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내달 국군병사 목돈마련 적금상품 출시를 준비하는 은행들의 표정이 어둡기만 하다.

'군인내일준비적금(가칭)'으로 알려진 이 상품은 기본금리만 5%가 넘는다. 재정지원과 이자소득이 비과세라는 점을 고려하면 연 7%에 육박하는 이자를 주는 정책상품이다.

은행으로선 팔면 팔수록 손해 보는 장사다. 대표적인 '역마진' 상품에 등극할 이 적금을 금융당국이 앞장서서 팔라고 하니 은행들의 한숨이 깊다.

이런 와중에 남몰래 웃는 은행이 있다. KB국민은행과 IBK기업은행이다.

두 은행은 국방부와 협약을 맺고 병역 의무자들에게 독점적으로 나라사랑카드와 국군희망준비적금을 공급해왔다. 해당 사업권의 유효기간은 2015년 12월부터 10년간이다.

잠재된 고객을 선점하는 차원에서 그간 은행들의 '군심잡기'는 기관영업 전쟁으로 확산하기도 했다. 군인들의 월급이 오르면서 이러한 경쟁은 더 치열해졌다.

이 과정에서 은행들은 출혈을 감내해야만 했다.

국민은행과 기업은행이 그간 제공해온 국군희망준비적금의 금리도 5%대였다. 역마진이었지만 잠재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팔아야 했다.

하지만 정부의 지원 아래 내달 새로운 군인적금이 출시되면서 국민은행과 기업은행은 그 부담을 덜게 됐다.

7%의 이자를 주는 새 적금상품이 생겼는데 이보다 낮은 이자를 제공하는 기존 상품에 가입할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가입자의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새 적금상품이 출시된 이후 국민은행과 기업은행이 기존에 제공해온 적금은 추가 적립만 가능하고, 신규 가입은 중단된다.

국민은행과 기업은행으로선 카드 발급의 독점 사업권을 유지하면서도 역마진으로 제공해온 적금상품은 다른 은행들과 나눠서 공급하게 된 셈이다.

지난 4월 국방부가 모집 공고한 새 적금운영 사업자 선정에는 총 14개 은행이 참여했다.

기존 두 곳을 포함해 신한ㆍ우리ㆍ하나ㆍ농협ㆍ대구ㆍ수협ㆍ부산ㆍ광주ㆍ전북ㆍ경남ㆍ제주은행 그리고 우정사업본부가 참여의향서를 제출했다.

이들 14곳 모두 내달 상품 출시를 앞두고 있지만, 속내는 복잡하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존 상품보다 후한 이자를 내놓아야 하는 점을 고려하면 역마진 시장을 14곳의 사업자가 나눠 먹는 셈"이라며 "참여의향서를 제출하지 않을 수도 없는 분위기였다"고 꼬집었다.

국군 병사 목돈마련 적금상품은 금융당국이 연초부터 유달리 세일즈해온 올해 역점 사업 중 하나였다. 은행으로선 불참하기 어려웠던 정책상품이었다.

법령개정을 통해 정부도 지원한다지만 사회적ㆍ포용적 금융 가치를 내세워 은행의 출혈을 강요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유난히 (은행의) 팔을 비트는 정책들이 쏟아지고 있다"며 "은행의 예대마진을 이자 장사한다고 낮춰 부르지만, 여전히 국내 은행의 수익성과 경쟁력은 글로벌 은행에 크게 뒤처지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금융정책팀 정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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