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장순환 기자 = 금융당국이 중금리 대출을 가계대출 총량 규제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중금리 대출 활성화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다만, 주력 상품이 20% 근처로 고금리 상품이 많은 일부 저축은행들은 가중평균금리 인하에 대한 부담으로 중금리 대출 쏠림 현상을 우려하며 온도 차를 나타내고 있다.

14일 저축은행 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올해 대출 총량 규제를 전년 대비 7% 수준으로 완화하고 중금리 대출은 오는 4분기부터 가계대출 총량 규제에서 제외할 예정이다.

중금리 대출은 일반적으로 신용등급 4~10등급 차주에 70% 이상 공급되고 가중 평균금리가 18% 이하인 가계신용대출 상품이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새롭게 제시한 요건에 따르면 중금리 대출의 최고금리는 연 20% 미만으로 제한되고, 가중평균금리는 종전 18%에서 16.5%로 낮춰졌다.

4∼10등급인 차주에게 70% 이상 공급돼야 한다는 규정은 변함이 없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정부가 총량 규제를 완화한 만큼 중금리 대출 확대 가능성이 큰 상황이지만 고금리 상품이 많은 저축은행은 가중평균금리가 낮아지면서 신규 상품을 출시하거나 기존 상품의 금리를 낮춰야 하는 상황"이라며 "금리가 낮아지면 신용등급이 높은 고객들은 대출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저축은행을 이용하는 중금리 대출 대상 고객군은 신용등급이 4~7등급이 일반적이지만 가중평균금리를 16.5%로 낮추기 위해서는 6~7등급의 고객들 대출이 어려워질 수 있는 상황이다.

실제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정부가 운영하는 사잇돌 대출도 대부분의 저축은행이 금리구간을 19.9%까지 설정해 놓고 있다.

반면, 중금리 상품의 금리가 낮은 일부 대형 저축은행들은 상대적으로 이번 총량 규제 완화로 큰 효과를 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 저축은행 업계 1위 SBI저축은행은 모바일 전용 중금리 대출 상품인 '사이다'가 연평균 6.9~13.5%, 중금리 바빌론의 금리도 연평균 5.9%~17.9%로 가중평균금리 인하에 큰 영향이 없을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출 총량 규제 완화 효과는 업체별로 큰 차이가 날 수 있다"며 "지난해 규제를 어기고 대출을 늘린 저축은행은 전년 대비 2% 수준까지 징벌적 규제가 적용될 예정인 것도 일부 소형 저축은행들에는 부담"이라고 전했다.

저축은행들이 각사의 상황 따라 정책 변화에 대한 온도 차를 느끼고 있지만, 금융당국과의 소통에는 한계가 큰 상황이다.

지난주 초 개최된 윤석헌 금융감독원장과 6개 금융협회장의 간담회에서 저축은행은 건의 사항을 직접 전달하지 못했다.

그날 간담회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간담회 시간이 한정적이기 때문에 저축은행 업계의 건의 사항은 지난번 간담회에서 이야기를 나주지 못했다"며 "저축은행 업계와의 소통은 향후 CEO 간담회 등에서 이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김기식 전임 원장이 마지막으로 간담회를 한 것이 저축은행 CEO들인 만큼 향후 업계 상견례도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협회장 간담회뿐만 아니라 앞으로 업계와 소통하는 자리를 지속해서 만들 예정"이라며 "구체적인 계획이나 예정 사항은 업계별로 조정해야 해서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고 말했다.

shj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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