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한용 기자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2013년과 같은 '긴축발작'이 언제든 재연될 수 있다고 경고해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를 포함한 미국의 통화정책 경로에 시장 참가자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5일 서울 채권시장에 따르면 이주열 총재는 전일 BOK 국제콘퍼런스 개회사에서 "2013년 긴축발작 당시 미국의 통화정책 기조 변화 신호가 신흥시장국에서의 급격한 자본유출과 국제금융시장 불안을 초래했다"고 언급했다.

그는 "앞으로 선진국들이 통화정책 정상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이와 같은 급격한 자본이동과 국제금융시장 불안은 언제든 재연될 가능성이 있다"며 "최근에도 미국 금리 상승과 달러화 강세가 일부 신흥국 금융불안 원인이 됐다"고 지적했다.

이에 앞서 이주열 총재는 올해 3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는 "(올해 미국과 금리 격차가) 최대 1%포인트 날 수 있는데 이것은 상당히 큰 차이"라며 "한미 금리 역전 폭이 크거나 장기화하면 여러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에는 신흥국 자본유출과 관련한 '6월 위기설'이 제기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주열 총재가 긴축발작을 언급해 미국의 통화정책 방향에 대한 채권시장 참가자들의 관심이 더욱 커지게 됐다.

이미 시장에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오는 12~13일 열리는 FOMC에서 기준금리를 연 1.75∼2.00%로 25bp 인상할 것이란 전망이 확산한 상태다.

CME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선물 시장은 올해 6월 25bp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93.8% 반영했다.

연준의 올해 기준금리 인상 횟수와 관련해선 네 차례 인상 전망이 다시 힘을 얻고 있다.

FF 금리선물은 지난 주말 연준이 올해 총 네 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을 34%로 점쳤지만, 전일엔 5월 비농업부문 고용 호조 등의 영향으로 40% 수준으로 높여 반영했다.

이 수치는 점진적 기준금리 인상을 시사한 5월 FOMC 의사록이 공개되고, 이탈리아 연정 불안이 커졌을 때는 13%까지 낮아졌었다.

증권사 채권 딜러는 "연준이 이달에 기준금리를 올리는 것은 시장에서 거의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며 "문제는 인상 횟수인데, 올해 한은이 기준금리를 동결한다고 보고, 연준이 세 차례 기준금리를 25bp 올릴 경우 한미 정책금리 역전폭은 75bp, 연준이 네 차례 올릴 경우 역전 폭은 100bp에 달하게 된다"고 말했다.

시장 참가자들은 그러나 대외건전성 등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을 고려할 때 국내에서 단기간 내에 외국인 투자자금이 대거 유출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진단했다.

이들은 그보다는 주변 신흥국에서 시작된 위기가 국내에 전이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증권사 딜러는 "우리나라의 대외건전성이 양호한 점을 고려할 때 직접적 외부 충격은 상당 부분 흡수 가능할 것"이라며 "오히려 우리와 밀접한 관계를 맺은 신흥국에서 발생한 리스크가 국내로 전이되지 않도록 하는 데 신경을 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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