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영 기자 = 한국에 PB(프라이빗뱅킹) 서비스를 최초로 소개하면서 PB명가로 꼽히던 씨티가 숨겨뒀던 FX스페셜리스트를 공개했다

서울외환시장에서 25년간 베테랑 딜러로 트레이딩해 온 류현정 부장이다.

류 부장은 트레이딩룸에서 종로구 신문로의 소비자금융그룹으로 자리를 옮겨 FX스페셜리스트로서 고객들의 해외·외환투자 조언을 직접 해준다.

류 부장은 11일 연합인포맥스와 만나 "저금리 기조가 지속하면서 투자자산 다변화 차원에서 해외투자가 늘고 있다"며 "업무 형태는 트레이딩할 때와 달라졌지만, 외환시장을 토대로 하는 업무 내용은 같아 앞으로 트레이딩 경험이 필요한 고객이 있다면 투자 업무에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고액자산가들조차 쉽게 만날 수 없었던 대형은행의 메인 트레이더를 직접 만날 수 있도록 한 씨티의 도전은 파격에 가깝다.

다음은 류현정 씨티은행 부장과의 일문일답.



--트레이딩을 오래 하셨는데 얼마 만에 옮기신 건가.

▲25년만에 업무가 바뀌었다. (4반세기 만에, 웃음) 업무 형태는 바뀌었지만 내용은 같다. 개인 금융부문에서 해야 하는 역할은 외환전문가, FX스페셜리스트다. 개인고객의 외환거래 어드바이저, 외환시장 정보를 제공하고, 해외투자 지원과 상담 등을 한다. 소비자금융 안에 있던 외환팀을 도와 개인들의 외환거래 시스템, 절차를 개선하고, 고객서비스 퀄리티를 높일 수 있도록 하겠다.

--FX스페셜리스트 서비스의 차별화된 점은 뭔가.

▲보통 은행이 1대1 서비스를 하더라도 자산가들이 베테랑 딜러를 못 만난다. 하지만 앞으로 씨티는 전문가로 구성된 팀으로 지원하니까 개인 고객의 거래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영업점 망이 줄어드는 대신)인터넷, 모바일뱅킹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고, RBS(Remote banking) 서비스처럼 등록고객에 한해 은행 직원이 방문하는 서비스도 있다. 지점 대형화를 통해 자산관리 센터를 다양한 상품 채널에서 전문가들이 한 손님에게 주식, 채권, 보험, 외환 등 토털 서비스가 가능하도록 했다.

--최근 지점 폐쇄 소식이 있었다. 요즘 은행들이 많이 달라진 듯하다.

▲옛날 은행과 지금 은행은 완전히 달라졌다. 10년 전만 해도 월말에 은행 창구에 가면 번호표 100번대까지도 뽑았다. 그것마저 없을 시절에는 줄을 섰다. 그 때 빽빽하던 은행 객장이 지금은 한산하지 않나. 총 거래의 95% 이상이 비대면으로 이뤄질 정도로 지점에 갈 일이 없다. 과거에는 지점수 늘리던 은행들도 이제는 줄이는 추세다. 씨티가 지점을 드라마틱하게 줄였지만 그 대신 지점을 뭉쳐 70~80명 있는 지점으로 트랜스포메이션해 대형화, 전문화했다.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 외화자산 투자가 늘고 있다.

▲장기적 관점에서 경상수지도 중요하지만 투자수지 변동이 중요할 것이다. 투자수지가 적자다. 내국인 해외증권투자가 역대 두 번째로 최고 수준이다. 앞으로 투자수지 변동을 일으킬 수 있는 글로벌 투자 환경변화를 잘 지켜봐야 한다. 외환시장도 최근 3년간 마켓 방향성을 결정한 건 글로벌 달러 동향이었다.

--우리나라도 일본처럼 해외투자가 활성화 될 것으로 보나.

▲대만, 일본 같은 투자 형태가 앞으로 가능하다. 다만, 우리는 캐피털 컨트롤(자본 규제)이 있다. 내국인은 원화 펀딩해서 해외투자가 가능하지만, 외국인이 원화 펀딩해서 국내 투자하는 것은 극히 제한적이다. 이머징마켓 중 한국이 가장 저금리인 점을 고려하면 지속적으로 외화투자가 늘어날 것으로 본다. 과거처럼 무분별한 투자가 아니라 투자자산 다변화 차원의 우량 외화자산 중심으로 이뤄지면 부정적인 것은 아니다.

--소매금융 분야로 오고 나서 생활 크게 달라졌나.

▲전에는 외환시장과 나와의 관계만 봤다. 시장 거래를 하고, 막히면 끊임없이 내 뷰를 적응시켜 가는 게 일이었다면 지금은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고객을 위해 본다. 호흡은 좀 달라졌다. 매 순간순간 대응이 아니라 긴 흐름을 보고 추세와 투자 기회를 찾는다.

--국내 투자자들이 새롭게 FX투자에 접근할 수 있을까.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현재의 저금리 상황이 단기적으로 끝날 상황이 아니다. 저금리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해법은 보다 다양한 투자처를 발굴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해외투자시 외환은 가교 구실을 할 수 있다.

다만, 개인이 외환 거래하는 것에 대한 인식이 아직은 부정적이다. 홍콩, 싱가포르 등은 외환이 은행의 입장에서 개인 금융 영업의 중요한 수단이고, 투자자 입장에서도 중요한 투자 툴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거시건전성 확보를 위해 기업들조차도 실수요 범위 내에서 선물환 거래를 하게 돼 있고, 개인의 경우 옵션 매도나 외화차입 등은 쉽지 않다.

