미 국채 가격은 북한과 미국의 정상회담 무산, 무역 갈등 고조, 유가 하락 등으로 올랐다.

마켓워치·다우존스-트레이드웹에 따르면 24일 오후 3시(미 동부시간) 무렵 뉴욕 채권시장에서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전장보다 2.2bp 내린 2.981%에 거래됐다.

국채수익률은 가격과 반대로 움직인다.

국채가는 비둘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다 무역 긴장 재고조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로 상승 출발한 뒤 북미 정상회담 무산 소식에 추가로 올랐다.

시장은 재무부의 국채 입찰, 미국의 무역협상 영향, 북미정상회담 진행 과정, 뉴욕증시와 유가 동향,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위원 연설 등을 주목했다.

미국 재무부는 앞서 이틀간 2년물 330억 달러와 5년물 360억 달러어치 국채를 입찰한 데 이어 이날 7년물 국채 300억 달러를 공급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공개한 편지에서 "슬프게도 김 위원장이 최근 성명에서 보여준 엄청난 분노와 적개심 때문에, 나는 이번에 오랫동안 계획한 정상회담이 적절하지 않다는 점을 느낀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은 북한의 핵 능력에 관해 이야기했지만, 우리의 핵 능력은 더 강력하다"며 "(미국의 핵이)절대 사용되지 않기를 기도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지만 "언젠가 김 위원장을 만나기를 매우 고대한다"며 "마음이 바뀐다면 주저하지 말고 전화하거나 편지를 달라"고도 해, 여지를 열어뒀다.

이에 따라, 안전자산인 금과 엔화, 스위스프랑화가 오르고, 위험자산인 뉴욕증시 등이 내리는 양상이 나타났다.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한때 270포인트까지 낙폭을 확대했다가 줄였다.

반면 달러화는 원화에 대해서 1,077.25원에서 1,081.24원으로 올랐다.

MUFG 증권의 토마스 로스 매니징 디렉터는 "모든 것들이 투자자들을 놀라게 했다"며 "모든 것들이 함께 벌어지면서 어떤 영향인지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전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성명에서 수입품 자동차와 트럭, 부품 등에 대해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해 조사할 것을 상무부 장관에게 지시했다고 밝혔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올해 3월 미국이 철강과 알루미늄에 각각 25%, 10%의 관세를 부과할 때 적용한 법률이다. 이 여파로 아시아에서 자동차주가 일제히 하락했다.

전날 국채가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의사록이 비둘기로 해석된 데다 지정학적 우려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 유가 하락 등으로 올랐다.

FOMC 의사록에 따르면 연준 위원들은 경기가 예상대로 움직인다면 "위원회가 조만간(soon) 또 다른 단계를 밟는 것이 적절할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물가의 최근 상승이 일시적일 수 있다는 진단을 내놨다. 이 점이 비둘기적으로 해석됐다.

이날 미 경제지표는 혼재됐다.

지난 19일로 끝난 주간의 미국 실업보험청구자수가 2주 연속 늘었지만 역대로 낮은 수준을 유지해, 고용시장 호조를 재확인해줬다.

미 노동부는 실업보험청구자수가 전주에서 1만1천 명 늘어난 23만4천 명(계절 조정치)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7주 최고치다. 시장 예상치는 22만 명이었다.

변동성이 덜한 4주 이동평균 실업보험청구자 수도 6천250명 늘어난 21만9천750 명에 달했다. 이는 1973년 12월 이후 최저치다.

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NAR)는 4월 기존 주택판매(계절조정치)가 전월 대비 2.5% 감소한 546만 채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전문가 전망치는 555만 채였다.

NAR의 로렌서 윤 수석 경제학자는 "대부분 지역에서 판매가 부진한 원인은 강한 수요를 맞출 수 있는 재고가 부족했던 점"이라며 "재고 부족은 최근 몇 년보다 더 심화했으며, 주택가격도 많은 수요자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보다 높다"고 말했다.

4월 기존주택 중간 판매가격은 전년 대비 5.3% 상승한 25만7천900 달러를 나타냈다. 주택가격 상승세는 5년째다. 중간 판매가격은 물가가 반영되지 않는다.

프레디 맥의 샘 카터 수석 경제학자는 "다음 두세 달이 진짜로 중요하다"며 "시장이 고금리, 높은 가격, 높은 유가 등의 부담에도 성장 추진력을 지속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진단했다.

네이션와이드 보험의 데이비드 버슨 수석 경제학자는 "올해는 이번 주기에서 판매가 정점을 기록하는 해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채가는 오후 들어 뉴욕증시가 횡보하고, 국채 입찰에서 보통 이상의 수요가 확인됐음에도 오름폭을 줄였다.

