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대도 윤시윤 기자 = 서울 외환시장이 양적 완화(QE) 축소 신호를 보낼 가능성이 있는 유럽중앙은행(ECB) 회의에 시선을 집중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ㆍFed)에 이어 ECB도 통화정책 방향키를 긴축으로 돌리면 국제금융시장의 변동성은 커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탈리아 정치 불안이 잠잠해지고, QE 축소 가능성이 거론된 뒤 시작된 유로 강세 및 글로벌 달러 약세 분위기가 어떤 식으로 바뀔지에 따라 달러-원 환율이 박스권을 벗어날 수도 있다.

페트르 프레이트 ECB 수석 경제학자는 지난 6일(현지시간) 한 달 300억 유로의 자산매입 프로그램을 단계적으로 줄이는 결정을 6월 ECB 회의에서 내릴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프레이트는 "물가가 목표로 수렴된다고 보여주는 신호들이 개선되고 있다"며 "회의에서는 자산 순 매입을 축소할 수 있을 정도인지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긴축 신호가 잡힐 경우, 외환 시장참가자들이 예상하는 시나리오는 대략 세 가지다.

먼저 최근 움직임의 연장선에서 유로 강세 및 달러 약세가 지속하는 경우다.

반면 기존 유로 롱 포지션이 정리되면서 유로 약세 흐름이 나타날 가능성도 언급된다.

주요 중앙은행의 동시다발적인 긴축에 신흥국 통화 불안으로 번질 가능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A 은행의 한 외환딜러는 14일 "ECB는 미국 연준에 발맞추려 할 것"이라며 "그동안 없었던 매입 자산 규모 조정한다는 언급이 나올 경우에는 달러-원은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딜러는 "유럽을 비롯해 일본은행(BOJ)까지 돈을 조이면 결국 우리나라에서 돈이 나간다"고 설명했다.

B 은행 딜러도 "신흥국 통화 약세 분위기로 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C 은행 딜러는 "긴축 얘기가 나오면서 이미 유로는 1.18달러로 반등했다"며 "시장이 예상하는 수준의 발언이 나오면 유로는 조금 밀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딜러는 "유로 약세에 따른 글로벌 달러 강세가 조금 영향을 줄 수 있지만, 유럽 이슈에 달러-원 환율은 크게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판단했다.

D 은행 딜러는 "ECB는 앞으로 긴축으로 들어갈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며 "만약에 ECB에서 긴축 시그널을 주지 않으면, 달러-원 상승 폭이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딜러는 "레인지를 이탈해 올해 고점인 1,097원까지 튈 수 있다"며 "그럴 경우에는 1,100원도 열어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외환시장의 한 전문가는 "ECB는 이탈리아 불안에 긴축 기대치가 낮아지는 것을 경계하기 위해, 균형 차원에서 발언한 것으로 보인다"며 "6월은 중립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전문가는 "4∼6월 유로는 부침을 겪었으니, 회의 자체가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 같다"며 "7월에 긴축 신호가 나올 것으로 예측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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