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김명선 기자 = 새 국제회계기준 IFRS17 도입을 앞두고 국내 보험사들이 방카슈랑스(방카) 채널에서도 보장성 보험 판매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특히 은행계 보험사와 중소형 보험사들은 틈새시장으로 판단하고 상해 보장에 저축 기능을 결합한 상품을 앞세워 판매 비중을 공격적으로 늘려가는 모습이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생명의 방카 보험판매 중 보장성 보험 비중은 4월 말 기준 87%로 전년동월(32%)대비 2배 이상 늘었다. 월납 보험료 기준으로는 작년 4%에서 올해 49%로 10배 이상 급증했다.

같은 기간 NH농협생명의 방카의 보장성 보험 비중은 33%에서 49.3%로 16.3%포인트 증가했고, 동양생명도 10.1%에서 22.0%로 2배 늘었다. 흥국생명과 KDB생명도 방카 판매에서 보장성 비중이 각각 40%포인트, 15%포인트 높아졌다.

손해보험사들도 마찬가지다.

KB손해보험은 방카 채널에서 보장성 보험판매 비중을 1년 새 30%포인트나 늘리며 올 4월 말 기준 95.4%에 달했다. 같은 기간 DB손보도 50%에서 70%로 증가했다.

은행에서 판매하는 보험상품인 방카는 특성상 주로 저축성보험을 취급해 왔다. 특히 설계사 채널이 약한 은행계 보험사들은 방카 의존도가 절대적이다.

하지만 2021년 보험부채를 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하는 IFRS17이 도입되면 저축성 보험은 잠재적 부채로 잡히기 때문에 방카에서조차 보장성 보험판매 비중을 늘리기 시작한 것이다.

한 은행계 보험사 관계자는 "저축성 보험이 자본 부담을 증가시키다 보니 보장성 보험 중심으로 신계약을 확대하고 있다"며 "당장 다른 영업 채널을 통해 판매하기가 어려워 은행에 저축성보다 판매 수수료율을 많이 지급하는 등의 방법으로 보장성 보험을 늘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보험사 관계자는 "방카 판매에서 다양한 보장성 보험상품을 개발하고 직원 교육을 강화하는 등 노력하고 있다"며 "앞으로 저축성 보험판매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으므로 방카에서도 보장성 상품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도 삼성·교보·한화생명 등 빅3 생보사 등 대형 보험사들은 여전히 방카에서 저축성 보험을 고집하고 있다.

방카 판매 비중 자체가 미미한 데다, 보험업법상 사망보험 등은 방카 채널을 통해 판매할 수 없어 수익 측면에서도 별 이득이 없기 때문이다.

한 대형 생보사 관계자는 "방카 도입 이후 저축성보험, 상해·질병 순수 보장성보험, 만기환급형보험 등으로 취급 상품 규모가 확대됐지만 아직 종신, CI보험 등은 판매가 안 돼 매력이 없다"면서 "보장성 보험은 전문성이 요구되는 상품인데 자칫하다간 불완전판매 우려만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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