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한용 기자 = 미국과 유럽의 통화정책 정상화 움직임 속에 신흥국을 중심으로 한 '6월 위기설'이 힘을 받고 있지만, 한국은행이 정책 여력 확보를 위한 기준금리 인상 타이밍과 관련해 시장에 명확한 시그널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브라질 헤알화는 미국 달러화 대비 1.4% 하락한 달러당 3.9081헤알까지 떨어져 지난 2016년 2월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다. 브라질 보베스파지수도 3%가량 떨어지며 올해 들어 최저치를 경신했다.

브라질 금융시장의 혼란은 올해 10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있는 데다, 다음 주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기대로 헤알화 하락 압력이 커지는 가운데 중앙은행의 개입이 실패로 돌아간 데 따른 것이다.

시장 참가자들 사이에선 다음 주가 신흥국을 중심으로 한 6월 위기설의 최대 고비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이 유력한 가운데 유럽중앙은행(ECB) 내부에서도 긴축설이 급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선진국이 경기 부양책을 접고 긴축으로 돌아서면 신흥국에선 외국인 투자자금이 이탈하고 통화가치가 하락할 가능성이 커진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도 한은이 한미 정책금리 역전 폭 확대에 대응하는 등 정책 여력을 확보하기 위해 움직여야 한다는 관측이 제기돼 왔다.

국회 예산정책처의 경우 지난 5월 한미 기준금리 역전 폭이 커지면 외국인 투자자본 이탈 우려가 현실화될 수 있다며 이에 대응해 위기관리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을 내놨다.

한은은 그러나 이주열 총재가 잇따라 고용 문제 등을 언급하는 등 시장에 형성됐던 7~8월 기준금리 인상 전망을 약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증권사 채권 딜러는 "이주열 총재가 5월 통방 금융통화위원회를 앞두고 주요국 통화정책 정상화와 고용을 함께 언급하는 등 왔다 갔다 하는 행보를 보였는데, 이는 결국 5월 금리 인상 소수의견 제시, 7~8월 금리 인상이라는 시장 관측의 힘을 빼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 시장에선 여름철 기준금리 인상 전망이 많이 약화했고, 3분기 또는 4분기 금리 조정 관측이 힘을 얻기 시작했다"면서 "경기 하강 논란과 낮은 수준의 물가 상승률, 고용 부진 등으로 한은의 통화정책 스텝이 꼬여버린 측면이 있다"고 진단했다.

시장 참가자들은 이제 한은이 해야 할 일은 여름철에 기준금리 인상이 없다면 어느 시점에 다음번 통화정책 정상화 조치가 이뤄질지와 관련해 시장과 소통하는 것이라고 제언했다.

증권사 딜러는 "기준금리를 조정하는 데 있어서 핵심은 시장과의 원활한 소통"이라며 "중앙은행이 시장과 충분한 소통 없이 외부 충격에 대응해 쫓기듯이 기준금리를 조정할 경우 시장이 혼란에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 하반기 통방 금통위는 7월 12일, 8월 31일, 10월 18일, 11월 30일 등 네 차례 개최된다.

hylee@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