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최진우 윤성현 기자 = 미국의 이란제재로 국내 기업들이 현지에서 수주한 계약이 해지되면서 현대로템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지난해 모처럼 이란시장에서 대규모 수주를 땄는데, 이번 제재로 계약 무산이나 대금 지연 등 불이익을 당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5일 업계 등에 따르면 현대로템은 내부적으로 미국의 이란제재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미국의 이란제재로 현지 사업의 불확실성이 매우 커진 탓이다.

대림산업도 지난 1일 이란 정유회사인 '이스파한(Esfahan Oil Refining Company)'과 체결한 2조2천334억원 규모의 정유공장 개선사업 공사계약을 해지 당했다.

계약 이행의 전제조건인 금융조달이 완료되지 않아 무산된 것이다.

코트라 관계자도 "이란시장의 상황이 당분간 좋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9천293억원의 수주 '잭팟'을 거둔 현대로템도 마찬가지다.

현대로템은 당시 이란 발주사에 수출입은행과 다수 해외 금융기관이 금융지원(신디케이트론)을 해주는 조건을 내세워 물량을 따냈다.

하지만 최근 이란 정세가 급변하면서 금융기관 가운데 일부가 지원을 망설이고 있다. 이란제재가 가시화하는 상황에서 이란 발주사에 금융지원을 해주면 미국으로부터 '세컨더리 보이콧(Secondary Boycott)'을 당할 가능성이 있어서다.

세컨더리 보이콧이란 제재 국가와 거래하는 제3국의 기업과 은행, 정부 등에 대해서도 제재를 가하는 방안을 의미한다.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다른 금융기관이 지원에 나서기는 어려운 사정이어서 우리도 나서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현대로템은 이번 수주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으면 막대한 피해를 볼 전망이다.

이란에서 따낸 사업은 현대로템의 전체 수주 잔고(6조9천120억원, 2018년 3월말 기준) 가운데 10%가 넘는다. 자칫 성장성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증권사 한 크레디트 애널리스트는 "현대로템은 신흥국 중심으로 수주했는데, 수익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며 "특히 이란은 미국의 세컨더리 보이콧 등 대외적인 위협이 존재한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현대로템은 당분간 사태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아직 대응에 나서고 있지 않다"면서"이란 제재에 대한 경험이 있어 잘 대처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sh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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