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최근 국제유가 그래프 기울기가 가파르다. 2017년 말 배럴당 50달러이던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선물 가격이 지난 5월 말 72달러대까지 치솟았다. 유가 상승 배경은 세계 동반 경제 성장에 따른 수요 증가에다 지정학적 위험이 가세한 결과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 베네수엘라에 대한 제재를 가하면서 원유 공급 감소 우려를 키웠다. 이달 들어 상승세가 잠시 주춤해졌지만, 2014년과 같이 다시 유가가 세자릿수 시대에 도달할 수 있다는 진단이 등장하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는 세계적으로 강한 수요 때문에 내년 2분기 유가가 배럴당 9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예상한다.







<그림 설명 : 2014년부터 WTI 가격(녹색), 엑손모빌(파랑)과 셰브런(빨강) 주가 추이 출처 : 연합인포맥스 >



국제유가 상승에 일단 환호하는 쪽은 에너지 산업 쪽이다. 최근 나온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경기평가보고서인 베이지북은 댈러스의 경기 확장이 다른 11개 지역의 완만한 추세와 다르다고 지목했다. 석유산업이 주력인 텍사스주를 포함하는 댈러스 지역의 경기가 유일하게 탄탄한(solid) 수준의 성장세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유가 상승을 반기는 쪽은 뉴욕증시다. 에너지주가 증시를 이끄는 선도주 역할을 톡톡히 하면서 지수를 끌어 올리기 때문이다.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에는 엑손모빌과 셰브런 등 에너지업종에서 두 종목이나 포함돼 있다. 하지만 경기 확장기 후반에는 유가 상승의 부정적인 효과가 커질 수 있다.







<그림 설명 : 미국 주유소 휘발유 갤런당 가격표. 가장 싼 보통 가격이 2.91달러.>



유가는 최근 같이 경기가 좋은 상황에서 물가를 끌어 올리는 기폭제가 될 수 있으며, 이는 연준의 긴축 강도를 높이는 압력이다. 또 소비 심리에 미치는 압박감이 상당할 수 있다. 미국은 5월부터 9월까지 드라이빙 시즌이다. 이 시기는 많은 미국인이 자동차로 장거리 여행을 다니면서 기름 소비가 늘어나는 때다. 미국의 유가 정보 서비스(OPIS)에 따르면 올해 드라이빙 시즌은 2014년 이후 가장 비싼 비용이 들 전망이다. 휘발유의 갤런당(3.785ℓ) 평균 가격이 2.79달러에 달하기 때문이다. 이는 미국 일부 도시에서는 갤런당 3달러의 가격이 등장할 것이라는 의미다. 또 과거 유가가 브라질이나 멕시코 같은 신흥국 통화 가치와 동반 상승했던 상관관계가 약해진 점도 문제다. 최근 신흥시장 통화는 유가 상승에도 미 국채 금리의 상승과 달러 강세의 부작용으로 불안 흐름을 지속하고 있다.







<그림 설명 : 미국 내 분기 휘발유 소매 가격 추이 출처 : OPIS>



아울러 유가 상승이 재고 부족과 높은 가격, 7년래 최고치인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이미 역풍으로 작용하는 주택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015년 유가가 떨어질 때 주택시장에 훈풍이 불기 시작한 것과 반대양상이 나타날 가능성을 걱정하는 것이다. 도이체방크는 휘발유 가격이 23% 하락하면 평균 미국 가정에 한 달 100달러의 실소득이 늘어난다고 분석했다. 이는 젊은 가계의 경우 구매력을 11%나 높여주는 것으로 분석됐다. 본격적으로 주택시장에 진입 중인 미국의 젊은 세대인 밀레니얼은 금융위기로 취업이 늦어진 데다 학자금 대출 부담도 크기 때문에 도심이 아닌 교외의 공간이 넓고 가격이 싼 주택을 선호한다. 출근 거리가 먼 이들에게 유가 상승은 생각보다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이종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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