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지난 9일 아침 성동구 무학여고에 "입행해서 만나요"라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상반기 신입 행원 공개채용 필기시험 응시자들을 응원하는 신한은행 행원들이었다.

이들이 응시생들에게 건넨 캔커피에는 신한금융그룹 캐릭터 쏠(SOL)이 그려진 스티커가 부착돼 있었다. 그곳엔 '당신의 빛나는 청춘을 응원합니다'라는 문구도 적혀있었다.

이날 신한은행은 서울을 비롯해 부산ㆍ대구ㆍ대전ㆍ광주 등 5개 지역에 마련된 10개 고사장에서 필기시험 전형을 시행했다.

50대 1의 서류전형 경쟁률을 뚫은 응시생들은 일찌감치 고사장을 찾아 각종 수험 서적을 꺼내 훑어보느라 정신이 없었다.

나이제한이 사라지며 고사장엔 90년대 초반부터 80년대 초반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응시자가 함께했다.

이날 새마을금고와 IBK캐피탈, 한국수력원자력 등 굵직한 6곳의 입사시험이 겹쳤지만, 결시율이 크진 않았다. 시중은행 중에선 신한은행이 상반기 마지막 채용이었던 탓에 금융권 취업 준비생들은 대부분 신한은행을 선택했다.

오전 8시부터 하나둘 응시생들이 들어오던 교문은 9시 30분이 되자 굳게 닫혔다.

정신없이 택시에서 내린 많은 지각생들은 아쉬움 속에 발길을 돌리기도 했다. 고사장을 잘못 찾거나 신분증이 없는 응시생들도 교문 밖으로 빠져나왔다.

그렇게 약 3시간 동안 필기 전형이 진행됐다.

시험은 NCS직업기초능력평가(75분)와 금융ㆍ경제 시사상식 평가(40분)로 구성됐다.

신한은행의 필기시험이 10년 만에 부활한 데다 최근 '은행권 채용절차 모범규준'이 마련된 이후 처음 진행되는 필기시험인 탓에 문제의 난이도와 전형 진행 절차에 은행권 안팎의 관심이 집중됐다.

이번 필기시험에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부터 기업의 재무제표를 보고 분식회계 사례를 고르는 등 금융권 이슈가 모두 담겨 있었다.

우선 1교시 NCS평가는 의사소통과 문제 해결, 수리 영역이 각각 30문항씩 출제됐다.

알맞은 접속사, 서술어를 선택하거나 거리와 속도, 시간을 측정하는 문제 등 시중에 판매되는 NCS 교제에서 볼 수 있는 유형이 많았다.

이에 앞서 필기 전형을 치른 우리은행에 비해 난도가 낮았다는 평가가 많았다.

다만 금융ㆍ경제 시사상식은 최근 금융권 이슈를 포함해 기본적인 경제 이론을 묻는 문제가 많아 응시자들이 적잖이 당황했다.

가계부채 이슈와 연관된 'DSR'과 'P2P 대출', '집단대출'을 비롯해 고용문제 현안 중 하나인 '긱 이코노미', 소비 트렌드 '온디맨드 경제' 등이 객관식 보기로 출제됐다.

미국의 금리 인상 영향과 분식회계, 돈맥경화, 하이퍼인플레이션, 대우조선과 연관된 사례를 고르는 문제도 나왔다.

또한, 기업의 재무제표와 일본 디플레이션의 원인, 베네수엘라의 화폐개혁, 예금자 보호대상, 프로젝트파이낸싱(PF)대출, 징벌적 손해배상제, 선물환시장, 대량리콜, 실질ㆍ명목 이자율, 직접세, 지니계수, 와이파이 특성을 묻기도 했다.

수입품과 수출품의 가격을 구하거나 환율을 계산하는 문제도 나왔다.

무학여고에서 시험을 본 한 응시자는 "금융권 취업을 준비했던 응시생이라면 어렵지 않게 풀 수 있는 수준이었다"며 "다만 경제 기본상식을 묻는 문항 범위가 너무 광범위해 얼마만큼의 변별력을 가질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평가했다.

올해 신한은행의 상반기 채용 인원은 300명.

통상 최종 합격자의 4~5배수가 필기시험 전형을 통과하는 것을 고려하면 이날 전국에서 시험 본 응시생 중 1천500여 명 가량이 이달 말 진행될 직무적합도 면접 전형에 응시할 기회를 얻게 된다. 최종 합격자 발표는 내달 31일이다.

이날 필기시험을 끝나고 교문을 나서는 응시생들의 표정은 그리 밝지만은 않았다. '은행 고시'를 접한 응시생들 반응은 한결같았다.

청담고에서 필기시험을 본 한 응시생은 "앞으로 몇 번의 은행 고시를 더 봐야 행원이 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공정한 채용의 문이 더 넓어지기만을 바랄 뿐"이라고 토로했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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