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금리가 오르면 돈 있는 사람들은 좋다. 이자 소득이 늘어나니 말이다. 반대로 빚을 진 사람들에게는 금리 인상이 고통스러울 뿐이다.

그래서 각국 중앙은행은 경기가 좋아서 시중에 돈이 잘 흐를 때야 비로소 정책금리를 올린다. 경기가 둔화해 돈이 흐르지도 않는데 무작정 금리만 올려놓으면 그 어려움은 고스란히 경제 취약 계층의 몫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지난 24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이달 기준금리를 1.50%로 동결했다.

이로써 기준금리는 지난해 11월 1.50%로 인상한 후 6개월째 제자리다. 미국의 금리 인상 기조로 한·미 금리 차가 더욱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에도 우리 통화당국은 쉽사리 금리를 올리지 못하고 있다. 경기 회복에 대한 명확한 자신감이 없어서다.

그도 그럴 것이 고용이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다. 지난 4월 취업자 수는 12만3천 명 증가에 그치면서 3개월째 10만 명대에 머물렀다. 이러한 고용 지표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악으로 평가받고 있다.

일부에서는 최저임금 상승과 고용 부진을 연결지으려 하지만, 이와 관련된 유의미한 분석은 아직 없어 속단하기엔 이르다.

소득 주도 성장은 시대적 요구다. 최저임금 상승을 강제로 억제하면서까지 고용을 늘릴 필요는 없다. 고용의 질만 떨어질 뿐이다.

다만 시차를 두고 경기상황을 충분히 고려하면서 최저임금을 올릴 필요가 있다는 데는 대부분의 경제전문가가 동의하고 있다. 최저인금 인상이라는 틀은 유지하되 속도 조절을 하자는 의미로 해석된다.

여하튼 경기 둔화의 시그널은 고용뿐만 아니다. 수출도 빨간불이 켜졌다. 4월 수출은 전년 대비 1.5% 감소하면서 18개월 만에 하락했다. 기저효과라는 정부의 설명에도 경기 둔화 우려를 걱정해야 하는 대목이다.

3월 산업생산은 26개월 만에 최대 폭으로 줄었다. 두 달 연속 감소세를 이어가자 경기 회복 흐름이 꺾인 게 아니냐는 분석이 학계를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여기에 신흥국의 경제위기 가능성과 국제유가 상승 등 대외 변수 등도 국내 경기 회복에 우호적이지 않다.

이처럼 여러 경기 둔화 시그널이 감지되고 있지만, 정부는 당초 목표한 3% 성장 경로를 유지하고 있다.

각종 경기 지표를 통한 산술적 계산을 통한 것이 아니라 플러스알파인 '정책 의지'를 담고 있는 성장 목표치다.

설사 올해 3% 성장을 달성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정부를 무조건 비난하기도 어렵다. 열심히 공부한 학생이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다고 잘못했다고 질책할 순 없지 않은가. 열심히 해 보지도 않았다면 당연히 지적받아야겠지만 말이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최근 이를 의식한 탓인지 여러 채널을 통해 현 경기상황 인식을 국민과 열심히 공유하려 하고 있다.

김 부총리는 일단 올해 3% 경제성장 목표를 수정할 계획이 없다는 점을 국민에게 분명히 알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올해 1분기 경제가 1.1% 성장해 크게 나쁘지 않은 데다, 늦었지만 추경 집행도 가능하다는 이유 때문이다.

여기에 남북 화해 무드 조성 등 손에 잡히지 않는 정치적 산물도 경기 회복에 마중물이 될 수 있다는 판단도 깔린 듯하다.

정부 예상대로 우리 경제가 3% 성장을 했으면 좋겠다. 뒷걸음치는 것보다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좋지 않은가. 그렇다고 3% 성장에서 조금 못 미치면 어떤가. 대기업만 향유하는 성장보단 자본가와 노동자, 자영업자 모두 과실을 나누는 '착한 성장'도 우리 시대의 중요한 가치다.

특정 이익 집단만 배를 불리는 3%대 성장보단, 분배와 공정의 정의가 실현되는 2.9%대 착한 성장을 대다수 국민은 더 반길 것이다. (정책금융부 부장)

sg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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