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한용 기자 =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고비 때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인상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 그 배경에 시장 참가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4일 서울 채권시장에 따르면 KDI는 작년 11월 금통위가 6년 5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추가 인상 시점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던 같은 해 12월 '금리 인상 신중론'을 개진했다.

시장에선 KDI의 지적에는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지면 반도체 중심의 경기 회복세가 꺾일 수 있다는 정부의 판단이 깔렸다는 해석이 제기됐다.

더불어 작년 11월 금통위에서 KDI 출신의 조동철 위원이 기준금리 동결 소수의견을 낸 것은 그런 흐름과 궤를 같이하는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KDI는 이후 통화정책 관련 논의에서 한 발 뒤로 물러선 듯한 모습을 보였다.

KDI는 그러나 한미 정책금리 역전 등의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 여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금통위가 올해 7월 또는 8월에 기준금리를 인상해야 한다는 관측이 확산하는 시점에서 또 한 차례 한은에 일격을 가했다.

이 국채연구기관은 지난달 31일 발간한 '2018년 상반기 경제전망'에서 물가가 정책 목표치인 2%에 한참 미달하고 있는 데다, 경기 회복 흐름이 금리 인상이 필요할 정도까지 과열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기준금리 인상에 반대했다.

미국과의 금리 격차가 커지더라도 대규모로 자금이 유출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며, 대내 상황에 따라 독립적으로 통화정책을 운용할 여건은 유효하다는 진단도 내놨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올해 4월 연임 직후 '한은 목표에 고용안정 명시 검토' 등 고용을 중시하는 발언을 잇달아 내놨는데, KDI는 이와 관련해서도 부정적 전망을 하며 직격탄을 날렸다.

KDI는 올해 취업자 수 증가 폭을 지난해(31만6천 명)보다 작은 20만 명 중반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했다. 작년 12월 내놓은 전망치 '30만 명 내외'와 비교하면 약 5만 명가량을 하향 조정한 것이다.

KDI는 또 내년 취업자 증가 폭도 20만 명대 초반으로 내다봤다. 15세 이상 인구 증가 폭이 빠르게 둔화하는 가운데, 조선업과 자동차 산업 등 구조조정의 영향이 있을 것이라는 게 이런 분석의 근거가 됐다.

시장 참가자들은 KDI가 잇따라 한은의 통화정책 정상화 행보의 발목을 잡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배경에는 성장을 우선시하는 국책연구기관의 특성이 자리 잡고 있다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또 KDI의 스탠스는 김광두 국민경제자문위원회 부의장의 경기침체 발언에 이후 일부 국내 민간경제연구소와 외국계 투자은행(IB)들로 확산하는 경기 하강 우려와 맥을 같이하는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증권사 채권 딜러는 "최근 장내에서 확산해 온 경기 하강 논란이 KDI의 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완전히 수면 위로 드러났다"며 "시장 참가자들이 7월 또는 8월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크게 봐 왔는데,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hylee@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