예를 들어 프리미엄어카운트의 경우 자신이 보유한 현금 내에서 옵션 매도가 내재해 있는 상품인데 우리나라는 할 수 없다. 또 론스위치라는 저금리 통화, 약세 예상 통화로 차입해서 고금리 통화, 강세 예상되는 통화로 운용하는 것도 있다. 레버리지가 아니라 현금 범위내에서 투자해서 위험이 제한적이라 하더라도 우리나라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과거에 프리미엄어카운트, 론스위치 등이 없었던 것은 아닌데 금융위기 지나면서 막힌 상황이다.

물론 불완전판매나 외환시장 규제에 어려움을 줄 수도 있어 아직은 쉽지 않은 듯하다. 하지만 투자자 입장에서는 위험한 상품이 아님에도 선택권이 없어 아쉽다.

--외환투자의 장점과 유의해야 할 점이 있다면.

▲환율 변동성에 부정적인 인식이 있다. 예컨대 해외 주식을 샀다면 주가는 안 변해도 환율이 변하면서 수익성에 영향을 준다. 긴 흐름에서 놓고 보면 환율은 오히려 변동성을 완화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미국 달러표시 주식을 샀을 때 글로벌 금융위기가 와서 미국 주가가 3분의 1 이상 떨어졌다면, 달러-원 환율이 900원에서 1,600원으로 오르면 가격 하락을 환율로 커버한다. 우량 외화자산의 경기방어적, 리스크방어적 성격이 있다. 단기적으로는 환율 변동성이 유의할 점이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는데 우량 외화자산이 전체 포트폴리오 밸류를 안정화할 수 있다.

--선뜻 외환딜러를 내려놓고 자리를 옮기기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상품은 제한적이지만 해외투자가 증가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소비자금융본부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컸다. 우리나라 금융자산이 전 세계에서 1%밖에 안된다. 상대적으로 큰 금융시장으로 나갈 수 있는 채널이 외환투자, 해외투자가 될 것으로 본다. 고객들이 오버슈팅된 상태에서 지나치게 추격 매매하는 것은 자제하고, 큰 흐름에서 볼 수 있도록 돕고자 한다. 짧은 시각으로 1~2%에 연연하면, 투자 기회를 놓칠 수도 있고, 그동안 모은 것을 다 깎아 먹을 수도 있어 조심해야 한다.

--글로벌 긴축 기조가 시작되고 있는데 큰 흐름은 어찌 보나.

▲영국, 캐나다, 유럽(EU) 등 우리나라도 해당하겠지만 통화정책의 노선 변화에 대한 언급이 나오고 있다. 미국 달러화와 금리 인상에 상대적 덜 불편한 상황이라고 본다. 미국만 금리를 올리던 상황보다 충격이 덜 할 수 있다. 미국 국채 금리도 상승분을 어느 정도 반납했다.

달러 밸류에이션은 아래쪽은 계속 지지가 되겠지만 추가 상승의 가장 큰 동인이던 트럼프 정책이 어느 정도 수준으로 나올지가 관건이다.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좀 의외다. 과거와 달리 영향이 커져 있는데 외환시장 반응은 아직 크지 않다. 하지만 달러 매수 쪽으로 투자하는 해외투자자들이 원화, 이머징통화에 중요한 화두로 볼 수 있다.

달러-원 환율 상단은 지난해 연말에 전망됐던 1,250.00~1,300.00원에 못 미칠 것으로 본다. 트럼프가 온 힘을 다해서 무역수지 적자 해소, 제조업 살리기에 나서면서 달러화 강세를 방관하지는 않을 것이다. 달러-원 환율 상단을 연말 예상치보다는 낮춰잡아야 할 것이다.

--고객을 직접 만나본 소감은 어떤가.

▲일반투자자들은 스펙트럼이 넓다. 눈높이의 차이를 맞추는 게 어렵다. 쉽게 설명해 드렸는데 손님은 쉽지 않을 수도 있고, 반대로 쉽게 설명했는데 손님 수준이 너무 높아서 지루하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처음 만난 분들이 많아 스펙트럼이 어느 쪽에 속해 있는지 알기 어렵다. 1대 다수로 만나니까 잘 조절해야 한다.

또 다른 어려운 점은 숫자만 기억하는 고객이 많다는 점이다. 시장 상황, 뉴스, 전망 등을 이야기해도 숫자만 딱 기억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1,120.00~1,180.00원이라고 예상하면 중간 이하면 살 기회, 중간 이상이면 팔 기회 정도로 보면 된다. 이걸 잘 전달하기가 어렵다.

--일과는 어떤가.

▲시장은 매일 매일 달라진다. 전처럼 숫자나 용어 등이 자동으로 나오지 않아서 걱정이다. 지금까지 매일 숫자를 의식하며 살아왔다. 이제는 10억달러 단위로만 기억나서 수치를 틀리지 않도록 신경을 쓴다. 시장을 보는 느낌도 과거와 다르다. 포지션 없이 시장을 관조하는 입장인데 전에는 강하고, 날카로운 스트레스였다면 지금은 완만한 큰 파도 같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시장에 대한 감을 잊지 않으려고 오전에는 트레이딩룸으로 출근했다가 오후에는 소비자금융그룹으로 온다. 시간도 걸리고 불편하지만, 트레이더들의 이야기를 항상 듣고, 시장 베이스를 유지하려 노력한다.

--새로운 업무에 대한 설레는 점이나 향후 포부.

▲25년간 해 온 일과 다른 방향을 본다는 점에서 스스로 다르게 움직이는 계기로 보고 있다. 트레이딩은 매일 결과가 보이지만 이 일은 그렇지 않다. 지금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자는 생각이다. 개인투자자 외환거래의 등대, 아이콘 이런 게 되고 싶은데 아무래도 먼 길 같기도 하고(웃음).

syj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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