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우성문 통신원 = 이탈리아 채권 시장이 진정됐지만, 부채 우려는 지속하고 있다고 1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지난달 29일 이탈리아 정치에 대한 불안감으로 이탈리아 10년물 국채금리(BTP)는 75베이시스포인트(bp) 오른 3.45%를 나타냈다. 2년물 국채금리 역시 2.94%까지 올랐다.

이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부채 위기 당시를 추억하게 했다고 WSJ은 지적했다.

당시 이탈리아의 세르지오 마타렐라 대통령이 반체제 정당인 오성운동과 극우 정파 동맹당이 꾸민 내각 구성안에서 반유럽연합(EU) 성향의 파울로 사비니를 재무장관에 임명하는 것을 거부하면서 정치적 불안감이 커졌다. 재선거 주장까지 나오면서 정치적 혼란이 더욱 심해졌다.

노르디아의 잔 본 게리츠 수석 전략가는 "이탈리아 국채금리의 일간 움직임은 유로 위기 때보다도 더 컸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전날 오성운동과 동맹당이 사보나 대신 경제학자인 조반니 트리아를 재무장관에 앉히는 절충안을 마련해 마타렐라 대통령의 연립내각 승인을 얻어냈다.

바클레이즈의 파비오 포이스 전략가는 "금융시장의 관점에서 봤을 때 오늘 임명된 트리아가 지난주 마타렐라 대통령이 거부한 사비니보다 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지난달 30일 이탈리아의 5년물 국채와 10년물 국채 옥션 역시 성공적으로 끝나면서 채권 시장은 안정을 찾는 모습이다.

그러나 WSJ은 금리가 조금이라도 오른다면 이탈리아의 장기 부채 지속가능성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꼬집었다.

피델리티인터네셔널의 앤드리아 이날리 이사는 "이탈리아의 높은 부채는 bp가 조금이라도 오른다면 금리 부담이 커지고 근본적인 부분들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WSJ은 정치적 위기가 좋은 시기에 오는 경우는 없긴 하지만 이번에는 더욱 불편한 상황에 정치적 위기가 찾아왔다고 지적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이 통화정책 정상화에 나서고 있고 자산 매입 프로그램을 종료하고 있기 때문이다.

채권 매입은 9월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이지만 유로존 경제가 올해 초 둔화하면서 ECB가 올해 말까지 채권 매입을 연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특히 이탈리아의 상황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아닌지에 따라 연장론에 더욱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레인하드 클러스 UBS의 수석 유럽 이코노미스트는 "ECB가 양적완화를 한 분기 연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앞서 UBS는 2018년 9월에 양적완화가 끝날 것으로 전망했었다.

라보뱅크의 환율 전략가는 "이탈리아의 상황은 ECB가 첫 금리 인상을 늦추도록 만들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시장은 ECB가 6월과 7월에 열릴 통화정책 회의에서 더 많은 신호를 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smw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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