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경림 기자 = 중국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디폴트 사태가 일파만파 커진 데에는 신용평가사의 안일한 등급 책정이 문제가 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신평사의 과점체제 때문에 제대로 된 가격 경쟁이 어렵고 담합 등 도덕적 해이가 만연해졌다는 의견도 있다.

3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나이스(NICE)신용평가는 지난 28일 디폴트 선언을 한 차이나 에너지 리저브 앤드 케미컬스(CERCG) 자회사의 ABCP에 당초 'A2' 등급을 부여했다. 이후 해당 회사가 갑작스럽게 디폴트 선언을 하면서 ABCP 등급을 'C'로 하향 조정했다.

나신평이 해당 ABCP 등급을 최초 A2로 제시한 이유는 CERCG가 중국 지방 공기업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하지만 CERCG는 국유 자본을 일부 투자받는 데에 그친 사실상 '민간기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기관투자자들은 신용평가사가 이 회사를 공기업으로 판단한 데에 믿고 투자했다. 증권사 투자 규모만 1천억원에 이른다.

이번 사건을 비롯해 최근 일련의 사태로 신평사에 대한 신뢰가 상당히 무너졌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평가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지난 25일 나이스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 한국신용평가, 서울신용평가 등 4개 신용평가회사에 경영 유의와 개선 조치를 내리기도 했다.

이들은 과거 검사에서 신용평가 대상 기업과 '등급 거래'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조치는 금감원이 지난해 하반기 실시한 부문 검사 결과에 따라 이뤄졌다.

당시 신평사들은 평가 대상 기업의 등급 하향 조정을 미루거나 혹은 높은 신용 등급을 준다고 유인한 뒤 다른 업무를 수주하는 등의 행태를 보였다.

신평사의 자회사 또는 계열사인 채권평가사 역시 과점, 담합을 한다는 지적이 지속되는 상황이다.

채평사는 주가연계증권(ELS)의 기준 가격을 평가하는 업무를 수행하는데, 이 과정에서 기준가가 일정 수준 이상 오르거나 내리지 않도록 거래 상대방과 계약하고 대신 다른 업무를 수주한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금감원은 이런 시장의 의혹 등에 대응코자 올해 채권평가사, 펀드평가사 등의 기관을 검사할 때 평가 업무나 업무 준칙을 제대로 지키고 있는지를 뜯어보겠다고 지난 3월 말 밝히기도 했다.

한 신평사 출신 관계자는 "신평사의 등급 거래, 가격 담합 등은 이미 공공연한 사실이다"며 "비상장사, 외국 회사를 평가할 만한 인력이 부족해 제대로 된 평가 정보가 나오기도 어려운 실정이다"고 전했다.

kl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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