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유럽중앙은행(ECB)의 출구전략이 무역 갈등과 경제지표 부진 등으로 지연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2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ECB 위원들은 지난달 25~26일 열렸던 통화정책회의 의사록에서 보호무역주의가 고조되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출구전략에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고 요구했다.

ECB 위원들은 무역 갈등이 기업과 가계의 심리를 훼손할 수 있고 환율에 무질서한 움직임을 촉발할 수 있으며 금융시장에 변동성을 고조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유럽연합(EU)의 철강과 알루미늄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해왔으며, 내달 1일 EU에 대한 관세 부과 유예 기간이 만료될 예정이다.

이로 인해 미국과 EU 간 갈등이 커지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수입 자동차 등에 대해 관세 부과를 검토하기 위한 조사에 착수하도록 지시해 글로벌 무역 갈등은 더욱 심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무역 갈등이 심화할 경우 ECB는 올해 9월 말 종료되는 자산매입 프로그램을 연장할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WSJ은 분석했다.

경제지표 부진도 ECB의 출구전략에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ECB는 지난 4월 의사록에서 유로존 경제가 기본적으로 탄탄하다는 데 자신감을 표하고, 연초 나타나는 지표 부진은 작년 가파른 경기 회복에 따른 "정상화" 과정이며, 날씨나 파업 등과 같은 일시적 요인에 의해 나타난 결과로 치부했다.

그러나 최근 발표되는 유로존의 경제지표는 경기 부진이 일시적이지 않음을 시사하고 있다.

유로존의 5월 제조업 PMI 예비치는 55.5로 전월치인 56.2를 밑돌았고, 서비스업 PMI도 53.9로 전월치 54.7보다 낮았다. 이에 따라 합성 PMI는 54.1로 18개월래 최저로 떨어졌다.

유로존의 근원 소비자물가는 지난 4월 0.7% 오르는 그쳐 여전히 중앙은행의 목표치인 2% 바로 밑을 크게 밑돌고 있다. 근원 인플레 0.7%는 ECB가 2015년 초 채권 매입 프로그램을 시작할 때와 비슷한 수준이다.

이탈리아의 정치적 불확실성도 ECB에는 부담이다.

이탈리아의 새 연립정부를 이끄는 두 포퓰리즘 정당은 ECB에 비판적이며 대규모 재정적자를 야기하는 국정 계획안을 내놓으며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이탈리아의 국채금리는 지난 3주간 60bp 이상 올랐으며 이에 스페인, 포르투갈의 국채금리도 동반 상승했다.

ECB는 채권 매입 프로그램을 연장해 이들 유로존 주변국들의 금리 상승 압박을 완화할 수도 있다.

ING의 카스텐 브리제스키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의사록에서 "ECB가 현재의 통화정책 스탠스를 바꾸는 데 서두르지 않을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는 "유가 급등과 이탈리아의 정치 상황이 ECB의 테이퍼링을 추가로 복잡하게 만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WSJ은 다만 ECB가 출구전략을 늦출 경우 이는 '위험한' 일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ECB가 매입할 수 있는 채권의 한도에 빠르게 다다르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ECB가 한도를 상향하거나 조정해 스스로 정한 규정을 깰 경우 ECB는 소송에 부닥칠 위험도 있다는 게 WSJ의 지적이다.

여기에 ECB의 자산매입 프로그램이 너무 오랫동안 지속함에 따라 발생하는 부작용에 대한 당국자들의 우려도 커질 전망이다.

ys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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