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강수지 기자 = 한국은행이 통화정책에 대한 시장의 기대를 관리하는 모습이다.

서울 채권시장 참가자들은 13일 이주열 한은 총재가 전일 창립기념사에서 금리 인상 신중론을 들고나오며 예상 밖의 비둘기파적인 발언을 했지만, 전일 오후 공개된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은 예상보다 매파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이에 전일 채권시장은 열탕과 냉탕을 번갈아 오가며 10년 국채선물을 기준으로 약 40틱가량의 변동성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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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10년 국채선물 틱차트>

전일 이주열 총재는 한은 창립기념사에서 수요측면에서 물가 상승압력이 높지 않아 통화정책의 완화 기조를 유지해 나갈 필요가 있다며 추가 조정은 신중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 총재가 통화정책 운용 여력에 대해서도 언급했지만, 채권시장은 총재의 발언을 비둘기파적으로 해석하고 강세 재료로 받아들였다.

증권사의 한 채권 딜러는 "총재의 발언은 절묘하게 양 방향성을 다 열어두었다"며 "중립적 혹은 다소 비둘기파적으로 해석됐는데 시장은 7월 금리 인상 가능성이 작다고 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오후에 나온 5월 금통위 의사록은 상당히 매파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A 금통위원은 "생산가능인구 감소로 임금상승압력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고, 내년에는 물가가 목표치에 근접할 것으로 전망한다"며 "현재의 완화 정도를 다소 축소해야 할 때가 됐다"고 강하게 발언했다.

B 금통위원도 "완화적인 금융 상황이 이어질 경우 민간신용의 높은 증가세가 억제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며 "현시점에서 통화정책 운용에 있어 금융안정에 유의하는 비중을 더 높여야 하며 따라서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를 축소 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반면 완화정책을 유지해야 한다는 금통위원들은 물가의 추세적 상승 흐름을 좀 더 살펴봐야 하는 점, 성장경로 상에 불확실성이 높은 점 등을 이유로 꼽았다.

대체로 금통위원들의 시선은 국내 경제가 기존의 전망경로에서 유의미한 정도로 이탈할 가능성은 작은 것으로 진단했다.

자산운용사의 한 채권 운용역은 "의사록에서 비둘기파적인 멘트가 별로 보이지 않는다"며 "비둘기 성향의 발언들도 시장이 기대했던 것보다는 덜 완화적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휴일 이후 채권시장은 단기물을 중심으로 '팔자'가 나오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또한, 이번 의사록에서 금통위원 대부분이 고용을 중요한 고려 요소로 언급한 점도 눈에 띄었다.

C 금통위원은 "지난해 말 도소매, 음식숙박 분야의 고용부진이 계속되는 가운데 4월 제조업 취업지수 증가 폭이 전년 대비 크게 감소해 고용악화가 심화되는 모습이다"며 "우리 경제의 중장기적 불확실성은 노동시장에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고용 회복이 예상보다 지연됨에 따라 향후 소비개선 흐름을 제한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또 다른 증권사의 채권 딜러는 "지난달 총재가 고용부진을 언급하면서 고용에 대한 주목도가 커졌다"며 "고용 상황도 잘 살펴야 할 요소인데 의사록에서는 그렇게 부정적으로 보지는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 시장재료도 매파적인 것뿐이라 약세 압력이 커질 수 있다"며 "레벨 조정에 따른 되돌림 이외에는 강세 재료 찾기가 어려울 듯하다"고 덧붙였다.

s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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