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미국의 골칫거리 재정적자와 무역적자 외에 미래 경제 경기에 잠재 뇌관으로 주목받는 학자금 대출 규모는 최근 1조4천억 달러에 달한다. 학자금 대출은 젊은 세대의 주택 마련을 이전 세대보다 평균 7년 늦춘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여기에 한 가지 더 큰 걱정이 얹혀지고 있다. 학자금 대출액의 3분의 2를 여성이 짊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여성은 2016년 가을 기준 대학 등록생 중 56% 비중을 차지하지만 절대 대출 잔액은 훨씬 많다. 내년 중 학자금 대출부담은 곧 1조5천억 달러를 돌파할 예정이고 이 중 1조 달러를 여성이 상환해야 한다.





<그림 설명 : 미국 일자리에서 요구하는 교육 수준 추이와 전망치. 출처 : 조지타운대>

2008년 금융 위기 이후로 일자리를 찾기 위해 미국에서도 대학 학위를 따려는 수요가 급증했다. 조지타운대학에 따르면 1992년도 미국인의 직업에서 고등학교 이하 학력으로도 가능한 직업 비중이 44%에 달했지만 2020년에는 36%로 하락할 전망이다. 이는 64%에 달하는 직업이 적어도 2년제 대학 이상의 학력을 요구할 것이라는 의미다. 미국에서는 대학을 안 가도 일자리를 잘 찾을 수 있다는 기존의 인식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





<그림 설명 : 전일제 근무자의 주급 중앙값 비교. 고등학교 졸업자(주황색)와 학사 학위자(보라색) 주급을 막대 그래프 표시. 또 성별, 아시아계, 아프리카계 미국인, 히스패닉, 백인 순서로 구분했다. 출처 : AAUW)

이런 상황에서 취업의 문이 더 좁은 여성의 대학 진학도 늘어났고, 이 점이 여성의 학자금 대출부담을 키운 배경 중 하나가 됐다. 미국대학여성협회(AAUW, The American Association of University Women)에 따르면 여성의 대학 학위 취득 비율이 57%로 남자보다 많다. 그다음 원인은 여성이 남자보다 학자금 대출을 상환하는데 평균 2년이 더 걸리는 점이다. 이에 대해, AAUW는 직장에서 여성이 남성보다 더 적은 임금을 받는 것을 지칭하는 성별 임금 격차(gender pay gap) 탓이라고 진단했다. AAUW는 여자가 남자보다 26% 적게 받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그림 설명 : 1970년부터 2015년까지 미국의 신생아 수(파란색)와 출산율(녹색선) 추이. 출처 : CDC>

문제는 여성의 학자금 대출부담이 앞으로 미국의 출산율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에서 출생한 아기가 385만여 명으로 전년보다 2% 감소하며 1987년 이래 3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사상 두 번째로 긴 호황기에도 미국의 출산율이 사상 최저치를 기록한 상황은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시작한 미 경제에 장기적으로 부정적인 소식이다. 은퇴자의 연금 보험료를 내줄 후손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임신·출산 관련 신생 기업인 '퓨처 패밀리'에 따르면 아이가 없는 1천 명의 설문 응답 여성 중 44%가 학자금 대출을 가졌으며, 이 중 절반이 학자금 대출 상환이 미래에 아기를 갖는 결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대답했다. 출산이 여성의 문제만은 아니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민 관문을 더 좁히는 상황에서 여성의 학자금 대출부담이 미 경제에 새로운 복병이 될 수도 있다. (이종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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