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국내 대표 기업들의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전례 없는 반도체 호황 속에 사상 최고 실적을 경신하며 콧노래를 부르고 있지만 현대자동차와 롯데그룹 등 일부 대기업은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배치 이후 생긴 중국의 반한(反韓) 감정 때문에 내상을 입고 울상짓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지난 6월 중국에서 5만2천대의 판매고를 올리는 데 그쳤다. 지난해 같은 달 14만2천대와 비교하면 60% 이상 줄어든 것이다. 현대차의 중국 합작법인(베이징현대)이 3만5천대 밖에 팔지 못했고, 기아차 합작법인(둥펑웨다기아)는 1만7천대를 팔았다. 한때 10%를 넘기며 승승장구하던 현대기아차의 중국시장 점유율은 최근 4%대까지 떨어졌다.

롯데는 중국의 사드 보복 조치 때문에 큰 타격을 입었다. 면세점 사업은 한국에 오는 중국 관광객이 줄어들면서 매출 급감의 피해를 봤고, 롯데마트 중국 점포는 112개 중 87개가 영업 중단 상태에 빠질 정도로 사실상 궤멸상태에 빠졌다. 사드 보복 사태가 언제 해결될지 알 수 없기에 롯데의 위기는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우려된다.

현대기아차와 롯데가 겪는 위기는 중국발 악재라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이들에겐 `초고층 빌딩'이라는 공통분모도 있다. 롯데는 작년 12월 잠실에 123층짜리 롯데월드타워를 완공했다. 높이가 무려 555m에 달해 국내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라는 기록을 가지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이보다 14m 더 높은 초고층 빌딩을 지을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은 10조원을 들여 매입한 삼성동 한국전력 부지에 2021년 완공을 목표로 569m짜리 사옥 건축을 계획하고 있다. 이 사옥이 완공되면 롯데월드타워가 보유한 최고층 기록을 경신하게 된다.

호사가들은 이를 두고 `마천루의 저주(skyscraper curse)'를 떠올린다. 마천루의 저주는 높은 빌딩을 지으면 경제파탄이 찾아온다는 일종의 속설이다. 경기가 최고조에 달할 때 높은 건물을 지어 올리지만, 막상 다 짓고 나면 불황이 찾아오는 사례가 많기에 만들어진 말이다. 초고층 빌딩 경쟁을 하는 현대차와 롯데가 정작 본업에서는 처절한 시련을 겪고 있는 점에서 일리 있는 지적이라는 평가다.

이들의 행보는 태평로 사옥(삼성생명)과 을지로 사옥(삼성화재)을 매각하고 효율화를 추구한 삼성그룹이 사상 최대의 반도체 호황에 즐거운 비명을 지르는 것과 묘한 대비를 이룬다. 삼성은 작년까지만 해도 소니와 노키아처럼 몰락할 것이라는 비관론에 휩싸여 있었으나 이제는 애플과 인텔을 제쳤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호시절을 보내고 있다. 바로 이것이 잘 나갈 때 샴페인을 터뜨린 곳과 내실을 기하며 미래를 준비한 기업의 차이다. (산업증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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