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홍경표 기자 = 국민연금의 올해 주주총회 반대 의결권 행사 비중이 20%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앞두고 주총 '거수기' 오명을 벗고,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14일 국민연금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주총 시즌 동안 총 2천561건의 의결권을 행사했으며, 이 중 524건(20.5%)을 반대했고 2천29건(79.2%)을 찬성했다.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 반대율이 20%를 넘긴 것은 근래 최고치였다. 최근 4년간 국민연금 반대율은 2014년 9.05%, 2015년 10.12%, 2016년 10.07%, 지난해 12.87%였다.

국민연금 의결권 반대 건 중 보수 한도 승인(228건, 43.5%)이 가장 많았고, 이사와 감사 선임(220건, 42.0%), 정관 변경(43건, 8.2%) 등이 뒤를 이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외부의 민간 위원으로 구성된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도 올해 역대 최다 안건을 심의했다. 보건복지부는 국민연금의 독립적인 의결권 행사를 위해 의결권전문위의 역할을 확대하고 있다.

의결권전문위는 삼성물산 이사와 감사위원 선임 반대 의결권 행사를 결정했으며, KB금융지주 노조 추천 사외이사 선임 반대와 정관변경 안건 등도 심의했다. 백복인 KT&G 사장과 사외이사 선임 안건, 에이블씨엔씨 사외이사 선임 안건 등도 검토했다.

현대차 지배구조 개편안도 의결권전문위에서 결정하기로 했으나, 의결권전문위의 반대 가능성이 커지면서 현대차그룹이 지배구조 개편안을 철회하기도 했다.

국민연금은 다음 달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에 대비해 과거의 수동적 주주 역할에서 벗어나 능동적으로 기업 의사결정에 참여하고 있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기관투자자의 수탁자책임에 관한 원칙'으로, 국민연금은 가입자인 국민의 노후자금을 관리·운용하는 수탁자에 해당한다. 국민연금의 수탁자책임은 투자 회사 가치의 향상을 '적극적'으로 추구해 중장기이익을 도모하는 것이다.

반면 국민연금의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위해서는 인력 보강과 전문성 확충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연기금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한 해 수천 건에 달하는 의결권 행사를 해야 하는데, 운용역 이탈에 따른 인력 부족 속에서 전문성을 갖춘 의사결정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며 "인력을 보강하고 제도적으로 제대로 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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