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직원 사기진작을 통한 분위기 전환에 나서는 등 조용한 개혁을 이뤄내고 있다.

각종 현안에도 금감원 내부를 먼저 챙기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신뢰 회복에 나설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윤 원장은 오는 8일 부서장 워크숍을 개최하고 취임 후 느꼈던 생각을 전달하고 향후 계획 등에 대해 밝힐 예정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취임 이후 권역별 실국장급들과 오찬과 티타임을 진행하며 업무 파악은 물론 임직원과 소통하는 데 공을 들여왔다"면서 "지난 한 달간의 소회를 바탕으로 본격적인 업무 추진을 위한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 원장은 취임 후 직원들의 사기 진작을 강조해 왔다.

채용비리와 도덕성 논란으로 한 달여 만에 수장이 두 번 낙마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겪으면서 바닥에 떨어진 위상을 회복하는 게 급선무라 여겼기 때문이다. 금감원 본연의 업무인 '금융감독'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 내부 조직부터 다잡는 게 시급했다.

이에 윤 원장은 외부활동을 자제하고 직원들의 목소리를 청취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취임하자마자 광폭 행보를 보였던 김기식 전 원장과는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그는 낡은 내부 관행을 하나 둘 바꿔 나갔다.

윤 원장은 취임 직후부터 토요일은 물론 일요일에도 출근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원장이 출근하면 임원들도 나와야 하고, 임원이 나오면 부서장과 직원들도 나와야 하는 부작용을 없애기 위해서다.

최흥식 전 금감원장이 직원들이 주말에 나와 준비해야 하는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월요일에 열리던 정기 임원회의를 화요일 오전 8시 30분으로 옮긴 데 이어 윤 원장은 회의 시간도 9시로 30분 더 늦췄다.

간밤에 벌어진 대내외 시장 상황을 점검한 후에 회의에 참석할 정도의 여유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윤 원장은 또 매주 마지막 금요일은 오후 4시에 퇴근하도록 하고, 매월 하루씩 가정의 날을 정해 소속 부서 전 직원이 칼퇴근할 수 있는 제도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임원들이 적극 나서달라고 주문했다.

최근에는 조직 내부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설문조사인 '조직건강진단'도 진행했다.

직원들의 허심탄회한 의견을 개혁 방안에 담겠다는 취지였는데, 초기에는 설문 응답률이 10%대로 저조했지만, 적극적인 독려로 막판 직원들이 몰리면서 50%를 넘어섰다.

윤 원장은 민감한 인사 문제에 대해서도 조만간 손을 댈 예정이다.

금감원 전체 임직원 수는 2천 명에 달하지만, 명예퇴직 제도가 없다 보니 팀장급 이상 직원 수가 전체의 45%인 항아리 구조다.

윤 원장은 일정한 성과요건을 만족시킨 금감원 시니어 검사역들에게 마치 대학교수들처럼 종신 재직권을 보호해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직원들을 대상으로 지원하는 해외연수 프로그램이 지나치게 공채·남성 위주로 운영된다는 내부 불만이 많은 점도 받아들여 선발 과정을 투명하고 공정하게 재정비하는 한편, 해외사무소 운영을 활성화하는 방안도 마련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취임 한 달 만에 내부적으로 크고 작은 변화들이 많았다"면서 "내외부 개혁을 통해 금감원이 하루빨리 시장의 신뢰를 회복했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말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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