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이종혁 특파원 = 유로화는 유럽중앙은행(ECB)의 비둘기 성향이 부각되면서 급락했다.

연합인포맥스(6411)에 따르면 14일 오후 4시(현지시각) 무렵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화는 엔화에 달러당 110.60엔을 기록해 전장 뉴욕 후장 가격인 110.29엔보다 0.31엔(0.28%) 상승했다.

유로화는 달러화에 유로당 1.1585달러에 움직여 전장 가격인 1.1789달러보다 0.0204달러(1.76%) 낮아졌다. 이는 2016년 6월 브렉시트 이후 거의 최대폭이다.

유로화는 엔화에 유로당 128.17엔을 기록, 전장 가격인 130.03엔보다 1.86엔(1.45%) 하락했다.

유로화는 ECB 성명에서 양적완화(QE) 출구전략 발표에 1.1847달러까지 급등했다가, 내년 중반까지 금리 동결 문구가 나오자 바로 방향을 아래쪽으로 바꿨다.

시장은 ECB 결과와 기자회견, 미 경제지표, 미국 무역협상, 뉴욕 증시와 신흥시장 동향, 국채금리 움직임 등을 주목했다.

외환 전략가들은 ECB가 자산매입을 올해 말로 종료하는 등 매파 성향을 보였지만 시장은 내년 여름까지 금리를 동결하겠다는 신호를 더 주목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미국과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금리 차이는 더 확대되면서 양쪽의 채권과 외환시장에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TD 증권의 자키 더글라스 수석 유럽 거시 담당 전략가는 "시장은 ECB의 금리에 관한 안내가 내년 6월 금리 인상 가능성을 배제한 영향으로 금리와 유로화가 낮아지는 것을 봤다"며 "그래서 시장이 금리 전망을 다시 반영해야만 한다"고 진단했다.

더글라스는 "그러나 기자회견 내용이 낙관적이기 때문에 우리는 유로화를 바닥에서 오르게 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ECB는 이날 통화정책 결정 회의를 열고 성명을 통해 모든 정책금리를 동결했다.

또 현재 9월 말을 종료 시점으로 한 달 300억 유로 규모로 시행하는 자산매입을 계획대로 유지하지만, 10월부터는 한 달 150억 유로로 규모를 줄여서 12월까지 진행하고 끝내겠다고 발표했다.

ECB는 아울러 '상당 기간 금리를 현 수준에서 유지하겠다는 문구'를 '현 금리 수준을 적어도 2019년 여름까지 유지하겠다'는 것으로 바꿨다.

또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물가에 여전히 상당한 부양책이 필요하고, 경기 불확실성을 강조했다.

ECB는 올해 국내총생산(GDP) 전망치를 종전 2.4%에서 2.1%로 낮췄다. 내년과 내후년 전망치는 1.9%와 1.7%를 유지했다.

반면 ECB는 올해와 내년 물가(HICP) 전망치를 종전 1.4%에서 1.7%로 높였다. 내후년 예상치 1.7%가 바뀌지 않았다.

달러화는 유로화 약세에도 무역 우려로 109.91엔으로 내렸다가 미 경제지표 호조로 반등했다.

전날 달러화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매파적이었음에도 무역 분쟁 등 지정학적 위험이 산재한 데다 미 국채금리 상승세가 꺾이면서 하락했다. FOMC는 2015년 이후 7번째 금리 인상을 단행한 데 이어 올해 금리 인상 횟수 전망도 총 4회로 올려잡았다.

이날 10년물 미 국채금리는 비둘기 ECB 성향에 한때 2.931%까지 내렸다가 2.948%에서 마쳤다. 전날 종가는 2.979%였다.

LMAX익스체인지의 조엘 크루거 환율 전략가는 "달러가 약세를 보여야 미국의 경쟁력이 높아지기 때문에 미 행정부의 보호주의 정책은 달러 약세일 때만 가능하다"면서 "이것이 연준의 금리 인상에도 달러가 이득을 보지 못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크루거 전략가는 "미국 행정부는 지난 몇 달간 보호주의 무역을 통해 사실상 달러 약세 정책을 지지해 왔다"면서 "이는 보다 매파적인 연준의 선제안내 등 어떠한 의미 있는 달러 강세 요인도 약화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발표된 미 경제지표는 호조를 보였다.

