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최진우 윤성현 기자 = 국내 기업은 이전가격(Transfer Price)을 단순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이전가격은 본사와 해외법인 간 거래하는 유ㆍ무형 자산의 가격이다. 예를 들면 최근 문제가 된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한국GM 간의 연구개발(R&D)비, 부품비 등 지급 기준 등을 꼽을 수 있다.

우리나라는 두 회사 간 이전가격에 문제가 있어 한국GM이 막대한 손실을 보고 있다고 판단해 관련 자료를 GM에 요구한 바 있다. 그만큼 이전가격은 기업의 수익성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다.

그런데도 국내 대기업은 이전가격을 대수롭지 않게 보는 분위기다.

A기업에서 한 임원이 B해외법인으로 파견을 가면 해당 임원의 실적을 위해 이전가격 측면에서 혜택을 주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한다. 바꿔 말하면 그 임원이 다시 본사로 오면 이전가격은 바뀔 수 있다.

특히, 매출이 성과지표(KPI)와 연동되면 아예 이전가격 정책이 무시되는 사례도 있다. 심지어 해외법인의 실적에 따라 이전가격 가운데 하나인 기술사용료 수취의 규모도 달라지기도 한다. 이익이 나면 받고, 손실이 나면 안 받는 식이다.

 

<하동훈 법무법인 율촌 이전가격팀장 (※율촌 제공)>


이런 인식에 대해 하동훈 법무법인 율촌 이전가격팀장(미국 회계사)은 14일 연합인포맥스와 인터뷰에서 "이제는 달라져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국세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BEPS(소득이전을 통한 세원잠식) 방지 제도를 도입했기 때문이다.

이에 우리나라에 법인을 두고 있는 글로벌 기업은 지난해부터 매년 BEPS의 주요 내용인 이전가격 보고서(통합기업보고서ㆍ개별기업보고서ㆍ국가별보고서) 작성, 제출에 대한 의무를 지게 됐다.

이 보고서에는 해외 관계사의 현황과 기능, 해외법인의 주요 손익과 이전가격 자료가 모두 담긴다.

국세청이 다년간 자료를 축적한다면 기업의 이전가격 변화를 쉽게 인지할 수 있게 됐다.

하 팀장은 "국세청은 기업이 매년 제출한 이전가격 보고서를 통해 추세 분석을 하고, 동종산업 또는 동일 국가에 진출한 글로벌 기업 자회사 간 비교까지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이를 통해 이전가격이 정상적이지 않다고 판단하면 과세를 통해 막대한 세금이 추징될 수 있다.

하 팀장은 "국세청은 이전가격 보고서 3년 치만 참고해도 관련 추이를 확인할 수 있다"면서 "실제 조사 시 해당 부분에 대한 자료를 집중적으로 요구하고, 심증적으로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기업은 단지 이전가격 보고서를 제출하는 것으로 끝내지 않아야 한다"면서 "이전가격 정책의 운용 결과로 나온 수익률 등의 수치가 적정한지를 상시로 검토해 불이익을 당하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하 팀장은 특히 기술사용료나 상표사용료 등 무형자산의 이전거래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여러 나라의 과세당국이 BEPS 도입과 함께 특히 기술사용료나 상표사용료 등 무형자산 이전거래 가격에 대해 면밀하게 검토하는 추세"라며 "이제는 무형자산 이전거래에 대해 다시 점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 팀장은 "머지않아 무형자산에 대해 DEMPE 분석(개발, 증진, 유지, 보호, 활용)을 통한 과세가 증가할 것"이라며 "기업은 무형자산 가운데 이전가격 측면에서 의미가 있는 무형자산을 분류하고, 그 자산에 대해 DEMPE 분석도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무형자산에 대한 계약서 조항은 이전가격의 과세 근거가 되거나, 중요한 대응 논리가 되므로 다시 한 번 면밀하게 살펴보라고 주문했다.

이를 위해서 근본적으로 글로벌 기업의 본사가 이전가격 전담팀의 필요성을 느끼고, 해외법인과 이전가격을 종합적으로 검증해야 한다는 게 하 팀장의 생각이다.

그는 "글로벌 기업이 각 국가에 제출하는 보고서의 내용은 원칙적으로 같아야 한다"면서 "본사 차원에서 근본적으로 이전가격 정책을 종합적으로 관리하고, 나아가 거래유형별, 국가별로 현지 규정에 부합되도록 세분화해 정밀하게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무시한다면 이중과세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하 팀장은 "이전가격 관련 과세가 일어나면 반드시 이중과세 문제가 동반된다"며 "사후적인 이중과세 해결을 위한 상호합의제도(MAP)가 있으나 시간과 비용의 문제 때문에 실무적으로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따라서 사후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사전에 기업의 현실에 맞고 사업전략을 잘 반영한 이전가격 정책을 수립해 일관되게 운용하는 게 포인트라고 제안했다.

그는 "사전적인 이중과세 회피를 위한 이전가격 사전가격승인제도(APA)를 활용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 팀장은 율촌 조세그룹 국제조세 이전가격팀 소속이다. 부산대 학사와 서울대 석사 및 MBA를 마치고 주요 회계법인 이전가격팀에서 경력을 쌓았다. 미국회계사로서 EY한영 세무본부 이전가격팀 상무로 재직하다 최근 율촌에 합류했다. 그는 기획재정부와 국세청, 대한상공회의소,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OECD BEPS 대응지원센터의 자문위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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