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대도 기자 = 거시경제와 최저임금 인상 등에 소신 발언을 이어가며 논란의 중심에 섰던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갈등 확산 차단에 주력하고 있다.

2020년 1만 원까지 최저임금을 빠르게 인상하는 것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 바뀐 것이라 볼 수 없지만, 다양한 논의 과정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불필요한 소란을 잠재우는 모습이다.

경제 수장의 존재감있는 발언으로 논란을 촉발한 뒤 이를 거둬들이는 김동연식 공론화 패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 부총리는 5일 중구 광화문 KT에서 기자들과 만나 '최저임금 속도 조절론'과 관련해 "다양한 의견이 나올 수 있지만, 갈등하는 모습으로 비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누가 옳다 그르다 따질 것이 아니라 정부가 가려는 방향과 철학에 따라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좋은 방향을 마련해야 한다"며 이렇게 언급했다.

이는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전일 "2년간 최저임금을 연 15%씩 올리면 고용이 줄고 임금질서가 교란될 수 있다"고 진단한 보고서를 내놓은 파장이 커진 결과를 두고 한 말이다.

KDI 보고서는 그동안 김동연 부총리가 강조한 속도 조절론과 궤를 같이하는 내용이 담겼지만, 청와대 등의 입장과는 배치되는 내용이다.

지난달 30일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의 이목희 부위원장은 "(최저임금 인상 속도 조절론에 대해) 지금은 그런 말 할 때가 아니다. 정확한 자료로 판단이 되면 말을 해야하는 것인데, 김 부총리의 속도 조절 발언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면서 이 부위원장은 "경제부총리가 신의 영역에 있느냐"고 불쾌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이런 발언 영향이 뉴스화되는 등 김동연 부총리의 입지가 줄어들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 상황에서 KDI 보고서는 이런 논쟁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특히 한국인으로는 최초로 국제노동기구(ILO) 고용정책국장이 된 이상헌 박사가 이날 KDI 분석을 정면을 반박하는 글을 페이스북에 실으며 논란이 확산했다.

이 박사는 "탄탄한 분석 없이, 토론에 불기운만 보태는 일은 피해야 한다"며 "KDI 분석은 그런 점에서 좋지 않은 선례를 남겼다"고 적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관계자는 'KDI 보고서에 청와대가 입장을 내놓을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개인 보고서가 아닌가"라며 "공식 입장을 낼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말을 아꼈다.

김동연 부총리는 경기 침체론과 관련해서도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지난달 14일 김광두 부의장이 페이스북에 "여러 지표로 보아 경기는 오히려 침체 국면의 초입 단계에 있다고 본다"고 글을 올린 데, 김 부총리가 "월별 통계로 판단하는 것은 성급하다"고 응수한 바 있다.

김 부의장은 재차 "경제를 볼 때는 현상과 구조를 동시에 보고 판단하는 것"이라며 재반박을 했고, 이어 신세돈 숙명여대 교수가 "경제성장률이 낮은 데다 수출증가율도 떨어지고 있다"며 "정부의 경기회복 판단은 오판"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 이후 김 부총리가 라디오에 출연해 "다양한 의견이 나오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말하면서 논쟁을 잠재웠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교수는 "핵심 정책라인의 존재가 무의미해지기 때문에, 소득주도 성장이 사실상 어렵다는 점을 청와대에서 인정할 수 없다"며 "정권 창출에 기여가 없는 김동연 부총리가 고군분투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이 대학교수는 "부총리가 정책 실세들 사이에서 매우 어렵게 경제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dd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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