미 상무부는 지난 5월 소매판매가 전월 대비 0.8% 늘었다고 발표했다. 시장 전망치는 0.4% 증가였다. 이는 지난해 11월 이후 가장 큰 증가 폭이다.

미 상무부는 낮은 실업률과 임금 상승, 세금 감면 등이 미국인의 소비를 촉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동차를 제외한 5월 소매판매는 0.9% 증가했다. 애널리스트들은 0.5% 증가했을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 9일로 끝난 주간의 미국 실업보험청구자수가 감소해, 고용 시장의 건강함을 재확인해줬다.

미 노동부는 지난주 실업보험청구자수가 전주에서 4천 명 줄어든 21만8천 명(계절 조정치)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시장 예상치는 22만5천 명이었다.

변동성이 덜한 4주 이동평균 실업보험청구자 수는 1천250명 줄어든 22만4천250 명이었다. 1960년대 이후 가장 낮다.

지난 5월 미국의 수입물가가 해외에서 원유 수입가격 상승 탓에 올랐다.

미 노동부는 5월 수입물가가 전월보다 0.6%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시장 예상치는 0.6% 상승이었다. 수입물가는 계절조정이 되지 않는다.

5월 석유류를 제외한 수입물가는 0.1% 올랐으며, 석유류 수입은 5.9% 상승했다.

5월 수입물가는 전년 대비로는 4.3% 상승했다. 이는 2017년 2월 이후 가장 큰 연율 오름폭이다. 석유류를 제외한 수입물가는 전년 대비 1.8% 올랐다.

유로화는 오후 들어 국제통화기금(IMF)의 미 경기 둔화 경고가 나왔음에도 달러화에 더 내렸다. 달러화는 엔화에 오름폭을 더 높였다.

IMF는 세금 감면 부양 효과가 희석되면서 미국 경제가 내년부터 둔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IMF는 미 경제 성장률이 올해 2.9%에서 내년 2.7%로 떨어지고, 오는 2020년 1.9%를 거쳐 5년 후인 2023년에는 1.4%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봤다.

IMF의 이런 전망은 향후 5년간 지속적인 3% 성장을 예상하는 백악관 전망의 절반 이하 수준이다.

전략가들은 ECB의 완화적 정책이 주목받았지만 매파적인 부분도 눈여겨봐야 한다고 진단했다.

브라운브라더스해리먼의 전략가들은 "ECB의 성명서는 예상보다 더 구체적이었고 더 매파적이었다"며 "또 ECB는 더 많은 구체적 사항을 제시하고 사전 약속을 제시함으로써 더욱 분명한 모습을 나타냈다"고 진단했다.

스웨드뱅크의 파어 마그노선 선임 전략가는 "ECB 회의에서 적용된 메시지는 ECB가 통화 부양책을 없애는 데 집중할 것이라는 점"이라면서 "이는 이탈리아 정치 상황이 가지고 올 재정 문제에 대해 크게 우려하지 않는다는 것을 뜻한다"고 말했다.

마그노선 전략가는 "ECB가 긴축과 관련해 강한 의지를 내비친 것은 중앙은행이 이탈리아와 관련해서 심각한 결정을 내리기보다는 눈치 보기 작전에 들어갔다는 것을 뜻한다"고 말했다.

반면 DZ뱅크의 스테판 벨마이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성명서에서 ECB는 2019년 가을까지 금리를 인상하지 않겠다고 말했는데 이는 예상보다 더 구체적인 태도를 보인 것"이라고 말했다.

벨마이어는 "따라서 물가가 높아지면 금리가 더 빨리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을 예방한다"며 "ECB는 근본적인 환경에 변화가 있지 않은 한 이 날 결정을 계속 유지할 것이기 때문에 향후 ECB 회의는 다소 지루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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