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최진우 김경림 기자 = 북미정상회담으로 북한의 경제 개방이 기대되는 가운데 전기, 철도 등 인프라 관련 기업은 들뜬 모습이다.

12일 산업계에 따르면 남북경협에서 가장 주목받는 기업은 단연 현대그룹이다.

현대그룹은 지난 1989년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의 방북을 계기로 30년 가까이 대북사업 '노하우'를 축적했다.

현대그룹이 지난 1998~2008년까지 유치한 금강산 관광객만 200만명에 달한다. 개성관광까지 합치면 210만명으로 숫자가 늘어난다.

개성공단 관련해서도 계열사인 현대아산이 개발사업권자로 참여해 124개 기업 진출을 끌어내는 데 구심점 역할을 했다.

가장 중요한 점은 현대그룹이 북측의 사회간접자본(SOC) 시설과 기간산업시설 관련 7개의 사업권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7개의 사업권은 전력과 통신, 철도, 통천 비행장, 임진강댐, 금강산수자원, 명승지관광사업 등을 의미한다. 이는 지난 2000년 고 정몽헌 회장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두 차례 면담 끝에 성사된 것이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SOC 건설사업은 정부와 공공기관 등과 긴밀한 협력이 필요한 사업으로서 현대그룹은 국내외 투자기관, 전문기업, 관계기관과 협력해 공동 사업을 수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금강산 관광지구 토지이용권, 개성공업지구 토지이용권 등 다양한 남북경협 사업권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대그룹이 경협의 최대 수혜자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현대그룹은 이미 지난달 남북경협사업 태스크포스팀(TFT)을 가동했다.

현정은 회장이 직접 TF 위원장으로서 대북사업 역량을 집결한 별도의 팀을 운영하고 있다. 매주 1회 정기회의를 열고 사안이 발생하면 수시 회의를 소집하는 등 탄력적으로 운영해 남북경협 시너지를 창출한다는 게 현대그룹의 생각이다.

현 회장은 지난달 "TFT가 남북경협사업의 구심점이 돼 주길 바란다"고 임직원에게 당부한 바 있다.

아직 가시화하지 않았지만, 현대자동차그룹도 남북경협이 다시 시작되면 준비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철도제작사인 현대로템이 경의선과 동해선 관련 주도할 가능성이 큰 만큼 이목이 쏠리고 있다. 현대제철도 '현대' 타이틀을 단 만큼 남북경협의 한 축을 담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력과 가스 등 인프라 사업을 하는 LS그룹도 남북경협에 대비하고 있다.

LS산전의 경우 전력기기나 인프라 등을 구축하는 기업으로, 최근에는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변압기, 차단기 등 전력기기를 만드는 사업 비중이 전체 매출의 70%를 차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러한 전력기기는 전력 공급 인프라구축에 필수적인 기계이기 때문에 남북경협을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다.

또 북한 전력 시스템의 노후화가 심할 경우, 스마트그리드 등 분산전원 기술도 활용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실제로 이 회사는 북한의 전력 인프라 시장의 성장성을 높게 보고 이미 수년 전부터 준비해왔다. 서울대학교, 한국전기산업진흥회와 함께 산학협력을 통해 꾸준히 북한의 전력 인프라 구축과 관련한 학술 포럼을 열기도 했다.

LS산전 관계자는 "초고압직류송전(HVDC)나 기존의 초고압교류송전(HVAC), 스마트그리드 등은 북한으로 전력 송출이 가능하다"며 "송전 등 전력사업 부분은 이미 어느 정도 준비된 상태로 북한의 경제개방에 따라 바로 진행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봉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대북 전력기기 수요가 늘어난다면 국내 시장의 40%를 점유하는 중저압기기 중심으로 매출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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