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오진우 특파원 = 뉴욕 유가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이 증산 논의를 시작할 것이 확실시되면서 급락했다.

26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7월물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2.83달러(4.0%) 급락한 67.88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이는 지난 1일 이후 가장 낮은 가격이다.

WTI는 이번 주 4.9% 하락했다.

시장 참가자들은 OPEC과 러시아 등 비(非)OPEC 산유국의 증산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등 핵심 산유국 관계자들이 증산 논의를 기정사실로 했다.

러시아 현지 언론에 따르면 알렉산드르 노박 러시아 에너지부 장관은 주요 산유국들이 조만간 산유량 제한 조치를 완화하기 위한 논의를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감산 합의를 종료를 진지하게 고려하고, 점진적으로 산유량을 늘릴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고 말했다.

노박 장관은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국제경제 포럼에서 칼리드 알 팔리 사우디 에너지산업광물부 장관 등과 만나 이런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러시아와 사우디 장관이 감산 합의를 완화하기 위한 논의를 하기로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저널은 또 사우디아라비아가 쿠웨이트와 셰브런이 운영하는 유전의 생산을 재개하기 위한 논의를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해당 유전은 생산 종료 이전 하루평균 50만 배럴을 생산하던 곳으로 사우디와 쿠웨이트는 약 3년 전부터 생산을 중단한 상태다.

저널은 사우디의 이런 움직임은 증산을 준비하기 위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일부에서는 사우디 등 산유국이 하루 100만 배럴 증산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주요 산유국은 지난 2016년 말 하루평균 180만 배럴을 줄이기로 합의했던 바 있다.

또 일부에서는 증산 규모가 30만 배럴에서 80만 배럴 사이일 것이란 전망을 하기도 했다.

OPEC과 주요 산유국은 다음 달 22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장관 회의를 열 예정이다.

미국의 산유량 증가에 대한 부담도 유가 하락세를 더욱 깊게 했다.

미국 원유시추업체 베이커 휴즈가 발표한 이번주 미국 내 운영되는 원유채굴장비 수는 전주보다 15개 늘어난 859개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2월 9일로 끝난 주간 이후 가장 큰 증가 폭이다.

원유채굴장비의 증가는 미국 산유량 증가 가능성을 나타내는 징표로 읽힌다.

원유시장 전문가들은 이미 원유 매수 포지션이 매우 깊었던 데다, '메모리얼데이' 연휴도 앞둔 만큼 포지션 청산 움직임도 활발한 것으로 진단했다.

세븐리포트의 타일러 리치 공동 편집자는 "증산이 가능하다는 발언들은 유가를 내림세로 전환하는 게임체인저는 아닐 것"이라며 "다만 과도하게 많은 원유 매수 포지션의 청산 이유는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매수 포지션 청산으로 유가가 몇 달러 더 하락할 수는 있을 것"이라면서도 WTI가 배럴당 66달러에서 68달러 사이에서 강한 지지력을 보일 것으로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유가가 당분간 배럴당 80달러 부근을 한 조정 장세를 보일 수 있다고 봤다.

클리퍼데이터의 맷 스미스 상품 분석 담당자는 "유가가 너무 빠르게 많이 올랐다"며 "산유국들은 배럴당 80달러 선 부근에서 유가를 안정시키려고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80달러는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은 적절한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jw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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