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환율은 통치행위의 산물이다. 문재인 정부의 1년을 되돌아보면 틀린 말이 아니다. 사람중심·소득주도 성장을 중시하는 문재인 정부의 철학이 환율에 오롯이 반영되고 있어서다. 미국이 정책금리 인상을 본격화하면서 신흥국들의 통화가치는 곤두박질치고 있지만 달러-원 환율은 뚜렷한 절상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한반도 대평화의 시대를 일컫는 '데탕트 코리아'의 달러-원 환율 관전포인트가 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달러-원 환율을 전망하려면 여태까지와는 다른 시각을 가져야 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가 워낙 극적으로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남북 최고지도자들은 만난지 한달만인 지난 26일 판문점에서 두 번째 정상 회담을 가졌다. 무산 위기로 치닫던 북미정상회담도 다음달 12일에 싱가포르에서 성사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제부터 달러-원 환율은 ◇한반도 대평화시대의 정착과 대북투자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와 달러 인덱스(U.S. Dollar Index) ◇가계부채 동향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등을 주요 변수로 삼을 것으로 점쳐졌다.



◇한반도 대평화시대의 정착과 대북 투자수요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북미정상 회담이 성사될 것으로 기대되면서 대북투자를 위한 입질이 본격화되고 있다. 일부 국제로펌 등은 벌써 특수를 맞은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에 대한 투자 안전판으로 한국을 우회하기 위한 다국적 기업들의 법률자문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해외 투자자들은 대북 투자가 구미에 당기지만 리스크 요인을 무시할 수 없다. 북한의 금융시스템도 정비되려면 꽤 시간이 걸릴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4천억 달러의 외환보유액을 가진 한국이 대북 투자의 창구 노릇을 하는 게 당연한 이치다.외국인의 대북 투자는 국내 정책금융과 공동보조로 다양한 조건의 신디케이트론(syndicate loan) 형태로 제공될 개연성이 크다.

이밖에 외국인들이 대북투자를 위한 국채와 공사채 등에 대한 매수도 강화할 수 있다.

한반도 대평화 시대의 정착이 향후 달러-원 환율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지금부터 눈여겨봐야 할 것 같다.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회와 달러 인덱스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달러 인덱스 동향도 달러-원 환율 흐름의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진단됐다. 달러 인덱스는 유로,엔,파운드,캐나다달러,스웨덴크로네,스위스프랑 등 경제 규모가 크거나 통화가치가 안정적인 6개국 통화를 기준으로 산정한 미 달러화 가치를 지수화한 것이다.





<달러인덱스가 최근 90선을 상향돌파하는 등 상승세를 강화하고 있지만 추가 상승이 제한될 것이라는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90선을 넘지 못하던 달러 인덱스는 지난 2015년 이후 가파른 상승세를 거듭하고 있다. 2017년1월3일 103.81을 기록한 뒤 급락세를 타기 시작해 지난 2월16일 88.23을 바닥으로 확인한 뒤 반등세를 타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최근 미국 연준이 정책금리 인상 기조를 본격화하면서 달러인덱스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지만 조만간 상승세가 제한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압력이 제한되고 있어서다.

미국채 10년물 금리가 연 3.00%를 상향돌파한 뒤 가파른 하락세를 거듭하고 있다는 점도 고려돼야 한다. 달러인덱스가 미국채 10년물 금리 상승세를 빌미로 동반 상승했기 때문이다.

트럼프 정부가 감세와 인프라 투자를 강행하면서 재정적자가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달러화 강세의 발목을 잡을 전망이다.

달러인덱스가 역사적 관점에서 봐도 고평가됐다는 점도 추가 상승하는 데 부담요인으로 지목됐다.

◇가계부채 동향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1천400조원에 이르는 가계부채와 한은 금통위의 정책금리 인상 속도도 달러-원을 관측하는 가늠자가 될 전망이다. 미국 연준이 정책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가고 있지만 한은 금통위는 기준금리 인상에 소극적이다. 가계부채 부담 때문이다.

외환당국의 환율 방어력이 약해졌다는 점도 금통위의 입지를 제한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미국 재무부의 압박으로 외환 당국의 직접적인 환율 방어력이 약해졌기 때문이다. 달러-원 환율은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아도 절상 행진을 거듭하는 등 신흥국 통화와 차별화된 행보를 강화하고 있다. 환율 요인만 보면 당분간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올릴 유인이 약해졌다는 평가다.

기획재정부 등 당국이 중앙은행 독립성 등을 핑계로 미국 재무부의 원화 절상 압박을 피해갈 수 있다는 점은 덤이다.

'데탕트 코리아' 시대를 맞아 달러-원 환율이 여태까지와는 다른 환경에 노출되고 있다. 당국과 시장도 새로운 시각으로 달러-원 환율의 '파레토 최적'을 찾아가야 할 것 같다. (취재부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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