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대도 기자 = '세기의 담판'으로 불리는 북한과 미국의 정상회담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지만 달러-원 환율은 특별한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종전(終戰)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에 대형 원화 강세 재료라는 평가도 있었지만, 시장참가자들은 냉정하게 사안을 바라보고 있다.

미국이 북한의 비핵화 약속을 받아내고 체제를 보장해준다고 합의하더라도, 실제 세부적으로 이를 이행하는 과정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는 시각이다.

이는 북한의 비핵화가 신뢰성 있게 진행된다면 유가증권시장 또는 채권시장에 외국인 자금이 들어와 점진적으로 원화 강세가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으로 이어진다.

11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신한은행 금융공학센터는 6월 월간 전망 보고서에서 "북·미 정상회담과 남북 경제협력에 대한 시장의 기대는 다소 앞서가고 있다"고 판단했다.

북한을 보는 국제사회의 신뢰도를 고려하면 긴 안목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신한은행은 "원화 자산 재평가 기대는 시기상조"라고 지적했다.

NH투자증권도 분기 보고서를 통해 북·미 회담에 따른 원화 강세 폭이 크지 않으리라고 예상했다.

1·2차 남북 정상회담과 개성공단 착공 및 가동 시점에 평균적으로 원화는 2% 절상되는 데 그쳤다고 NH투자증권은 설명했다.







삼성선물도 월간 보고서에서 "북한 긴장 완화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라는 대형 호재임은 분명하지만, 외국인은 냉정한 시각을 유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의미 있는 원화 강세 재료가 되기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책연구기관의 한 외환 전문가는 "한반도 긴장 완화를 넘어 경제협력이 급하게 이뤄지게 되면, 재정 문제가 불거질 수도 있다"며 "아직 먼 얘기지만, 원화가 무조건 강세로 갈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일부 시장참가자는 북·미 회담 재료를 기회로 삼아 짧은 숏 베팅이 여전히 가능하다는 분석을 제시했다.

지난주 초반에 쌓였던 숏 포지션이 대부분 정리됐고, 이들이 재차 이번 주에도 포지션을 잡기는 부담스러울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북·미 정상회담 자체는 원화 강세 쪽 재료가 되기 때문에, 시장이 중립적 포지션이라면 밀릴 여지가 있다고 봐야 한다는 논리다.

실제 지난 4월 27일 남북 정상회담 이후 역외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는 원화 강세 흐름이 두드러진 바 있다.

당시 글로벌 달러 강세가 조금 진정된 분위기에 더해 달러-원은 추가로 더 밀렸다. NDF에서 달러-원 1개월물은 9 원 가까이 하락했다.

은행권의 한 외환딜러는 "1,065∼1,085원 레인지에서 현재는 중간 정도니, 숏 베팅이 가능하다"며 "주봉으로 보건대 2주 연속 양봉이 나왔다. 최근에 이런 적이 없다"고 진단했다.

이 딜러는 "정상회담 결과가 강하게 나올 수 있다"고 예상했다.

dd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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