미 재무부는 7년물 국채를 2.930%에서 발행했다. 포괄적인 수요를 보여주는 응찰률은 2.62배를 나타냈다. 해외 중앙은행 등의 수요를 가늠해볼 수 있는 간접 낙찰률은 65.5%를, 직접 낙찰률은 12.9%를 기록했다. 이날 간접 낙찰률 수준은 지난 여섯 번의 평균인 63.5%를 웃돌았다.

뉴욕 유가는 전날 원유 재고 큰 폭 증가에 이어 석유수출국기구(OPEC) 등 산유국의 감산 완화 가능성으로 가파르게 하락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7월물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1.6% 하락한 70.71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최근 2주래 가장 낮은 가격이다.

전일 비둘기 성향의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의사록 이후 이날 나온 연준 위원들 발언은 회담 취소로 놀란 시장 심리를 다독여줬다.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의 라파엘 보스틱 총재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을 취소한 것과 수입품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려는 것은 "놀랍고" "미 경기의 하강 위험"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보스틱 총재는 다만 연준이 금리 인상기의 막바지에 가까이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소위 중립금리가 약 2.25~2.75% 정도라며 이는 연준의 연방기금(FF) 금리가 3~5번 정도 더 오를 수 있다는 의미라고 풀이했다.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 연은 총재도 "2019년에 연준의 금리 인상 주기가 종료될 수도 있다"며 "중립금리를 향해 가까이 가고 있다"고 말했다.

하커 총재는 "만약 물가가 가속하는 것이 보인다면 올해 네 차례 금리를 올리는 데 찬성하겠지만 먼저 그러한 증거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하커 총재는 또 물가가 "2% 근처에 가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가속도와 감속도가 중요하다"면서 "서서히 2.25%로 오르는 것과 갑자기 2%를 넘어서 가속하는 것은 다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FF 금리는 1.5~1.75%다.

앞서 로버트 카플란 댈러스 연은 총재도 연준이 2.5~2.75% 사이의 중립금리 도달 전에 네 차례 이상 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고 발언했다.

카플란 총재는 "물가가 2% 근처에서 움직이길 원하며 만약 그 위로 올라간다고 해도 장기적인 것이 아니라 단기적인 것이기 때문에 견딜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만약 이것이 장기적이라고 생각했다면 전망이 바뀌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또 카플란 총재는 "터키와 아르헨티나와 같은 신흥국 경제에 연준의 금리 인상이 미칠 영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터키 리라화는 전날 중앙은행의 긴급 정책금리 인상에도 달러화에 약세를 지속했다. 전문가들은 중앙은행이 다시 금리 인상 등의 조치에 나설 것으로 내다봤다.

달러화는 터키 리라화에 대해서 4.7981까지 올랐다가 4.69 수준으로 내렸다.

전략가들은 지정학적 위험에 따른 안전 선호 분위기 속에서도 중앙은행 정책과 경제 기초여건을 주목하는 모습을 보였다.

CME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선물은 올해 총 네 차례 금리 인상 가능성을 41% 반영했다. 일주일 전에는 51%였다.

FTN 파이낸셜의 짐 보겔 전략가는 "올해 초부터 시장은 대체로 세 시각이 고루 존재했다"며 "우선은 연준이 흐름에 뒤처져 있으므로 금리 인상 속도를 높여서 정상으로 돌아와야 한다는 부류가 가장 강경했다"고 설명했다.

보겔은 "다음 부류는 물가가 2.1% 아래서 통제될 때까지 금리 상승을 예상하는 쪽으로, 국채수익률 곡선의 비정상적인 평탄화 추진력을 제공했다"며 "하지만 이 부류는 매파 연준 위원의 발언과 첫 번째 부류에 속한 확신범의 매도 압력 때문에 금리를 높이는 쪽에 가담했다"고 설명했다.

보겔은 "앞서 두 그룹이 일치되게 움직이면서 지난 4월 말부터 지난주까지 금리를 높여왔다"며 하지만 "지금 연준이 금리가 지속해서 오른다고 우려하지 않는다면 3.5% 목표를 향한 돌진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세 번째 그룹은 예를 들어 신흥시장에서 추가 신호를 기다리면서 높아진 금리에 만족해하는 쪽"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이탈리아 정치 불안 재료는 그동안의 피로감 누적으로 힘을 못 썼다.

10년물 이탈리아 국채수익률은 1.7bp 내린 2.4%에서 거래됐고, 유로화도 달러에 강세를 보였다. 이날 달러는 회담 취소와 무역 갈등으로 주요 통화에 내렸다.

같은 만기 스페인 국채수익률과 독일 국채수익률도 모두 내렸다. 각각 5bp 낮은 1.394%와 2.9% 하락한 0.469%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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