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이종혁 특파원 = 미 국채 가격은 지정학적 위험과 경제지표 부진 등으로 안전자산 선호가 강해져 올랐다.

마켓워치·다우존스-트레이드웹에 따르면 25일 오후 2시(미 동부시간) 무렵 뉴욕 채권시장에서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전장보다 4.9bp 내린 2.931%에 거래됐다. 이번 주 13.6bp 내렸으며 지난해 4월 이후 가장 큰 낙폭이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전장보다 3.2bp 낮은 2.480%에서 움직였다. 한 주간 6.8bp 하락했으며, 주간 낙폭은 지난 2월 9일 이후 제일 크다.

3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전장보다 3.8bp 하락한 3.098%에서 거래됐다. 이번 주 11.8bp 낮아졌으며 2016년 7월 이후 최대폭이다.

10년과 2년 만기 국채수익률 격차는 전날 46.9bp에서 45.1bp로 좁혀졌다.

국채수익률은 가격과 반대로 움직인다.

국채가는 이날 조기 폐장을 앞두고 이탈리아 정치 불확실성과 경제지표 부진, 유가 급락 등으로 상승 출발했다.

뉴욕 채권시장은 다음날부터 주말과 '메모리얼 데이'까지 사흘간 휴장한다.

시장은 유럽발 지정학적 위험, 미국의 무역협상 영향, 북미정상회담 진행 과정, 뉴욕증시와 유가 동향,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위원 연설 등을 주목했다.

이탈리아에서 포퓰리즘 정부가 탄생하는 것에 대한 불안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이날 10년물 독일 국채수익률은 6.1bp 내린 0.405%에 거래됐다.

반면 같은 만기 이탈리아 국채수익률은 5.5bp 상승한 2.452%에서 움직였다. 양국 국채수익률 차이는 11.6bp 벌어진 205bp에 달했다.

전략가들은 이탈리아 총리가 결정되면서 향후 어떤 내각을 꾸릴지가 다시 불안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며 또 북한 문제, 무역 긴장 등의 지정학적 악재가 부각되는 등 시장 분위기가 지난주와 다르다고 설명했다.

전날 국채가는 북한과 미국의 정상회담 무산, 무역 갈등 고조, 유가 하락 등으로 올랐다.

북한 관련 지정학적 불안은 완화됐다.

전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려던 북미정상회담을 취소했지만, "언젠가 김정은 북한 국무 위원장을 만나기를 매우 고대하고, 전화하거나 편지를 달라"고도 언급해, 개최 여지를 열어뒀다.

북한 측도 예전과는 다른 유화적인 태도를 보여 금융시장 불안을 덜어줬다.

김계관 제1부상은 북미정상회담 취소에 대한 담화에서 "조선반도(한반도)와 인류의 평화를 위해 모든 것을 다하려는 목표와 의지에는 변함이 없으며 항상 대범하고 열린 마음으로 미국 측에 시간과 기회를 줄 용의가 있다"면서 "아무 때나 어떤 방식으로든 문제를 풀어나갈 용의가 있음을 미국에 다시금 밝힌다"고 말했다.

이날 트럼프는 다시 북한과 현재 대화를 진행 중이며 6월 12일 정상회담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수입 자동차에 대해 최대 25%의 관세를 부과하려는 미국에 세계 각국이 반발하면서 무역 긴장은 지속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성명에서 수입품 자동차와 트럭, 부품 등에 대해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해 조사할 것을 상무부 장관에게 지시했다고 밝혔다.

다만 뉴욕타임스(NYT)는 미국 정부가 중국 통신장비업체 ZTE(중싱·中興 통신)에 대한 제재를 해제하고, ZTE는 상당한 벌금과 경영진 교체 등의 조처를 하기로 했으며 관련 사안이 미 의회에 보고됐다고 보도했다.

소시에테제네랄의 키아란 오헤이건 헤드는 "이탈리아 정부 구성에 관해 언급이 없다"며 "아마도 건설적인 대화는 주말에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헤이건은 "지금까지 긍정적인 분위기가 나타나지 않는 것에 대해 놀라고 있다"며 "또 다른 정부들도 앞으로 탄생할 행정부와 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것처럼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날 발표된 미 경제지표는 부진했다.

미 상무부는 4월 내구재수주 실적이 전월 대비 1.7%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조사치는 1.5% 감소였다.

4월 내구재수주는 변동성이 큰 민간 항공기 수주가 29% 감소한 영향을 받았다. 다만 4월까지 누적 내구재수주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9.6% 증가했다.

기업 투자 지표인 항공기를 제외한 4월 비국방 자본재 수주는 전월 대비 1.0% 증가했다. 2월에는 1.8% 늘었다가 3월에는 0.1% 감소했다. 4월 개선세는 기업들이 세법변경에 대응하고 있다는 신호로 분석된다.

또 5월 미시간대 소비자태도지수 확정치는 98.0으로 전월 98.8보다 하락했다. 앞서 발표된 예비치도 98.8이었다. 시장 전망 집계치도 98.8이었다.

향후 12개월 동안 기대 인플레이션율은 전월 2.7%에서 2.8%로 올랐다. 예비치는 2.8%였다. 5-10년 동안 기대 인플레율은 전월 2.5%와 같았다. 예비치도 2.5%였다.

미시간대 소비자 서베이 부문 디렉터 리처드 커틴은 "소비자들은 실업률이 낮은 상황을 유지할 것을 봤지만, 소득 증대에 대한 기대는 지난달이나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줄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내구재나 자동차, 주택의 가격 할인에 대한 언급도 10년래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며 "이는 금리 상승과 더불어 소비 증가율이 2.6% 수준에 머물 것이란 점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국채가는 오후 들어 뉴욕증시가 혼조세를 지속하는 가운데 횡보했다.

뉴욕 유가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이 증산 논의를 시작할 것이 확실시되면서 급락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7월물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4.0% 급락한 67.88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이는 지난 1일 이후 가장 낮은 가격이다.

WTI는 이번 주 4.9% 하락했다.

전략가들은 미 국채와 유럽 국채간의 수익률 격차가 확대되는 것을 주목했다.

이는 유럽 경기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커지면서, 유럽중앙은행(ECB)이 출구전략 실행을 지연할 수밖에 없다는 진단을 확산시키기도 했다.

BMO 캐피털 마켓츠의 이안 린젠 헤드는 "유럽에도 정치적 불확실성이 있고, 트럼프는 김정은 위원장과의 정상회담 일정도 취소했다"며 "또 미 행정부의 관세 '텐트럼'에 의해 상처받은 국제 무역은 현실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중앙은행 독립성에 대해 연설했으며, 시장과 경제 전망, 금리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전략가들은 연준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의사록 등을 통해 금리 인상을 가속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인 점도 영향이 크다고 풀이했다.

CME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선물은 올해 총 네 차례 금리 인상 가능성을 32.5% 반영했다. 전 주에는 51%에 달했다.

BNY멜론의 마빈 로 선임 전략가는 "올해 두 번 더 인상이 기존 시나리오고, 올해 총 세 번이 좋다"며 "시장은 금리 인상에 대해서 과도했다"고 지적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존 히긴스 수석 시장 경제학자는 "투자자들의 전망 변화는 이번주 의사록 때문으로 보이고, 이는 일부 위원들이 무역 정책을 우려한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히긴스는 또 "연준 위원들은 물가가 목표 2%를 잠시 웃돌아도 용인하겠다는 의사를 보였다"며 "그런데도 우리는 통화정책에 관한 연준의 접근에 큰 변화가 있다고 여기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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