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신윤우 기자 = 일부 메릴린치 영업직원(브로커)들이 급여삭감을 앞두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4일(미국시간) 보도했다.

신문은 모회사인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새로 내놓은 보상 프로그램 때문이라며 특정 영업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직원에게 제재를 가하는 내용이 담겨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브로커, 즉 금융 자문역들에게 기존 업무가 아닌 교차 판매를 하도록 강요하는 데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BOA는 지난해 말 1만7천 명의 메릴린치 자문역들에게 적용할 보수 지급 체계를 발표했다.

은행 예금을 늘리고 더 많은 고객을 모기지나 신용 카드와 같은 소매 금융 상품으로 이끄는 데 방점이 찍혀 있는 보상 체계로 평가된다.

메릴린치에 오랫동안 몸담아온 한 브로커는 "꼴사나워질 것"이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하지만 경영진은 이런 변화에 만족하는 분위기다.

메릴린치 웰스매니지먼트의 앤디 지크 헤드는 "새 보수 프로그램이 바라던 효과를 내고 있다"며 "자문역들이 고객 유치를 우선순위로 두고 더 많은 고객을 BOA로 이끌고 있다"고 말했다.

신문은 실적 개선을 기대하는 주주들에겐 좋은 소식이라며 더 많은 고객 자산이 유입되고 브로커의 퇴직이나 이직에도 고객이 함께 움직일 가능성이 작아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월가 자문역들은 자신이 창출한 수수료의 일정 비율을 수익으로 가져간다.

메릴린치의 자문역들은 연평균 100만 달러의 수수료를 벌어들이는데 이 중 42%를 가져가는 경우 42만 달러를 수익으로 챙기게 된다.

하지만 메릴린치가 새로 내놓은 보상 체계는 매출뿐만 아니라 예금 및 대출, 고객 유치 실적 등도 함께 고려해 보수를 정산하도록 했다.

따라서 영업 목표 달성에 실패한 브로커는 1년 동안 100만 달러를 벌어도 성과급이 최대 1만 달러 삭감돼 월급이 줄어든다.

다만, 목표한 실적을 채웠을 경우 성과급이 늘어 월급이 오른다.

메릴린치는 월급에 변화가 생기는 브로커가 몇 명인지 밝히지 않았으나 수백 명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 자문역은 이런 변화에 따른 압박이 크다며 고객들에게 원치 않는 상품을 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메릴린치에서 26년간 자문역으로 일하다가 최근 회사를 떠난 에머슨 햄은 "왜 메릴린치를 비롯한 은행들이 이런 정책을 도입하는지 이해한다"면서도 "고객에게 어떤 금융 상품이 적합한지는 자문역이 판단할 문제"라고 꼬집었다.

ywsh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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