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강수지 기자 = 지난 2015년 5월 검찰의 기소로 시작된 채권파킹 공개재판이 1심과 2심을 거쳐 2년 2개월 만에 결론이 났다.

채권시장 참가자들은 12일 지금까지 시장 관행으로 여겨지던 파킹거래가 형사재판에서 위법성 여부를 다투면서 시장에서도 관련 거래가 거의 사라졌다고 전했다.

아직 채권파킹이 시장 관행이라고 여기는 참가자들도 있지만, 대부분 참가자는 파킹 거래가 위법은 아닐지라도 편법은 맞다는 생각을 공유했다.

지난 2015년 5월, 채권파킹이 시장을 왜곡하고 손해를 고객에 전가한다는 이유로 검찰이 관련자들을 기소했다. 그동안 관행처럼 여겨지던 채권파킹 거래가 형사재판에 회부되면서 채권시장 전체가 긴장했다.

지난해 12월 1년 7개월의 공방 끝에 원심에서는 채권파킹과 관련한 배임으로 펀드 매니저와 보험사 운용역 등 3명이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수재·증재 등의 혐의를 받은 나머지 18명은 최저 700만원에서 4천만원의 벌금형을 받았다.

검찰과 피고인은 쌍방 항소했다. 검찰은 예상했던 것보다 구형량이 적다는 이유였고, 피고인 11명은 위법을 저지를 의도가 없었음에도 선처없는 무거운 형량이라는 이유로 원심판결에 불복했다.

고등법원으로 옮겨진 이번 사건은 6개월간 공판을 거쳐 징역형을 선고받은 펀드매니저 2인에 대한 감형과 나머지 9인에 대한 원심판결 유지로 판결 났다.

이번 사건의 핵심 피고인의 변호사는 "충분히 변론했고 재판부도 주장을 이해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특히 손액증명에 대해서는 검찰이 증명하기 어려워 더 나은 결과를 기대했었다"고 말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자본주의 시장의 첨단에 있는 채권시장에서는 안되는 것 말고는 다 가능하다고 봐야 한다"며 "검찰이 지적한 위험성도 있지만, 관행을 근절할 대책 없이 일부 시장참가자들에게만 무리한 법률적 잣대를 들이댄 면도 있다"고 전했다.

고등법원이 원심판결을 대부분 유지하면서 검찰의 상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예상했다.

시장참가자들은 파킹 재판이 진행되면서 시장에서는 관련 거래와 향응 제공 등이 눈에 띄게 줄었다고 전했다.

증권사 채권 브로커는 "지난 2년간 파킹거래의 위법성에 대한 공방이 이어지면서 아무래도 조심하는 분위기다"며 "괜히 파킹거래를 했다가 손해를 보면 시장에서 퇴출당할 수 있다는 걱정을 하는 듯하다"고 말했다.

그는 "시장에는 파킹거래가 위법이 아니라 관행일 뿐이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그런 거래를 하지는 않는다"며 "암암리에 이뤄질 수도 있겠지만, 눈에 띄는 골프 접대나 향응도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다만, 파킹거래의 위법성에 대한 명확한 판결이 나오진 않아 아쉽다는 의견도 나왔다.

자산운용사 채권운용역은 "이번이 채권시장의 관행을 근절하고 선진 시장으로 거듭날 기회였는데, 위법성에 대해 명확히 제시하지는 않은 것 같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날 2심 최종 판결이 선고되고 검찰과 피고인이 대법원에 상고할지는 알려진 바 없다. 다만, 검찰 측에서는 손해액을 명확히 증명하기 어려운 가운데 파킹거래에 대한 시장 경각심을 일깨웠다는 점에서 일부 목적을 달성했고 피고인들도 오랜 재판에 지쳐 2심에서 마무리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법조계 안팎의 대체적인 견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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